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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Apr 09. 2023

40화. 요양원에서 다시 집으로

11월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어느덧 한 해가 지나 4월이 되었다. 각자의 시간은 무섭고 잔인하게 흘러간다. 동생은 동생대로, 나는 나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말이다. 어쩌면 가장 멈춰있는 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안타까운 건 엄마일지도 모른다.


요즘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냥 멍하니 사람들을 보곤 한다. 놀이터에 딸아이를 데리고 가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한참 재미있고 즐거울 것만 같은 어린아이들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쓸쓸하게 자신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보인다.

매일 아침 눈 떠서 잠이 드는 하루하루가 빠르다고 투정 부리는 것은 어쩌면 참 행복한 사치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주변 사람들의 시간을 관찰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엄마의 시간이다. 과연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까?


어떤 지루함도 기대감도 과연 존재할까?


물론 이런 엄마 걱정을 하는 건 나뿐이 아니다. 동생도 처절하게 엄마를 걱정한다. 저번에 병원에 모시고 간다고 외출을 나와서 하루 종일 함께 엄마와 시간을 보낸 후 동생은 잠잠했던 고민을 다시 현실화시키려고 했다.


"형. 엄마 모시고 살아야겠어.."


그 말을 듣고 바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라고 너하고 싶은데로 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생은 그랬다. 저번에 이마트에서 춤을 추는 엄마를 보니 자신이 지쳐서 추해지더라도 직장 근처로 이사해서 매일밤 퇴근하면 엄마를 모셔보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요양원에 계시다가 혹시나 잘 못되면 평생을 후회하며 살 것 같다고.....


결국 나는 동생이 이사 갈 집을 보러 며칠 서울에 올라갔다. 이곳저곳 보러 다녔다. 동생은 걱정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듯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려고 하니 집은 훨씬 작아졌고 상태도 별로였다. 나는 집을 하나 두 개 보면서 머릿속에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결국 다시 내려오기 하루전날 동생과 이야기를 했다.


"엄마를 모시고 사는 게 정말 엄마를 위해서 좋은 건지도 생각해봐야 해."

동생은 한숨을 쉬며 내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형, 형은 아빠 간병도 원 없이 하고 아빠한테 상처도 주고 그러면서 그 시간을 보냈잖아. 그런데 그때 나는 외면하고 있었어. 병원도 안 가고 그냥 내 방에서 게임이나 하면서..."


동생은 나와 자신을 비교했다. 나는 동생을 설득해보려고 했다.


"그건 네가 아빠랑 정이 없잖아 그리고 좀 더 어렸고...."


"그래. 그래서 지금은 엄마를 모셔도 된다고... 아직 결혼 계획도 없고 엄마한테 남은 시간도 별로 없어 보이고...."


동생은 확고했다. 직장 근처로 집을 구해서 매일 아침에 엄마 손을 잡고 직장까지 걸어가서 직장 옆에 주간보호센터에 엄마를 보내고 일 마치면 엄마를 픽업해서 같이 손을 잡고 집으로 오고 싶어 했다. 목욕도 시켜드리고 자다가 매일매일 힘들고 지쳐도 그렇게 엄마의 허무한 시간을 같이 채워주고 싶어 했다.


그냥 나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형이 너까지 걱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 형이 이기적이라서 그래... 모든 게 엉망이라서 너라도 형이 걱정하고 싶지 않아서... 네가 엄마를 모시면 너도 내가 걱정해야 하니까. 그럼 더 힘들어질 거 같아서."


그냥 속마음을 말해버렸다. 그동안 너무 달려왔다. 어깨가 무너져도 천만번은 더 무너졌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너무 지친다는 느낌에 사로 잡혀서 멈출 수가 없다.


동생이 효자 노릇을 하겠다는데 기분 좋게 하고 싶은 것을 도와주면 되는데..

한 달이던 두 달이던 하고 싶은데로 그냥 두면서 그 시간에 나도 포함돼서 엄마를 더 많이 보면서

추억을 만들면 되는데 쪼잔한 내 가슴이 더 좁게 느껴진다.


동생은 형의 속마음을 듣고 마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해한다는 듯 그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동생 감정 따위는 그냥 넘겨두고 난 내 마음만 쏟아내고 차를 타고 무겁고 어두운 밤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운전을 해서 내려갔다. 동생이 혼자 남아서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도 되었지만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카오디오 볼륨을 올렸다.


그리고 3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지친 몸으로 자정에 휴게소에서 동생에게 카톡을 보냈다.


"형이 미안하다. 니 하고 싶은데로 해. 너 마음 편한 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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