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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Nov 01. 2022

26화. 늙은 엄마를 목욕 시키는 작은 아들.

엄마를 돌보는 두 아들과 조기 치매지만 행복한 엄마 이야기

'엄마는 정말 행복하겠다.'


우리 형제는 일그러진 우는 표정을 하고 이런 말을 차에서 주고받았다. 조기 치매 진단 4년 차 두 아들은 이제 엄마의 고통을 행복으로 포장하고 있다. 아니 사실 엄마는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사탕 하나에 행복해하고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고, 눈치도 안 보고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한다.

엄마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실 때는 그러지 못하셨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감히 행복한 건 아니냐는 말을 동생에 던진다.


골절로 동생이 일하는 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병원에 입원할 수 없어서 큰 형인 나는 요즘 서울로 차를 타고 틈이 나면 올라간다.


매일 얼굴을 보는 동생에게 뭐라고 고맙다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가끔 얼굴을 보러 올라가면 엄마의 야윈 얼굴에 나는 차마 엄마 얼굴로 바라볼 수가 없다.

따뜻하게 말 한마디 던지려고 노력해도 가슴에서 뭔가 올라와서 말이 멈춰진다.


어머니는 이제 체중이 30KG이다. 거의 뼈만 남았다. 도무지 음식을 삼키지 못해서 엄마가 좋아하는 사탕이나 과자만 간신히 먹는다. 아무리 비싼 영양제를 사서 드려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다 보니 더 아파 보인다.

동생도 같은 병원에 있지만 엄마를 매일 보러 병실에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런 동생에게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엄마를 봐야지!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를 보는 그 고통 말이다.


다행히도 동생 병원 원장 선생님이 엄마를 무척 잘 봐주시는 듯하다.

지금은 말이 더 없어졌지만 얼마 전까지 원장 선생님 이야기를 내게 종종 해주곤 했다.

매일 볼 수도 없는 이런 현실 속에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고마움을 느꼈다.

그래서 동생 편에 손 편지를 눌러써서 대표 원장님에게 선물로 드렸다.


이런 고마움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말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경험하는 보호자들의 심정은 표현이 불가능하다.

이 세상 그 어떤 언어와 말, 그리고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먹먹하고 아픈 그 심정을 나는 알기에

그저 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돌려서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 동생이 너무나 고맙다 못해서 불쌍하다.


어머니는 유전성 전두엽 조기 치매로 50대 후반부터 이미 빠른 진행이 되었다고 의사는 말했다. 우리가 발견하고 병원을 모시고 갔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의사 말대로 엄마는 증상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처음에는 진단 후 5년이 아마도 최대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의사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동생은 사실 그 말을 받아들였다.


아빠가 간암 말기 판정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을 때도 똑같았다.


"길어야 2년입니다. 좋은 시간 많이 보내세요."


그리고 아버지는 2년이 조금 안 되는 어느 날 이 세상과 작별 인사를 했다.


4년 차 치매에 접어들면서 엄마는 식욕을 잃었고, 대화를 잃었고, 어린 시절 기억을 잃었고,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요즘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 실수를 종종 하신다. 그래서 동생은 틈이 나면 어머니를 목욕시킨다.


엄마 아들이니까 나도 해야지 하고 처음에는 같이 하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의 알몸을 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그 공간에 머물 수가 없었다. 그 형평 없어진 낡고 보잘것 없어진 그 몸을 보는데 심장이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눈물도 사치였다. 그저 그 공간을 피하고 싶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거라고 스스로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외면했다.

그런데 동생은 지금도 너무 자연스럽게 엄마를 목욕시킨다.


부끄러움도 잃어버린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동생이 손길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목욕을 한다.

대중목욕탕을 가는 것도 싫어해서 좁고 좁은 화장실에서 혼자 몸을 씻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다 큰 아들 앞에서 일주일에 몇 번이고 목욕을 한다.


그런데 엄마는 슬퍼 보이지 않는다. 마치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건강하실 때 엄마는 심심하면 말하곤 했다.


"난 딸이 있는 엄마들 부럽지 않아. 딸보다 든든한 너희들이 있어서 단 한 번도 부럽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다들 왜 이렇게 딸이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는 엄마한테 " 그래도 딸이 좋지, 같이 목욕탕도 가고, 쇼핑도 하고"


이런 기억이 살아 있어서 그런지 엄마는 행복하고 수줍은 미소로 그 뼈만 남은 인생의 굴곡을 드러내고도 슬퍼 보이지 않는다.


사실 오랜만에 엄마의 알몸을 본 나는 바로 집 밖으로 나와버렸다.

너무 초라했다. 너무 불쌍했다. 너무 인생이 불공정했다. 그래서 동생 집 근처를 서성이며 울고 또 울었다.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멀쩡한 척 오늘도 일터에서 바쁘게 일을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딸과 가족과 밥을 먹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딸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줬다.

아마 같은 시간 동생은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엄마에게 웃으면서 목욕을 시켜드렸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나도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말도 안 되는 일로 나이를 떠나서 세상과 등을 지기도 이 슬픈 세상에서

그래도 엄마를 볼 수 있어서 그래도 아직은 엄마라고 부르면 나를 바라봐주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며, 동네 카페 구석에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쓴다.


오늘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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