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태평시장 2

동물병원 옆 보신탕집

by 주영헌



사실 나는 한 번도 보신탕집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학생에게는 보신탕이 어울리지 않는 식사메뉴였고, 더구나 수의학과를 다녔던 나였기에 사람들은 의례 보신탕을 권하지 않았었다. 빈말이라도 삼계탕이 있으니 괜찮다 권했다면 갈 수도 있었을 테지만.

보신탕집은 왠지 다른 식당과 구별된 특별한 구조를 가졌을 거로 생각했었다. 반으로 동강 낸 개의 사체를 보관하는 커다란 냉장고가 식당 한편을 차지하고, 집요하게 고아져 백골이 된 개 뼈가 가득 담긴 무쇠솥이 식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을 거라고. 그러나 막상 들어와 보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았다.

“비켜주세요.”

노인은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홀과 주방을 오가다 중간에서 쓰러진 모양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어릴 때 봤던 늙은 개 같았다.

“왜 이러신 거죠.”

“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쓰러진 노인을 보니 더럭 겁이 났다.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잘못을 죄다 뒤집어서 쓸 수도 있다. 보신탕집으로 뛰어 들어왔던 패기도 사라져 버렸다.

“못해요. 전 의사가 아니에요.”

“그럼 이렇게 돌아가시게 나눌 건가요. 길 가던 개가 죽어가도 이렇게 보고만 있을 건가요.”

상황에 맞지 않는 어색한 비유였지만, 여자의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그래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 노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고 개로 보자. 개로 생각하자.

“어서 119에 신고하세요.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제가 어떻게 해 볼게요.”

나는 노인을 편안히 누이고 손가락을 집어넣어 입에 이물질이 없는지 살폈다. 응급조치는 개나 사람이나 같다. 입속의 이물질을 제거하여 기도를 확보한 후, 심장에 압박을 가해 심장이 다시 뛰게 하면 된다.

입술 사이로 드러난 노인의 이빨은 개처럼 날카로웠다. 수십 년 개를 먹은 사람의 이빨다웠다. 혀도 개처럼 길다. 귀도 인간보다는 개처럼 쫑긋거리며……. 이 노인 혹시 개가 아닐까? 설마 그럴 리가. 그 유명한 늑대인간도 영화 속에서만 존재한다. 개를 닮은 인간이라니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날카로운 이빨, 긴 혀, 쫑긋한 두 귀.

“아버진 괜찮으세요.”

“예 심장이 다시 뛰기는 했는데, 심장박동이 불완전해요.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나는 흘끔거리며 여자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여자도 노인처럼 개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여자는 분명 인간보다는 더 차분했다. 너무 차분해서 고양잇과의 동물을 보는 듯했다.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이 하도 복잡해서 구급차가 식당 앞까지 오지는 못할 것이다.

“어르신 정신 차리세요.”

나는 계속해서 노인을 불렀다. 노인은 의식이 가뭇한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자신의 딸도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버님께서 원래 심장이 좋지 않으신가요?”

“잘 모르겠어요. 가끔 아프다고 하신 것 같기는 한데.”

“비켜주세요.”

119 대원의 목소리다. 119 대원은 노인의 상태를 확인한 후 신속히 응급 침대에 싣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털털거리는 응급 침대 뒤를 여자가 뒤따라 나선다. 노인에게 가족이란 여자 한 명뿐인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지. 노인도 노인이지만 내 사정도 딱하다. 잘 되는 보신탕집이었지만 종업원이 한 명도 없다. 보신탕집에 남겨진 사람은 손님 몇몇과 나뿐이었다.




사람이 죽어가는 소란 속에서도 몇몇 손님들은 보신탕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밑반찬을 추가로 달라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만약 추가 주문이라도 있었다면 어찌할 뻔했는가.

나는 계산대에 앉아 손님이 내는 돈을 받으며, 동물병원을 먼발치로 살폈다. 병원 쪽으로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들르지 않았다. 이 시장 골목에서 제일 장사가 안되는 집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 문을 잠그지 않아도 좀도둑 따윈 들지 않을 것이다. 보신탕집은 다르겠지. 여기는 다 현금 장산데.

돈통을 열었다. 만원, 오천 원짜리 돈뭉치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족히 오십 만원은 되어 보인다. 오십만 원이면 내 열흘 치 매상이다. 그것도 현금이 아닌 카드로. 시장통 길 하나를 두고 양쪽의 가게가 어찌 이렇게 다를까. 빈부격차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계산대에 앉아 있으니 동물병원의 내부가 선명하게 보인다. 저기가 개 껌이 진열된 진열장이고, 저기가 내가 앉아 있는 자리겠지. 보신탕집에서 내 동물병원이 이렇게 잘 보인다니. 이 계산대에 앉아 여자는 나를 감시하고 있던 것은 아니겠지, 설마.

