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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이 사라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그리고 주식시장의 하락

by 고용환

오직 가난 탈출이라는 한 가지 생각으로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지금의 내 모습이 부끄럽지 않다. 나 자신을 위한 투쟁이라기보다는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위해 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26살 부동산 투자를 시작으로 39살이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투자만을 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니다. 물론 남는 시간을 아낌없이 돈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표현하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목표했던 어느 정도 금액에 도달하고 세상에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시간들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3년 전에 이 정도 돈이면 충분히 웃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2022년 지금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현실에 어깨가 축 쳐진다. 우스개 소리로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정말 그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요즘 같은 세상에 넘쳐나는 정보와 모든 채널이 개인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완벽한 자본주의의 시작이라는 말들을 듣으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모든 조건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나에게도 약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소극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던 지난날이 후회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이 생길수록 더 신중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투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면 용기 하나만 가지고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아니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투자를 쉽게 결정해도 후회가 덜하다.


하지만 자본금이 커지고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투자처를 찾을 때는 그만큼 두려움에 중량도 같이 늘어난다. 투자 수익이 커지는 것은 반대로 손해도 엄청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몇 채 정리하고 억 단위가 넘는 잔고를 몇 달 동안 유지하던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냥 내 돈이 몇 푼 안 되는 은행이자를 받는 게 너무 화가 났다. 그렇다고 규제와 세금으로 더 진입이 어려워지고 확신이 어려운 부동산에 재투자를 금방 결정하기도 힘들었다. 물론 틈틈이 투자를 어디에 해야 할지 정보를 모으고 손 품을 팔았다.


그럼에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움이 생긴다. 그리고 그 남는 돈을 코로나 전으로 해서 주식에 많이 담았던 것이 또 다른 교훈을 안겨주었다.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 요즘은 그냥 담담하기도 하다. 2년 동안 높은 수익을 거든 것들을 모두 토하고 본전을 돌아간 이 무섭고 잔인한 시장에 그저 저 밑에 깔려 있는 개미라는 것을 실감한다.


우습게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는 여러 기사와 강의를 들었음에도 그리고 스스로 판단을 했음에도 자산을 분배하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 놀랍고도 한심스럽기도 했다.

수많은 책에서 언급한 개미들이 돈을 잃고 나오는 것을 나도 반복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당장 나갈 돈으로 주식을 하고 있지 않았기에 조바심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내 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기분 나쁜 일도 없다.


이제 반년 후면 40대에 접어는 드는 시점에서 이러면 경험들이 나중에 큰 기회를 잡고 더 큰 부자로 나아가는 거름이 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돈을 잃어도 보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잃어버리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 나중에는 더 큰 보답을 준다는 것을 이미 20대와 30대를 통해서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저번 주에도 내 돈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용기를 가져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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