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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Feb 13. 2023

36화. 엄마 머리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

치매 환자라도 아직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간단한 변경신청을 통해 4등급 시설을 받은 나와 동생은 허탈함에 한 동안 몰라서 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시간 안주 삼아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한편으로는 마치 엄마가 우리 자식들에게 부담을 적게 주려고 애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돈이 많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아무 생각 없이 만약을 위해 오래전에 들어 둔 간병인 보험에서 보험을 받고 그 돈으로 일정 부분 병원비와 검사비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남들이 걱정하는 엄청난 경제적인 부담은  아직 경험했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만약에 재가 등급으로 요양원에 오랜 시간 계셨다면 그것이 바로 재정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내게 아주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은 당연했다. 재가 등급을 받고 매달 본인부담금은 60만 원 정도로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이렇게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나는 발걸음 재촉해서 틈을 내서 동생 집으로 향했다.

물론 지방에서 경기도까지 4시간이 넘는 운전을 해야 했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짧게라도 엄마를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동생 일하는 병원에 있을 때도, 지금 요양원에 계실 때도 한순간도 내 마음이 편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갑자기 생긴 시간에 맞춰서 올라가는 중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바로 요양원에 면회 신청을 사전에 하지 못한 것이다.


원장 선생님은 최소 일주일 전에 면회를 신청해 줄 것을 몇 번이나 당부했었다. 그리고 방문객은 약국에서 진단키트를 사서 면회 전에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와야만 엄마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두 번째 면회이기 때문에 키트는 미리 약국에서 사뒀지만 미리 말을 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동생도 갑자기 내가 올라오는 바람에 요양원에 알려줄 수가 없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늦은 밤이지만 내일 엄마를 급하게 볼 수 있냐고 원장 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물론 카톡에 작은 숫자 1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놓였다.

적어도 당일 통보하고 무작정 찾아간 것은 아니라는 안도였고, 자식이 갑자기 시간이 돼서 면회를 요청하는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어서 동생 집에 도착한 나는 장거리 운전으로 쌓인 긴장과 일터에서의 피곤이 몰려와서 실신하듯이 잠이 들었다. 동생은 다음 날 반차를 냈으니 오후에 다시 빨리 퇴근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동생 집에서 잠이 든 나는 창문 너머 너무 밝게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눈을 떴다.


동생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일어나서 바로 카톡을 확인했다. 원장 선생님의 답문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기한을 지켜주세요. 오늘 제가 없는데 제가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말해 둘게요. 검사 꼭 부탁드리고요."


카톡의 메시지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난 아이처럼 강한 어조가 느껴졌다.

나는 엄마를 보러 가는 죄인이 되어서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세수를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과 요양원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이마트로 향했다.


무설탕 캔디, 마스크, 수면양말, 물티슈, 믹스커피, 딸기, 그리고 과자를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짧은 면회지만 엄마가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리고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우리 형제를 보고 밝게 웃어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감정도 나를 스쳐 지나갔다.


여러 가지를 사고 마지막으로 보호사 분들께 드릴 음료와 과일을 사서 동생 집으로 향했다.


동생이 도착하고 10분 거리에 위치한 요양원 앞에 도착해서 이렇게 가까운데 자주 보지 못하는 코로나를 원망하며 진단키트로 콧구멍 고문을 실시했다. 음성을 확인하고 벨을 누른 후 1층 로비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요양원 내부는 춥지 않았다.

한파로 많은 걱정을 했는데 따뜻한 실내 공기에 내 마음도 녹는 것 같았다. 몇 분이 흐르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엄마가 보호사 선생님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는 동생과 내 얼굴을 확인하고 동생 이름을 몇십 번 반복적으로 불렀다. 순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유치하게도 서운함을 느꼈다. 우리는 엄마를 손을 잡고 엄마 얼굴 요기조기를 살펴보았다. 엄마는 우리가 가져온 사탕을 보자마자 사탕을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사탕을 입에 물고 과자를 달라고 손짓했다. 나는 천천히 먹으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동생은 한참이 지나고 엄마의 여기저기를 살피며 계속 말을 걸었다.


"엄마, 텔레비전은 잘 봐?"

"엄마, 사탕 맛있어?"


엄마는 고개 끄덕거렸다.


"엄마 여기서 잘해줘?"


마지막 질문에 엄마는 고민도 없이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표현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나름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그 반응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그냥 엄마한테 미안했다.

이렇게 엄마를 이곳에 둬서.... 이렇게 엄마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그렇게 30분 정도가 흐르고 직원이 내려와서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하면서 엄마를 모시고 가야 할거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우리 옆에 앉아서 몇 마디 던졌다.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거짓말처럼 들렸지만 웃는 얼굴로 직원분께 고맙다고 말을 전했다. 더 있으면 있을수록 마음이 아파와서 직원의 권유에 따라 엄마와 작별인사를 하기로 했다.

잘 부탁드린다고 하면서 과일 바구니와 엄마 용품을 넘겨 드리며, 엄마를 배웅하는데 엄마는 동생과 나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집에 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우리 쪽으로 나오려고 했다. 나는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보호사분도 조금 당황했는지 엄마를 더 붙잡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성급하게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나와 동생은 그 앞에 멍하지 몇 십 초를 서 있었다.


예상했지만 우리 형제의 가슴은 누군가 망치로 때린 것처럼 멍이 든 것만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동생 집으로 운전을 했다. 동생은 내게 말을 했다.


"형..... 엄마 머리에서 엄청 냄새가 났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냄새를 맡지 못하기 때문에 동생이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형... 일주일 전에 연락 달라고 하는 건 샤워시키려고 그러는 거 같아. 일주일에 정해진 샤워를 해주는 우리가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까. 기저귀는 갈아주는지..."


그 말속에는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섞여있었다.


"더 좋은 곳을 찾아보자. 이제 등급도 나왔으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참자."


동생은 내가 걱정할까 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을 아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곳에 모셔도 완벽하게 만족하는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작은 불신은 큰 불꽃으로 우리 가슴속에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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