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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Sep 13. 2022

2G서비스 강제 종료가 아버지 유산을 빼앗아갔다.

#강제2G서비스종료 #SK텔레콤갑질 #고객존중없는기업 #청와대국민청원


누군가 나를 보고 바보 같다고 아니면 멍청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오전에 국민 신문고에 글을 남기는 순간에도 그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남겼어도 여전히 억울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명절이 돼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핸드폰 요금제를 확인했다. 평소 변동사항도 없고 요금도 고정 금액이 지출되기에 T 월드를 들어가는 일은 적었다. 그런데 추가적으로 요금제를 변경해야 할 것 같아서 들어갔다. 그리고 살펴보던 중 전화번호 회선 1개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분명 2개 회선의 휴대폰 번호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점을 확인하고 다급하게 요금 정산서를 찾아봤는데 사라진 회선에 대한 요금 지불 내역이 없었다. 


사실 현재 사용하는 핸드폰은 한 개다. 하지만 번호는 2개이다. 4년 동안 기본 요금제 중에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해서 전화기 없이 요금만 지불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번호는 내게 소중했고, 내가 언젠가 사용하기 위해서 지켜야만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수많은 힘든 일을 정리하는데 쉽지 않았다. 빚도 청산, 그동안 밀린 세금 등등...

어린아이보다 말썽을 더 부린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고 나니 남은 것은 아버지가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가 전부였다. 아버지는 이 번호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이유는 끝자리가 동일한 숫자로 끝나는 아주 좋은 번호였고, 아버지 친구들과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정 금액 대리점에 돈을 주고 맞춘 번호라고 들었다. 


물론 그 번호가 의미하는 것은 쉽게 외울 수 있다는 장점이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쉬운 번호는 그 자체가 홍보였다.


그런 애착이 남은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인 그 번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먹잇감이 되었다. 친척 중 한 분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큰 아들인 나에게 백 년 만에 전화를 걸어서 아버지 돌아가시면 번호를 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해는 갔다. 옛날 어르신들 입장에서 얼마나 탐이 났을까... 


그래서 난 그 번호를 내가 가지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아버지 뒷일 처리하느라 고생한 대가이자 지금은 공무원이자만 나중에 내 일을 하게 되면 그 번호를 사용하기로 다짐하고 명의 변경을 했다. 그리고 4년 동안 요금만 내면서 번호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번호가 사리진 것이다.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답답해서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SK 휴대폰 대리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통화가 되었다.


직원은 2G 서비스 종료 문자를 못 받았냐고 물으며 번호를 조회하겠다고 번호를 물었다.

그리고 답변은 "아무 정보도 조회가 안 되는데요... 아마도 삭제되었나 봐요. 이제 고객님의 번호가 아닌 게 된 거 같네요."


순간 번개 같은 속도로 문자함을 뒤졌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함에 7월과 5월에 발송된 문자 2개를 발견했다. 

나는 문자를 보며 이게 아버지가 물려준 번화 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담당자에게 물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냥 번호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이미 번호는 010으로 변경을 해둔 상태여서 이 문자가 나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010-4444-****]의 고객님 번호가 해지되고 삭제된다고 안내를 했더라면 바로 대리점을 찾아갔을 텐데 그냥 2G 휴대폰 번호 해지 및 서비스 전환 지원 프로그램 종료라는 제목은 내게 아무런 전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저 문자 내게 남긴 의미는 현재 폴더폰을 사용하는 어르신들 지원을 해드릴 테니 010 번호로 바꾸면서 최소 3G로 사용하세요. 

이제 저희는 더 이상 카톡이 안 되는 폰을 판매할 수 없어요.'라고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선택한 요금제가 2G 요금제인 것도 잘 몰랐다. 그저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한 것이 나의 죄라면 죄 일 것이다.


전화를 붙잡고 억울해하는 나를 보며 친동생은 그냥 포기하라고 옆에서 속삭였다. 그렇지만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슬픈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연휴가 끝나고 나는 바로 출근해서 114에 전화를 했다. 일반 대리점은 아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서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으니 114에 전화해서 상담원과 통화하는 게 빠를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어떤 여성 상담원과 전화 연결이 돼서 차근차근 내 상황을 설명했다. 상담원은 이해한다고 했지만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다고 이미 종료되었고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삭제된 자료는 검색이 안 되기 때문에 그 번호에 주인이 더 이상 나라는 증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점점 열받으며 이상을 잃기 전에 상담원은 이 부분은 자기가 해결이나 상담을 지속할 수 없으니 매니저 급에게 전화가 갈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며 말을 마무리 하려고 했다. 나는 그런 상담원에게도 사정을 했다.


