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가족의 완성 1

가족은 어떻게 완성되고 해체되나

by 주영헌


방 밖이 시끄럽다. 씨발, 씨발. 몸을 뒤척인다. 베개로 귀를 막고 이불을 뒤집어쓴다. 아침 햇살은 방구석에 틀어박힌 뱀파이어 한 마리를 태워죽일 기세로 진격을 한다. 벌건 눈을 뜨고 다섯 손가락을 힘껏 뭉쳐 침대를 내려친다. 핑, 스프링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진심을 모은 동그란 주먹은 힘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침대 위로 솟구친다. 침대에 달라붙어 있었던 잠의 알갱이들이 햇빛 사이를 둥둥 떠다닌다. 초파리의 비대칭 비행처럼.

젊음은 잠이 없다. 어제저녁 야동과 스타크래프트의 완벽한 조화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은 터였다. 늦은 밤 까지 좀처럼 오지 않는 잠은, 보상심리 때문인지 보통 점심 가까이 돼서야 내 몸을 벗어난다. 아침이자 점심인 첫 식사를 하기 전까지, 내 몸은 내가 아니다. 잠으로 가득 채워진 텅텅거리는 가죽 주머니에 불과할 뿐. 나는 새벽잠이 없는 노인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장실 본 사람 누구야.”

작은 누나의 목소리가 집 안을 진공 한다. 누나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분명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나쁜 꿈을 꾸었다거나, 밥이 설익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달거리중이거나. 화장실 물이야,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일인 것을. 그러고 보니 새벽에 소변을 본 후 물을 내렸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죠.”

작은 누나의 째진 눈이 아버지에게 표창처럼 꽂힌다. 범인을 색출하는데 전과자만큼 좋은 용의자가 없다.

“변기 뚜껑이 두 개다 올라가 있었다고요.”

“나는 아니다.”

정말 아니라는 듯 TV를 보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무심하다.

“또, 막내가 그런 것 아냐.”

큰 누나가 작은 누나를 거든다.

“아서라 아서. 자는 애를 왜 깨우고 그래. 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을 거다.”

“이유는 무슨 이유. 엄마가 매일 싸고도니까 저 자식이 저 모양이지. 아버지처럼.”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린다. 헛기침은 아버지가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작은 누나가 방문을 찼는지 쿵, 가벼운 발소리가 내 방안에 파동을 만든다. 출근 시간만 아니라면 작은누나는 어떻게든 나를 방 밖으로 끄집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가족이 뭘까?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혈맹(血盟)이 맞을까. 되돌아보면 우리 가족 덕분에 행복했던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첩 속의 나는 항상 웃고 있지만, 정작 웃을 일은 많지 않았다.

아버지는 사진을 찍으면서 나에게 언제나 웃음을 주문했다. 만약 웃지 않으면 온갖 위협을 동원해서라도 억지로 웃게 했다. 나이가 들은 후 과거의 잡다한 기억은 지워지고 사진 속의 풍경이 기억을 대체한다는 것을 아버지는 어렴풋이 직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것이 젊은 아버지가 미래의 자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을 것이다.




잠 속으로 빠져들 때쯤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안경을 쓰고 시계를 본다. 아직 열 시도 되지 않았다.

“얘, 학교 안가냐.”

아버지 목소리다. 목소리에 힘이 없다. 누나들의 난리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강의 없어요.”

“몸 상할라. 밥은 챙겨 먹어야지.”

나는 다시 이불을 덮는다. 잠을 좀 더 잘 생각이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 네 누나들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

누나들이라고 하면 복수형. 큰 누나와 작은 누나 모두 남자친구를 데려온다는 뜻인가. 작은누나는 알겠는데, 큰 누나의 남자친구라니 좀 낯설다.

“나도 사실 오늘 아침에 얘기 들었다. 네 작은 누나가 그러더구나. 깨끗하게 하고 있으라고.”

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손톱 사이에 비듬이 가득하다.

“그래서 목욕이나 다녀오려고.”

“예, 다녀오세요.”

아버지와의 몇 마디에 잠이 확 달아난다. 나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본다. 야광별이 빛을 잃은 채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접착제가 다 되었는지, 이불위로 별이 떨어질 것 같다. 누나들도 멀지 않아 저 별들처럼 아버지로부터 뚝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다시 아버지 목소리가 들린다. 내 방 밖을 서성이고 있는 것 같다.

“너도 목욕탕 간지 꽤 오래됐지.”

“예. 저는 목욕탕 안가요. 그냥 집에서 샤워해요.”

