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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06. 2022

30화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께 좋은 요양원이 존재할까?

#조기치매 #요양원 #최고급요양원 #요양등급 #등외자요양원비용 #효도

 https://brunch.co.kr/brunchbook/momlovefo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둘러보는 시간은 마치 지옥을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인지를 못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어디를 가는지 말해도 모르고 뒷자리에서 사탕과 백화점 딱 두 가지만 계속 말하는 엄마는 세상 걱정은 모두 잊은 것처럼 맑고 투명해서 화가 났다.


소개받은 요양원은 약간 외지에 있어서 차로 진입은 불편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4층 건물에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단층으로 된 요양원과 비교할 때 럭셔리한 느낌이었다.


문 앞에서 벨을 누르고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말을 했다. 몇 번이나 반복한 행동이지만 마치 부모를 버리고 싶어 안 달이 난 사람처럼 느껴져서 한심스러웠다.


"잘 오셨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어머~ 어머니가 너무 고우시다."


원장 선생님은 아주 밝은 톤의 목소리로 우리는 맞이했다. 마치 정말 좋은 곳에 놀러 온 사람을 대듯이 과장된 멘트와 그 표정이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상담실로 가는 짧은 길에 나는 빠르게 내부를 살펴보았다.

신설 요양원답게 내부는 정말 깔끔했다. 너무 깔끔해서 아프고 연약해진 어르신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인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상담은 바로 직설적인 원장 선생님의 단어로 시작했다.

바로 돈이었다.


"등급이 없으시다면서요. 그럼 하루에 식비랑 다 포함해서 9만 정도 나와요."


마치 돈 없으면 등급을 빨리 받아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순간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을 하니 여유 있게 매달 300만 원 정도 지출이 될 거 같았다.

한 달 겨우 400만 원 버는데 300만 원을 낸다고 생각하니 잠시 이것이 가능한 현실인가 싶었다.


물론 모아 둔 돈도 있고, 만약을 위해 가입했던 보험에서 돈을 받아서 적어도 2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재가에서 시설로 등급변경 된다고 하면 너무 버겁다고

하늘을 원망할 처지는 아니었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을텐데 오히려 감사할 지경이었다.


돈보다 우리 형제를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은 결국 엄마를 다른 곳에 보낸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속마음도 모르고 상담하는 동안 원장 선생님은 시설 자랑을 늘어놓었다.


시설을 둘러보며 지하에 찜질방이랑 적외선 안마기를 보여주며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병실은 3인실이고 채광이 좋아서 정말 답답하지 않다고 뷰를 강조했다.

마치 부동산 사장님이 집을 팔기 위해서 애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원장 선생님의 시설 브리핑을 듣는 동안 정신 오로지 다른 곳에 있었다.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바로 지금 2층에 머물고 계신 어르신들이 실제로 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출입을 강하게 금지했다. 마치 코로나가 요양원을 돕는 듯했다.


 짧은 안내를 마치고 다시 상담실로 올 때까지 엄마는 사탕과 화장실을 반복적으로 찾는 등 가슴 아픈 행동만 반복했다. 적어도 2년 전에는 치매 이야기만 나와도 두 아들 얼굴을 보면서 엄마를 치매 환자 취급한다고 고약한 악담을 내부었는데 지금은 모든 기억이 삭제돼서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치매 진단을 받고 겨우 2년이 흘렀을 뿐인데...


차라리 욕이라도 하고, 가기 싫다고 함께 살자고 조르기라도 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치스러운 상상을 잠시 하는 동안 원장 선생님은 환자 유치를 위해 마지막 필살기를 던졌다.


"못 드시는 게 걱정이잖아요. 우리 보호사 선생님 중 한 분을 밀착시켜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음식 별도로 잘 드실 수 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상담하면서 모든 음식을 다 뱉어버린다고 영양 공급이 부족해서 체중이 계속 빠진다고 말한 것을 듣고 센스 있게 대처하고 계셨다. 물론 무관심으로 영혼 없는 상담을 했던 다른 요양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믿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 둔 과장된 호의를 감출 수는 없었다.


90명 입원이 가능한 요양원을 차렸는데 현재는 어르신들이 없는 빈 건물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장 선생님이 입고 있는 비싼 옷이나, 진한 화장 그리고 비싼 보석들이 내 눈에 계속 들어왔다. 말은 엄마를 위한다고 하지만 꼭 아픈 사람을 돈으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악마의 불신이 나를 괴롭혔다.


 큰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결국 이곳을 선택하겠구나 속으로 생각을 하면서도 동생이라 상의하고 다시 다음날 찾아오겠다고 말을 던지고 포근함과 썰렁함 그리고 과장되어 보이는 요양원을 빠져나왔다.


이 불편한 마음을 아는지 포근했던 겨울이 고개를 들고 차가운 냉장고처럼 변해있었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바람도 따뜻한 엄마손의 온기 때문에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따뜻하고 착한 사람인데 하늘이 참 무심하고 엄마한테 못된 짓을 한다고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동생에게 짧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 때 이야기하자고 엄마가 두 아들을 떠나 앞으로 어디서 지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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