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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an 10. 2022

 엄마가 그리웠을 여리고 어린 엄마

#엄마 #어머니 #자식걱정 #보고싶은 #사랑해요 #치매 #알츠하이머

 내가 사랑하는 하나뿐인 엄마를 불쌍하다고 표현한 것은 못난 아빠를 만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마 내가 보지 못한 그리고 볼 수도 없었던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의 인생이 알게 되면서 안쓰럽고, 외로웠을 그 어린 엄마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은 체구에 때로는 고집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한없이 포근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엄마에 대해 사실 아들인 나는 내세울 만큼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아마 현재 치매로 정상인의 삶을 뒤로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엄마가 아들에 대해 아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단 한순간도 엄마의 손길 없이 생존조차 불가능하는 걸 지금 아이를 키우면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말이다.


그리고 엄마의 비밀을 알고 나서 엄마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묻고 싶어도 참았다. 어쩌면 그것은 엄마에게 상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참았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엄마가 급성 알츠하이머로 삶을 등지고 고독한 긴 어둠의 터널로 들어간다고 미리 내게 알려주었다면 궁금했던 그 수많은 질문을 물어보았을 것이다.      

엄마의 비밀을 처음으로 말해 줬던 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사춘기를 지나서 겉모습은 어른인 척하고 있는 내가 다 컸다고 생각을 하셨던 거 같다. 하지만 사실 그때도 어렸고, 철없는 어른 아이였다. 그래서 그날 엄마의 비밀은 내게 큰 충격으로 자리 잡았다.


엄마는 내가 20살이 되던 해 나를 불러서 나지막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 사실 엄마는 고아원에서 자랐어.”

 

그 한 문장에 나는 쌍꺼풀이 갑자기 생긴 것처럼 큰 눈으로 뜨고 엄마를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


“외할머니랑, 이모들이랑 그리고 시골에 삼촌들도 있잖아요.”


“응, 맞아 할머니가 엄마 진짜 엄마야, 근데 엄마가 태어나고 얼마 후 고아원에 엄마를 버렸어.”


엄마의 마지막 문장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버렸어.”, 엄마를 버렸어."

      

바로 그날을 시작으로 나는 엄마라는 단어 앞에 세 글자가 붙다.


'불쌍한 엄마'


나는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른다. 아마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이야기라고 여기며 살았다. 옆에 있는 부모도 조금 컸다는 이유로,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망하기도 하며 살았던 내게 부모의 생사로 모르고 고독히 보냈을 엄마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절로 눈물이 났다.


그 감정은 절대 모르지만 단지 ‘버렸다’ 엄마의 말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작은 체구에 가끔 유머스러운 농담도 던지며, 못난 남편도 배려하며 자식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우리 엄마. 그때는 미쳐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단어를 감히 엄마 앞에 붙이면 안 되었다는 것을 지금은 후회한다.


절대로 엄마에게 불쌍하다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그렇게 엄마를 생각했기에 엄마가 말도 안 되는 치매에 걸린 건 아닌지 나 자신을 자책해 본다. 그렇게라도 지금의 현실이 오로지 내 탓이라고 그러니까 웃으면서 감당하라고 내게 말을 하고 싶다.


살아 계시 때 잘하라는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은 이제는 안다.

살아 계실때가 아니라 건강하실 때 그것도 정신적으로 건강하실 때 잘해 드렸어야 했다.

가끔 동생과 어머니를 모시고 불편한 외출을 할 때 도로 위에 정말 나이 드신 어른들을 보면 우리는 항상 말한다.


'저렇게 늙고, 저렇게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저분들의 자녀들은 정말 모르겠지?'라고 말이다.


아마 병원을 모시고 가는 것도, 자주 아프신 것도 그들은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생하는 자식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봐주고,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주고, 뭔 일 있냐고 그런 말씀을 하신다면 이 세상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엄마를 모시고 사는데 생길 어려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우리 형제는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러니 더 많은 추억을 남겨 드리고 우리 가슴속에 후회를 덜어 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불쌍한 엄마가 아닌 우리 같은 약간 이기적이고 덜 성숙한 그렇지만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두 아들을 둔  행복한 여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아팝(고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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