“그렇구나. 안 그래도 목욕탕에 젊은 사람들이 없더라. 나 혼자 다녀오마. 쉬어라.”

저 꼰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을 텐데. 재미없었다던 엄마와의 연예 시절처럼 말을 빙빙 돌리고 있다. 머리가 복잡하다. 뜨거운 열기로 불알이 축 처진 부자가 욕탕 의자에 앉아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꼴이라니. 아버지와 같이 목욕탕에 다녀 온 지도 십 년이 더 된 것 같다.

“에이. 새삼스럽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가 집을 나선 것이다. 지금 나서면 같이 갈 수 있을 텐데. 마음은 동하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다. 서로 벌거벗은 몸을 보며 나눌 얘기도 없다. 그나마 다사다난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모두 정리했다.

방문을 열고 나선다. 식탁 위에 치우지 않은 반찬들이 놓여 있다.

“아버지랑 같이 나서지 그랬냐.”

엄마가 밥그릇에 밥을 푸면서 말한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

“반 그릇만 요.”

“계란프라이라도 부쳐줄까.”

“예.”

“너도 들었지, 누나들 남자친구 데려온다고.”

나는 총각무를 씹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매콤한 총각무의 맛이 입안으로 퍼진다.

“네 아버지, 말 안 해도 걱정하시는 것 다 안다. 둘 다 시집보내려면 돈이 꽤 들어갈 텐데.”

“지들이 돈 벌어 놓은 것 있겠죠. 그걸로 가라고 해요.”

“벌었으면 얼마나 벌었다고. 어휴. 걔들도 다 사정이 있을 거다.”

엄마의 한숨에 입맛이 뚝 떨어진다. 수저를 내려 놓는다.

“왜 더 먹지 않고.”

“됐어요. 배가 안 고파요.”

나는 방으로 들어가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 밖을 나선다. 연락할 놈들은 몇 있지만, 포기했다. 이 시간이라면 분명 게임 속 캐릭터처럼 큰 칼을 휘두르며 잠속의 어느 왕국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이런 건물들이 여기에 있었나. 몇 번을 스친 길이지만 낯설다는 느낌이 든다. 골목 끝에, 아버지 나이만큼 오래된 목욕탕이 보인다. 저런 곳까지 목욕하러 오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걸까. 건물처럼 욕탕도, 때밀이도, 계산대를 보는 주인도, 낡았을 것 같다.

끽,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누굴까. 분명히 이 동네 할머니거나, 내 아버지처럼 푼돈도 아까워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누굴까 지켜볼까 하다가,

됐다. 안 봐도 뻔한 초라한 얼굴. 봐서 뭐하냐. 나는 뒤돌아선다. 근처에 있는 PC방이라도 찾아봐야지.

“아들.”

아버지 목소리다. 뒤돌아선다. 구겨진 검정봉투를 든 아버지가 목욕탕 앞에 반가운 얼굴로 구부정하게 서 있다. 내 아버지의 목욕탕이 저렇게 후진 곳이었다니. 아버지의 목욕탕이 몇천 원 더 비싼 최신식 목욕탕이길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목욕탕 때문에 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더 서글퍼 보인다.

“왜 목욕하러 왔어. 너 목욕탕 안 간다면서.”

“그냥 산책요.”

“우리 오랜만에 밖에서 만났는데, 편의점에 가서 베지밀이나 한잔할까.”

커피도 아니고, 베지밀이라니. 나를 웃기려고 한 말이었다면, 아버진 베지밀처럼 고소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아버지 얼굴은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담담하다.

“몰랐네요, 아버지가 베지밀 좋아하시는지.”

베지밀 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노래, 색깔, 심지어 자식들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왜 고소하고, 몸에도 좋고. 커피보다 낫다.”

“사실, 저는 별로.”

“네 작은 누나가 꼬맹이 때 베지밀을 참 좋아했었다. 그 녀석이 벌써 다 커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니. 세월 참, 빠르다.”

“저기 편의점 있네요. 베지밀, 제가 사올게요.”

나는 베지밀을 두 개 사서 뚜껑을 열고 빨대를 꼽았다.

“이 베지밀은 말이다. 빨대로 마시는 것보다 한 번에 마시는 것이 더 맛있다. 이렇게.”

아버지는 맥주를 넘기듯 베지밀을 목으로 넘긴다.

“카 시원하다. 이 맛이다, 이 맛. 베지밀은 이 맛으로 먹어.”

아버지가 말하는 맛은 무엇일까. 베지밀은 냉장의 시원함과 약간의 담백함을 제외하면, 별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때, 맛있지.”

