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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30. 2020

이혼을 할거 같다고 했다

아버지와 반대로 살기로 했다

아버지는  내가 이혼할 거라고 했다.     

 

 시간은 기쁨과 슬픔을 가리지 않는다. 매정하게 항상 흘러 간다. 아버지의 두 번째 뇌의 종양 제거 수술 날자가 잡혔다. 나를 포함한 가족들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처음의 수술과 다르게 다들 큰 긴장감도 없어 보였다. 아버지는 수술을 해준 의사 선생님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매번 그들이 성의 없다고 느껴졌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위대함과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은 있었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그냥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버지와 대화를 더 많이 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이제 미국으로 출국이 두 달 정도 남은 상태였다. 부사관의 국외 군사 교육은 장교와 다르게 기간이 상당히 짧다. 이번에 내가 선발된 교육은 미국에 조지아주에 있는 보병학교에서 15주 동안 받게 되어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암과 싸우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왠지 교육을 받으러 미국으로 출국을 하고 다시 귀국을 할 때는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함이 나를 괴롭혔다.

      

  어느 날 밤 아버지가 밤에 자다가 새벽에 일어났다. 나를 깨우는 일이 없는 분인데 그 날은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 이름을 불렀다. 눈을 뜨니 아버지가 복도로 나가자고 손짓하였다. 복도로 나와서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니 자다가 무슨 꿈을 꿨는데 기억은 안 나지만 이상한 꿈이 었다고 하였다.


  우리는 병동 복도에 의자에 앉았다. 평생을 본 아버지지만 이상한 어색함은 항상 존재했다. 엄하지도 잔소리가 많지도 않았던 분이 었는데 왠지 모를 거리감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 날 나는 아버지에게 한 가지를 물어봤다.      


“아빠, 내가 지금 여자 친구랑 결혼하면 어떨 거 같아?”     

  지금 여자 친구는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온 백인 여성이었다. 아버지가 아프고 병원에 몇 번 병문안을 와서 아버지도 얼굴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담담하게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지금까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너? 그 여자랑 결혼할 거 같은데, 그런데 이혼도 할거 같은데.”     


  나는 당황했다. 순간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나는 되물어보고 싶었지만 정확히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지금 종양 때문에 무엇인가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가 안되었나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아버지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자신이 젊을 때 놓친 성공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악연에 대한 원망이었다. 사실 악연의 대부분은 아버지의 형들이었다. 5남 3녀의 7번째로 태어나서 아버지는 남자 형제 막내로 자란 것이다. 가만히 고모들의 말을 들어볼 때 그래도 아버지는 초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제법 했다고 했다. 그런데 형편 때문에 공장에 갔다고 했다. 그런 후회가 남아서였는지 몰라도 석유 소매업으로 돈벌이 괜찮고 아버지가 최소한의 가장 역할을 할 때 아버지는 그 육체적 노동을 매일 하고 밤늦게 집에 와서 항상 책을 봤다. 나는 그 모습을 기억한다. 조금 한 스탠드를 켜고 엎드려서 백과사전이나 다른 책들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솔직히 너무 어려서 잘 몰랐지만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육체노동 후 책을 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지금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다문화를 감당하기 힘들고 많이 지치는 상황이 오면 나는 그때의 아버지의 말을 생각난다.


아버지는 내가 힘들어 할 거를 아셨던 걸까?

내가 이혼을 하게 될까? 내가 끝가지 이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 나도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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