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용환 Feb 04. 2023

35화. 장기요양등급 시설로 변경신청이 되는구나...

#장기요양등급 #시설급여 #치매환자 #조기치매 #등급변경신청 #요양원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고 동생에게 돈은 걱정하지 말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현실은 차갑도록 장남인 나를 조여왔다. 치매 진단 후 첫 등급 판정은 인지 등급이 나왔다. 대학병원 담당 선생님도 어머니 상태에 비해 등급이 너무 낮게 나왔다면서 그 이유를 어머니가 65세 미만점과 인지 등급이 새로 생기면서 최소 4-5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데 운이 없었다고 말해줬다.


그동안은 골절로 동생이 일하는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고 계셔서 실비로 충당을 하고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부담했지만 그렇게 무리가 되지 않았다.

결국 만약을 대비해서 재등급 신청을 요청했고, 어머니는 몇 달 전에 4등급(재가) 판정으로 등급이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처럼 요양원에 입소를 하게 되니 재가 등급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등급 없이 입소를 하게 되니 매달 부담해야 금액이 230만 원 정도였고, 그동안 아무리 열심히 살았다고 해도 공무원 신분에 내 급여는 초라했다. 물론 투자를 통해 다행히도 목돈을 모아 두었기에 큰 소리를 쳤지만 잔고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외국인 아내와 합의 하 우리는 철저하게 자기 수입에 대한 부분은 서로 터치하지 않고 별도 관리를 하고 있었기에 엄마 때문에 지출이 늘어 난 부분은 아내와 상의할 수도 없었다.

상의한다고 해도 문화차이 때문에 속만 상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나는 혼자 감수하기를 선택했다.

주식 시장도 좋지 않아서 버티기를 해야 하는 것과 조금 더 보유하면 수익이 나는 것을 뻔히 예상해도 만약을 위해

현금화해서 현금 보유액을 늘려두기까지 했다.


동생은 자기도 돈을 버니까 같이 나누자고 말했지만 조그마한 병원 원무과에 박봉인 동생에게 부담 주고 싶지도 않았고, 결혼도 해야 하기에 최대한 돈을 많이 모으라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동생은 그럼에도 정 힘들면 언제나 말하라고 나를 위로해 줬다.


요양원에 어머니를 두고 온 것도 마음 한쪽이 불편한데 돈 문제는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모든 가정 일을 책임지는 내 입장에서는 절대로 한눈을 팔거나 잘 못된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만약을 위해서 가입해 둔 엄마 치매 보험이 있었지만 CDR 3 이상이 나와도 일정 기간 재검사를 해서 서류를 제출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심사에서 통과하면 매달 100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 던 어느 날 우연히 나는 4등급(재가)에서 시설로 그냥 변경신청을 하면 쉽게 등급이 나온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재등급 신청이 아닌 그냥 사이트에 접속해서 요양원 입소를 했으니 등급을 조정해 달라고 하면

 빠른 시일 내에 변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공단에 재등급 판정 신청만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누구도 우리에게 아주 자세히 설명해 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바쁘게 살고 있다는 핑계로 아주 자세히 문의하거나 알아볼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담해 보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나는 동생에게 바로 전화를 해서 내가 전해 들은 절차를 설명했고, 동생은 의심하는 듯했지만 장기요양등급판정 변경 신청을 하자고 했다.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 접속해서 요양원 입소에 따라서 4등급 재가를 시설로 변경한다고 신청을 했다.

신청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 어머니 등급이 시설로 변경된 것이다. 나랑 동생은 그냥 전화통을 잡고 돈을 아껴서 좋다기보다는 참 우리가 멍청했다고 서로에게 말을 주고받았다. 진작에 시설로 변경해 줄 수 있었는데 몰라서 안 했기 때문이다.


요양원에 전화를 해서 시설 등급을 받았다고 다음날 원장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밝은 어조로 너무 축하한다고 내게 말했다.

무엇을 축하한다는 건지? 순간 무슨 말로 대응을 할까 고민했다. 돈을 아끼게 돼서 축하한다는 건지.. 그렇게 들렸다.

그러면서 시설 등급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환금을 해주겠다고 관련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등급 이야기를 마치고 어머니 안부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미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물론 그동안 혼자 걱정하던 돈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해결을 해서 마음은 편했다. 그런데 반대로 왠지 모르게 너무도 씁쓸했다.


지금도 살아 계시지만 어머니가 건강하실 때 버스비도 아까워서 본인은 그 좋지 않은 몸으로 먼 길을 매일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면서도 항상 가난해서 두 아들에게 미안하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지금은 모든 돈 걱정, 두 아들 걱정에서 강제로 해방돠셨지만 돈이라는 그림자는  언제나 우리 삶을 따라다니는 했다.


또한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우리와 같은 환경에 처한 많은 보호자와 환자분들이 잘 알지 못해서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혜택을 받지도 못하고 살고 있을지 생각했다. 아마도 수많은 분들이 이렇게 몰라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건 무식해서, 잘 배우지 못해서도 아니고 바쁘게 성실하게 하루하루 착한 노동자로 살아가가에 자기를 챙길 시간이 부족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이나 내야 하는 것들은 집요하게 고지서를 발송해서 과태료까자 부과하면서 이렇게 보장을 받을 것들은 설명을 집요하게 안 해주고 사이트에 알기 모호한 설명으로 공지만 해두는 것이 복지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정말 성실하게 세금을 내면서 열심히 반평생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최선을 다해서 사셨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준비와 어떤 것들을 더 알아야 하는지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엄마를 보고 싶다. 언젠가 엄마가 나를 기억에서 지워버린다고 해도 그래도 잘 준비하고 우리 가족들이 모두 기댈 수 있도록 나를 더 챙겨야겠다.


절대 쓰러지거나 지치면 안 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34화. 엄마는 요양원에 있어도 설날은 흘러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