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먼저 동거해보고 결혼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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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결혼이라는 행복의 족쇄를 너의 인생에 담기로 선택했다면 아빠는 응원한다. 결혼생활은 참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미성숙함을 깨닫게 해 주고 아픔을 주기도 한단다.

그래도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단다. 한평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매일 보는 것에 대한 지루함보다 더 큰 의미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선택으로 그 신성한 언약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혼이 흠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겠지만 실패는 결국 자존감을 낮게 만들지. 짧던 길던 함께 살았던 순간들은 너의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단다. 그것이 서로의 족쇄를 더 나은 삶을 위해 아름답게 놓아주었다고 해도 다시는 같은 새 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겠지.


혹시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은 확신과 용기가 생긴다면 결혼하기 전에 깊은 동거를 해봤으면 좋겠다. 이건 비겁하게 살라는 것은 아니란다.

동거라는 둘레 길을 추천한 이유는 사람은 같이 살 때 비로써 가면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지.

하루 짧은 데이트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함께 살면 그 연장선에서 그 아쉬움이 분노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단다.


결혼이라는 것은 그런 분노와 참지 못함까지도 다 포용하는 그런 약속이란다.


그 사람의 입술 감촉과 달콤한 스킨십이 너를 설레게 했더라도 어느 순간 코골이 때문에 침대 밖으로 피난 가고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현실이기도 하단다. 아주 사소한 것이 위대한 사랑의 감정을 뭉개고 밑으로 한없이 추락시킨단다.

그렇다고 아무 하고나 동거를 하라는 것은 아니란다. 꼭 이 사람이면 평생 함께 해도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과 유한한 시간의 일부를 마음껏 공유해 보라는 말이지. 그리고 동거의 일정 시간이 지나도 먼지보다 많이 보이는 그 사람의 단점까지 다 사랑할 수 있으면 그때 결혼을 해도 늦지 않단다.


물론 네가 성인이 되고 사랑이 너의 영혼과 눈을 가린 상태에서 아빠가 어떤 조언을 해도 들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단다. 이런 글조차 아무런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잠시 멈추고 생각 주었으면 좋겠다.


너의 인생은 온전히 너만의 세상이란다.


하지만 그 세상을 만들어 준 아빠는 네가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운 삶을 살게 되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이 되겠지. 지켜보는 것 그 자체가 지옥보다 더 힘든 시간일 거라고 상상하니 벌써부터 몸이 아픈 것 만 같구나.

그래도 아빠는 너를 응원 하마.


비록 달콤함에 견디지 못하고 급한 선택을 해서 아빠 등 뒤에서 한숨을 쉬어도 아빠는 언제나 웃어 줄거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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