"제발.. 제 번호 돌려주세요. 제게는 그냥 번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그녀는 이해한다는 심정의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고 곧 다른 슈퍼바이저가 연락하도록 조치를 한다면서 나를 피했다.


몇십 분이 흐르고 전화 울렸다.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SK 텔레콤입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첫마디부터 죄송하다는 그 태도에 나는 불김함을 느꼈다. 그래도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차근차근 내 입장과 SK 측에서 서비스 종료를 하고 번호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1:1 통화나 설명도 없이 이런 애매모한 문자 2개를 보낸 것에 모든 전달의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했다. 


고객의 소중한 것을 강제로 빼앗아 가는 과정에서 이처럼 간단한 통보가 과연 정당한지 따지고 또 따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마치 AI와 통화하는 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지금 바로 대리점을 가서 개통해서 지원 서비스고 그런 거 혜택 필요 없이 정당하게 요금 다 내고 원하는 5G 요금제 비싼 거 사용할테니 번호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랬더니 이 번호는 골드번호라 일반 고객들에게 제공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답변은 나를 화산처럼 폭발하게 만들었다. 그런 골드번호를 이런 불명확한 문자 2통에 강제로 가져가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지.. 


그것도 단말기도 없이 요금만 내는 고객의 사정도 묻지 않은 채...


억울해하며 호소하는 내게 직원은 위로를 하고 싶은지 몇 마디를 더 했다. 그 말은 불난 집에 고유가 시대에 휘발유를 드리 부은 것보다 더 큰 분노를 내게서 탄생시켰다.


"고객님 정확하지는 않지만 11월쯤 골드번호 프로모션이 있을지도 몰라요. 거기 지원해서 추첨되시면 고객님 번호를 무조건 돌려받는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좋은 번호를 받을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아마도 이 번호는 골드번호라고 그때 풀릴지도 모르겠네요. 정확하지는 않지만요."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지금 이렇게 지구상에서 아버지의 유일한 남긴 흔적이 사라진 것도 억울한데 프로모션을 신청해서 한 번 도전이라도 해보라는 그 사람이 정상인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몇 분간 나는 화를 내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한 집에 가장일지도 모르는 그저 시키는 대로 답변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나 같은 존재한테 화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은 사실 죄가 없다. 죄라면 그 사람이 SK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고, 나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몇 분이 흐르고 나는 사정을 했다. 어디 연락하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냐고....

비참하고 억울하지만 그래도 번호를 가져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갑' 에게 빼앗긴 '을' 은

사정하고 또 사정했다.


추억이 담긴 나중에 아버지를 떠올리며 사용하고 싶어서 4년 동안 싼 요금제를 선택해서 

번호만 가지고 있었던 내가 바보인가.... 

묻고 싶다. 

삭제된 번호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 보호돼야 하기에 공개가 자체가 불가하고

개인정보를 강제로 삭제시키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된다고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묻고 싶었다. 아니 이렇게라도 해서 그 번호를 찾고 싶었다. 마치 아버지를 다시 잃어버린 것처럼 아프다.


누군가는 그냥 잊버리라고 말할수도 있다. 인정한다. 그 번호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모두에게 소중한 물건은 각기 다르다. 내게는 그 번호가 내 회선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 든든했다. 물론 직업 사정상 지금 번호를 유지해야 했던 나의 개인 사정이 그 번호를 홀로 외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빼앗겨버렸다. 강제로. 그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 신문고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글쓰는 공간인 브런치를 통해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만약 멀지 않은 미래에 그 잘난 행사인 sk 골드번호 프로모션을 통해 정말 남이 아버지의 번호를 받아서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비록 문맹처럼 그 문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잠시 의심조차 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고 누가 말한다고 해도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상담원이 생각했던 나는 아마도 그냥 좋은 번호를 놓친 것에 아까워서 날 뛰는 그런 놈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 번호가 아버지 번호였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그 번호가 어려운 번호이고 지금과 같은 똑같은 상황을 맞이했더라도 찾기 위해 노력했을테니까..



혹시 이 글을 읽고 저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신다면 아래 링크에 국민 청원 게시판을 클릭해서 찬성 한 표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registered/E1F036F3C9F82D0BE054B49691C198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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