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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행복하다는 거짓말의 진실

by 고용환

돈을 주제로 하는 글을 올리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내가 돈을 소홀하게 생각하거나 투자된 내 돈을 남의 것 하듯이 지냈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도 꾸준히 틈나는 대로(없으면 만들어서 라도) 책을 읽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지쳐서 쓰러지듯 숙면을 취한다.


물론 최근에 대학원(박사과정)을 다니면서 과제와 소논문 그리고 시험 준비 등등 많은 시간을 그쪽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경기도 고만고만하고 이슈도 많아서 좀 지켜보고 있기는 하다.

월급쟁이가 갑자기 어디서 투자금이 뚝하고 떨어지는 그런 기적은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면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살짝 돌렸다고 하면 그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주식장이 계속 떨어지면 창을 보지 말고,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하라고 조언하는 분들의 말을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월배당주(미국주식)를 늘리고 배당금으로 재투자는 꾸준히 하고 있다.


정말 수천억, 수백억을 가진 분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억 단위가 넘어가는 돈에서 나오는 배당은 매력적이다. 적어도 고민하고 시장 속에 몸을 두고 매복을 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요즘 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더 많아진다.

좋아서 시작한 공부의 마지막 과정에 도착했다. 물론 일 끝나고 학교로 가는 길에 밥도 못 먹고 수업 마치고 집에 오면 몸은 아주 너덜너덜해져서 침대 속으로 다이빙을 하지만 감히 그 속에서 바둥거리는 내 모습이 행복하다.


어린 시절 17살 고졸 자퇴생 신분으로 돈을 따라다니며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일을 하면서 보낸 그 시절을 떠올리면 요즘 내 삶은 정말 럭셔리해졌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꾸준히 더 나은 것을 위해 천천히라도 걸었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친하고 아끼는 후배(요즘은 그런 친구들 찾기 정말 힘들다. 다 도망간다. 그냥 같이 장난만 쳐주길 바란다)를 만나면 공부해서 자기 계발하라고 이야기해 준다.

만약 내가 아직도 검정고시 출신 고졸이었다면 공부하면서 만난 그런 좋은 분들의 영향을 절대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는 단계가 있다. 학사 다음에 석사 그리고 박사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무리 돈 많은 재벌도 고졸에서 바로 박사과정으로 갈 수가 없다. 한마디로 시간을 태워야 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공부하라고 말하는 재수 없는 놈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학력은 개판이다. 검정고시, 학점은행제 전문학사, 사이버대학교 학사, 학점은행제 학사, 지방 산한골 짜기 대학 석사(논문 쓴다고 하니 놀라는 그런), 지방 국립대 박사 과정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오프라인 수업조차 받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듣는 수업은 내게 엄청난 엔도르핀을 준다.


그래서 요즘 같이 엔도르핀이 넘쳐날 때는 '돈 없어도 행복하다는 그 말'을 떠올린다. 돈을 멸시하고 감정을 중시하는 감정주의자들의 핑계쯤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만 자기 만족감이 지속되면 돈이 중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듯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돈 없으면 행복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당장 등록금도 해결이 안 되니 그런 만족감을 느낄 수도 없고, 직장에서 지위도 없으니 일주일에 휴가를 이틀정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아주 주머니 빵빵한 지원군(부모나, 재산)이 없다면 조금 힘들어도 그 기반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마흔이 된 나이에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생각한다. 내가 정상적인 아니 조금이라도 평범한 또래 집단의 여건이었다면 그래서 이런 질 좋은 교육과 내 관심분야를 일찍 접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직장에서 발전성이라는 것을 배제당하고 시키면 시키는 것만 해야 하는 삶을 20년 넘게 지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돌파구를 찾아가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바이다.


이런 글을 읽으면 뭔 개소리지?라고 인상을 쓸 수도 있다. 근데 결론은 '돈 없이 행복하기는 힘들다'이다. 그리고 내가 형편없으면 나를 발전시켜 줄 곳으로 계속 나를 끌고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말 희망 없는 사람들 주변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함께하면 있던 희망도 사라진다. 우리는 알고 있다. 하루 종일 불평만 늘어놓으면 인상 '팍' 쓰고 일을 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희망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부정적인 사람도 긍정적으로 변한다.


왜냐면 주변의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입 밖으로 나 올 수가 없다. 만약 그런 말이 습관처럼 나오면 주변에 사람들이 웃으면서 말해준다.


'할 수 있다고! 우리 함께 해보자고!'


루저들은 반대로 말한다.


'해도 안된다고, 소용없다고 그러니까 오늘 술이나 먹자고!'


그렇게 술을 먹으며 힘들게 노동으로 번 돈을 그날 다 쓰고 다음 날 쓰린 속을 부여잡고 인상을 쓰며 일터로 나간다.



마흔에 박사는 늦은 거 아닌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한 내가 쪽팔리다. 아는 게 없는 통통 소리가 나는 깡통이라는 것이다. 나는 막내이다. 같이 수업을 듣고 연구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은 내년에 여든 살(80세)이시다. 나보다 인생을 두 배 사신 분과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듣고 토의하고 과제를 하고 발표를 하는 모든 시간이 경이롭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그분들이 모두 먹고살기 충분해서 이곳에 모인 것은 아니다. 들어보면 정말 치열하게 사셨다. 하지만 모두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달랐던 것뿐이다.

적어도 가족부양의 의무나 내 주변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을 정도로 무엇인가 기반을 만들었다. 그것에 대한 기준은 모두 다르다. 자신만의 정확한 기준이 존재한다.


나도 그러하다. 돈이라는 것을 따라가면 잔고가 백만 원일 때는 천만 원만, 천만 원일 때는 제발 일억만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십억이 통장에 생기면 그때 알게 된다. 아직도 돈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정말 부자가 된 사람들이 한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 또는 한 가지 일에 혼신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더니 돈이 저절로 따라왔다는 그 말 말이다.


포기하지 말자.


좋은 부모가 만나는 행운이 없어서 못 배운 지식과 경험은 다른 사람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조금 방황해서 날려버린 학창 시절 때문에 출발점이 시궁창이라면 조금 늦게라도 출발하면 된다.(그 누구도 출발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


목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한다면 당장 퇴근 후 배달이라도 해서 번 돈으로 배당주라도 사서 매달 200원이라도 받으며 자본 체력을 키우면 된다. 그냥 몇 푼 안 되는 돈이라고 지갑을 열면서 사는 사람보다 10년 후에 더 잘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돈은 습관이다. 잘 모으는 습관은 잘 버는 능력보다 중요하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포기하지 말자. 잘 사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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