아버지의 표정은 뭐랄까. 맛 칼럼니스트가 괜찮은 맛집을 하나 소개해 준 것 같은 얼굴이다. 물론 맛집이란 것은 대부분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지만.

“어떻게, 집으로 갈 거니.”

“아뇨. 친구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 약속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일찍 들어와라. 밥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어떻게 돈은 있어?”

자신도 돈이 없을 거면서, 돈은 무슨.

“됐어요.”

갈래 길에서 되돌아서데, 아버지의 휜 등이 보인다. 딱, 힘 빠진 중늙은이의 구부정한 모습이다. 그리 바쁜 일도 없는데, 내 발이 뛴다.




이제 겨우 열두 신데 배 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이 아닌 겨우 정오, 열두신데.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탓이다. 게임도 재미가 없다. 게임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혼자선 재미가 없다.

일부 학자들은 남자들이 스포츠에 빠지는 이유가 수렵시대 사냥을 하던 유전자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산업혁명 이후 풍족한 물자의 공급으로 식생활이 해결된 후, 위험한 사냥을 대신해서 스포츠에 몰두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냥이나 스포츠나 모두 상대적이다. 경쟁대상이 없으면 그만큼 흥미도 떨어진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은 스포츠와 사냥을 한꺼번에 결합하여 컴퓨터 화면에 옮겨놓은 것이다.

어쩐다. 집에 가긴 너무 이른 시간인데.

부르르 전화가 떨린다. 작은 누나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일까.

“누난데, 어디냐.”

작은 누난, 참 전화받기 싫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냥 있어.”

“왜, 또 PC방이냐.”

‘또’라는 표현은 뭔가. 물론 PC방에 어제도 왔고 그제도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PC방 죽돌이는 아니다. 단지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매개체로 PC방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요즘 우리 또래는 다 그렇다.

“됐고, 왜 전화했는데.”

“이 한심한 자식.”

한심한 자식이라는 소리에 게임 캐릭터가 힘을 잃고 죽는다. 장장 한 달을 공들어 만든 캐릭터다.

“야, 너 때문에 죽었잖아.”

“내가 이래서 네가 한심하다는 거야. 됐고…….”

툭.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이게 어떻게 만든 캐릭터인데. 누나만 아니라면, 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전화기가 다시 붕붕거린다. 받지 않으려고 하다가, 수신 버튼을 누른다. 억울하지만 괜한 일로 집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너 지금, 전화 끊은 거야.”

“아니, 끊은 것은 아니고. 요즘 내 전화기가 이상해. 우리나라 스마트폰은 2년 넘으면 맛이 가잖아. 바꿀 때가 됐다고.”

“너도 그러냐. 내 것도 그런데.”

근거 없이 둘러댄 얘기에 불과한데, 바보 같은 누나, 맞장구까지 친다.

“됐고, 오늘 저녁에 결혼할 사람 데리고 갈 거거든. 너 이상한 얘기 하면 알지.”

우리 작은누난 이렇게 얘기 한 적이 있다.

“남자는 자고로 많이 만나 봐야 하는 거야. 그래야 어떤 놈이 좋은지 알지.”

그 대단한 철학 때문이었는지, 누나는 툭하면 남자를 바꿨다. 내가 아는 남자만 해도 다섯이다. 이 말은 적어도 다섯 남자 이상과 잤다는 말일 것이다. 결혼생활에서 속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나도 알 테니까.

“누나 그게 맨입으로 돼.”

“얼마면 돼.”

“십만 원.”

누나가 말이 없다. 내가 너무 많이 불렀나. 그냥 오만 원으로 깎아 준다고 할까.

“이런, 개새끼.”

누나 입에서 욕이 나왔다. 협상이 통한다는 얘기다.

“계좌번호 부를게.”

“아니, 문자로 보내.”

아니, 이게 웬 횡재냐. 확실히 누나는 머리가 나쁘다. 조금만 긁으면 양철 냄비처럼 자기 바닥을 다 들어낸다. 큰 누나는 작은 누나와 다르다. 고약한 성격은 마찬가지이지만, 과묵한 성격에, 숨기는 것도 많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큰누나는 내 약점을 잡고 되래 몇만 원을 뜯어냈을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은 없을 테니까. 작은 누나가 따발총이라면, 큰 누나는 핵폭탄이다. 찍히면 죽는다. 그런데 누굴까, 불쌍하게 큰누나의 핵폭탄에 걸려든 남자가.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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