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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1초에 6원씩 벌고 있습니다.

후배들아 돈 없으면 나중에 늙어서 고생한다.

by 고용환

어른이 되면 자립을 하고 직장을 가지게 된다. 직장은 어른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금전적으로 부모님에게 자립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취업을 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많은 직장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더라도 직장을 가졌으면 경제적으로 자립했다고 생각한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새로 경험하는 직장은 모든 젊은 사람들에게 마냥 천국은 사실 아니다. 그동안 그려왔던 그런 달콤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이어족이나, 경제적 자유나 이런 용어들이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나 또한 21살에 직장인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사회인이 되어서 지금 벌써 19년 차가 되었다. 물론 기업에 취직을 하지는 않았다. 나랏돈을 받으며 그 긴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 나랏돈을 받는 직장의 인기는 예전만큼 좋지는 않다. 그 부분도 충분히 이해한다.


공무원의 단점과 장점은 검은색과 하얀색처럼 아주 명확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저시급이 너무 오른 지금 겸직도 불가능한 공무원을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타이틀과 연금이라는 안도감도 이미 유행 지난 인기곡 차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21살부터 좋든 싫든 내 노동력을 희생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의 연봉을 그냥 그저 그런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과 비교하며 그래도 공무원이 좋다고 말을 해준다. 예전에는 나도 후배들에게 그래도 나랏돈이 좋다고 말하긴 했었다.

왠지 모른 안도감은 무엇인가 말로 표현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꼬박꼬박 돈은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짝 벗어난 해방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지나간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수 천억을 줘도 바꾸지 못할 20대

모든 가능성을 도전으로 바꿀 수 있는 30대를 보내버렸다.

40대로 접어든 지금 나는 무슨 경쟁력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과연 지금 사회로 나가면 사람 구실이나 할 수 있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무거워지는 가장의 무게감이 나를 누르고 또 누른다.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 보내다 보니 어느덧 2023년 1월도 지나가 버렸다.

뉴스, 신문 등 인플레이션을 떠들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1.7% 임금 상승률을 공지하며 새 해를 시작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한 달에 6만 원 정도 더 받는 것이었다.

교통비, 유류비, 난방비, 식품비 등등 모든 것이 올랐는데 내 능력이 멈춘 것처럼

내 월급도 멈춰 있었다.


그래서 내가 받는 돈을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월급을 일당으로 나눴고

그다음에는 일당을 시급으로 나눴고

그다음에 시급을 분급으로 나눴다.

마지막으로 분급을 초급으로 나눴다.


결국 나는 1초에 6원을 벌고 있었다.


1초에 나누니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

박봉인 건 알았지만 나누고 나누니 더 보잘것없어 보였다.


결국 19년을 한 곳에서 열심히 일 했는데 그게 내 몸값이었다.


나는 내가 계산한 아니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비참해서 아니면 귀찮아서 하려고

하지도 않는 그 간단한 계산 결과를 내 자리 옆 화이트보드에 크게 적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홍보하자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보다 후배들은 분명 나보다 적게 받고 있을 테니 내가 놓친 그 무엇을 빨리

깨닫기를 바라는 작은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스스로 채찍을 들기 위해서였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나의 가치(몸값)를 확인한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공무원의 장점을 나쁜 의도로 이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1초에 6원 번다고 적은 것을 보고 어떻게는 일을 적게 하면 공짜로 나랏돈을

버는 거라고 할 수도 있다.(아니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의 1초는 적어도 업무시간 동안은 치열하다.

마치 전쟁터처럼 말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모으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글을 남겨보려고 한다.

브런치 시작은 재테크 글로 시작했는데 글이라는 게 마음이라서 그동안 내가 처한 상황에 좀 더

집중해서 글을 남겨왔었다.


외국인 아내와 사는 내 속마음, 못난 아버지 이야기, 치매로 결국 경제적 평온을 강제로 얻은 어머니 그리고 사소한 걱정들 말이다.


그런데 2023년 나도 나를 돌아보고 다시 돈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투자, 절약, 마인도 모두 다시 세팅하지 않으면 어쩌면 노후는 어두운 흑백으로 물들 거 같다는

위기감이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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