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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May 20. 2022

 선인세를 출판사에 다시 돌려줬다.

육아 휴직을 하고 남는 저녁시간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가 생각과 감정이 하나씩 모이는 것을 발견했다. 무엇인가 주제를 정하고 쓴 것은 아니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대로 내 감정을 털어놓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아이를 육아하면서 깊어져서 불효지만 담담하게 어둡고 아픈 마음을 글로 남기다 보니 구독자도 생기고 글은 어느새 책 한 권 불량이 되었다. 그래서 도전을 했다. 그렇게 반기획 출판으로 첫 번째 에세이를 출간하고 그냥 홀로 뿌듯함에 취해 있을 때 나는 다른 주제를 찾아 글을 올렸다. 바로 재테크였다.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냥 돈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풀다 보니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일이 종종 생겼고 그 때문에 한 작은 출판사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자비 출판 이후 책이 판매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던 터라 출판사에 제안은 내게 설렘 그 자체였다.


출판사 대표분과 미팅에서 메인에 공개된 글과 브런치 글들을 보았는데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올린 글들을 정리하고 꼭지를 만들어서 메일로 보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 경험하는 그 행동 자체가 만족스럽고 나를 풍만하게 만들었다. 출판사는 내용이 가독성과 진솔하다고 좋다면서 조금만 수정하고 다듬으면 될 거 같다면서 계약을 제안하였다.


계약서는 자비 출판과 다르게 장수가 더 많고 조금은 복잡해 보였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선인세를 준다고 했다.


도 안 되었지만 백만 원이라는 돈을 내 계좌로 입금해주셨다. 10%의 인세를 받는 계약 조건에 내 돈은 하나도 들지 않았는데  인지도도 없는 나에게 1000권 정도가 팔렸다고 가정하고 인세를 준 다는 것이 내 가치가 높아지는 것만 같았다.


계약사를 쓰고 본격적으로 저녁마다 원고를 다듬고 다듬었다. 그리고 출판사 요구에 따라 꼭지를 추가로 쓰고 편집자와 서로 수정 작업을 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시장이 급변하면 앞으로 예측과 전망에 대한 부분 요구했고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거절 의사를 비췄지만 정보를 모으고 모아서 글을 마무리 했다.


모든 원고를 넘기고 한 달이 지나서 곧 표지 디자인도 들어간다고 연락을 주고받다가 어느 날 강연을 하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직업상 위험성이 있어 정중히 거절을 했다. 그리고 한 동안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 달이 조금 지나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전화를 하니 미팅을 하자고 했다. 목소리가 상당히 어둡고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결국 얼마 후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책을 내는 것이 출판사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는......'


그동안 좋다고 호응할 때는 언제고 참 당황스러웠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원하는 글로 유도했어야 했다. 사실 화가 나서 기분 나쁜 티를 냈고 얼마 후 대표님과 다시 미팅을 가졌다.


그분들은 전문성과 가치를 언급하며 에세이 버전을 다시 쓰는 게 어떻냐고 다시 제안 했다. 당시는 그냥 글 쓰는 게 좋아서 알겠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왠지 장난감이 된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 지나서 다시 연락을 했다. 책은 다시 쓰는데 기존 원고로 다른 출판사에 책을 내도 되냐고 물었고, 혹시 이번 에세이도 다 썼는데 막판에 지금처럼 행동할 경우를 대비해 무언가 다른 약속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였다.


역시나 답장은 없었다. 한 달,,, 두 달,,, 기다림의 시간은 지속되었고 결국 내가 먼저 전화를 했다.

정말 달라진 톤으로 전화를 받았고 결국 출판사에 내게 서운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에세이 진행도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연락을 준다고 하며 연락은 끊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몇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내가 연락을 했다.


"대표님. 계좌 불러주세요. 선인세 돌려드릴게요."


몇 분이 지나서 답장이 바로 왔다.


계좌번호였다.


그렇게 나는 돈을 돌려줬다. 돈을 돌려주고 안 주고 의미가 없었다. 완벽한 관계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야 다시 글을 깨끗한 마음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형편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글이 좋아서 글을 쓰는데 결국 도구쯤으로 여겨진 것에 대한 나름의 정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는 다시 글을 썼다. 글이 손 끝에서 술술 나왔고 출판사가 아닌 웹소설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냥 글이 좋아서 상처받기 싫어서 계속 쓰고 싶어서 그랬다.


그분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는 나중에 달콤한 복수를 해주고 싶다.

내 글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분들께 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웹소설 링크 입니다.>

http://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49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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