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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May 09. 2022

25화. 엄마 백화점에서 뭐 사려고?

오랜만에 동생과 내려온 엄마는 몇 문장만 계속해서 말을 했다.


"원장 선생님이 우리 손녀딸 이쁘다고 나한테 사탕 줬어."


동생과 심각하게 엄마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태연하게 뒷자리에서 같은 계속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엄마에게 의미 없어진 어버이날이지만 나는 딸에게 카네이션을 사줬다.


"할머니 가슴에 달아드려야 해, 알았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달아드린 카네이션을 달고 동생과 나는 엄마를 모시고 공원으로 나갔다. 우리는 엄마가 말하는 반복적인 말에 건성으로 대꾸를 하고 있었다. 무엇을 말해도 사탕을 달라고 하는 엄마와 대화는 지옥과도 같았기에 피하고 싶은 것이 진심이었다.


한참을 걷지도 못하고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나 치매 환자인 것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할까 봐 구석 자리를 잡고 엄마가 좋아하는 달달한 쵸코 라테를 시켰다.


숨도 안 쉬고 먹어버린 엄마는 그저 행복한 미소를 지닌다.


"형.. 나 생각해 봤는데... 엄마가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왜? "

"아마도 우리랑 이야기하고 싶은 거 아닐까??"


그 짧은 말에 충격을 받았다. 자식이라는 놈들도 귀찮아서 그냥 넘겨버린 무한반복의 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엄마의 깊은 마음속에는 예전처럼 두 아들과 대화를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서 그리고 아프기 전에 엄마가 그리워서...


"왜? 울어? 울어?"


엄마는 다 큰 아들이 우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웃는다. 아마도 아픔을 잊어버려서 슬픈데 웃음이 나오는 게 분명했다.


"엄마. 오늘 어버이날이야. 근데 엄마는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아들한테 말해봐"


"백화점, 백화점."


동생은 당황한 듯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백화점? 엄마 백화점 가본 적도 별로 없잖아."


"백화점, 백화점."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일어나며 동생에게 말했다.


"백화점 가자."


"지금? 2시간도 더 걸리잖아.."


"가자."


백화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동생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형... 백화점에서 엄마가 사탕 찾으면 어떻게?"


"그럼 백화점 사탕 사줘야지.."


엄마는 두 아들의 대화 속에 사탕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린아이처럼 웃는다.


"근데 엄마, 백화점 가면 뭐 사고 싶어요?"


"몰라... 하하하...."


차 안에서 우리는 엄마의 몰라라는 대답에 큰 소리로 웃었다.


오늘 하루도 2022년 어버이날도 그래서 행복했다. 엄마가 곁에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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