“여기 양파 좀 더 줘 봐요.”

“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네-라니. 나는 그냥 잠시 가게를 봐주고 있는 것뿐이다. 내가 보신탕집의 영업에 관여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뭐, 양파 몇 개 가져다주는 것이 뭐 별일이라고.

나는 주방으로 갔다. 주방은 깨끗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각종 밑반찬이며, 숟가락과 젓가락, 조리 기구까지 먼지 하나 묻어있지 않고 깨끗하다.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보신탕집의 내부와는 딴판이었다.

“이렇게 깨끗하면 도리어 맛이 떨어지지 않나?”

“양파 가지러 간 사람 어디 갔나.”

주방을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손님의 성화가 앞섰다. 양파는 밑반찬을 모아 놓은 선반 위에 투명 덮개로 잘 덥혀 있었다. 양파는 방금 썰어 놓은 것처럼 수분기가 촉촉하게 맴돌았다.

“자 여기 있습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으세요.”

내 말투에 나도 놀랐다. 이제는 보신탕집 종업원처럼 내가 말을 한다. 그렇게도 보신탕을 혐오했던 동물병원 원장이, 보신탕집 종업원처럼 태연스럽게 주문을 받고 있다니.

“주인 양반은 괜찮은가. 꽤 위험해 보이던데.”

“일시적인 심장마비가 온 것 같은데, 의식을 찾으셨으니 괜찮으실 겁니다.”

손님은 내가 가져온 양파에 된장을 찍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자네는 누구신가. 처음 뵙는 사람 같은데.”

반말과 존댓말을 맛있게 비빈 손님의 돌발 질문에 나의 턱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요 앞 동물병원 하는 원장이라고. 그건 너무 웃기지 않는가. 보신탕을 앞장서 반대해야 할 수 의사가 보신탕집에서 태연히 주문을 받고 있으니.

“이 집 딸 친구입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혹시 여자의 남자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보신탕집 딸만 아니었다면 여자에게 사귀자고 말했을 수도 있다.

“아, 순영이 남자 친구구먼”

여자 이름이 순영이 이었구나. 참 세련된 외모에 촌스러운 이름이다. 시장통 보신탕집에 잘 어울리는.

“내가 순영을 잘 아는데, 참 착한 딸내미야. 지 엄마가 죽은 뒤 아버지 돕는다고 다니던 대학도 그만뒀잖아.”

“아…….”

“왜? 몰라. 남자 친구라면서.”

“자세한 얘기는 안 해서.”

여자가 동물병원에 와서 나와 한 얘기란 날씨와 같은 소소한 것들에 불과했다. 가족 얘기며 속 깊은 얘기는 단 한 번도 나눠본 적이 없었기에 여자의 사정을 몰랐다.

“그래도 보신탕집이면 이미지가 좋지 않을 텐데. 시집가기도 좋지 않을 거고요.”

“순영이가 그런 생각 했으면 안 왔지, 홀아버지 모신다고……. 누군지 몰라도 순영이 데려가는 남자 복 받은 거야. 이 건물도 그렇고, 몰라도 이 근처에 건물이 한두 개는 더 있을걸.”

손님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자네 순영이 잡을 수 있을 때 꽉 잡아. 순영이 복덩이야, 복덩어리.”

내 머릿속에서 건물 몇 개가 이퀄라이저처럼 오르내린다. 그러니까……, 건물 하나엔 동물병원 센터를 만들어 애견들을 종합 관리하고……, 또 다른 건물엔 보신탕집을 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율배반적인 상상이다. 편리하다는 명목으로 병원 한편에 영안실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노인은 어찌 되었을까. 순영이란 여자는.




잘되는 집은 역시나 달랐다. 주인이 없는지도 모르고 손님이 찾아들었다.

“어 여기 주인 바꿨어요.”

“아니요. 잠깐 제가 봐주고 있는 겁니다.”

“탕 돼요?”

“그게. 좀.”

“어떻게 해. 일 년 만에 온 건데. 이 집 보신탕 먹고 싶어서 서울서 왔거든요.”

여자 손님의 울상에 나는 여자 손님보다 더 난처했다. 보신탕의 맛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탕을 끓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지 않다. 바로 엄마. 엄마는 식당 보신탕의 맛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엄마 난데. 식당에서 먹는 보신탕 어떻게 끓여.”

내 질문에 엄마는 황당한 듯 되묻는다.

“얘가 무슨 소리야. 보신탕이라니. 너 꽃샘추위에 더위 먹었냐.”

“아니 사정이 있어서 그래. 설명은 차차 해 줄게. 레시피, 아니 탕 끓이는 방법 좀 알려줘.”

“식당 보신탕이야 쉽지. 이렇게 하면 돼. 그릇에 우거지 깔고, 그 위에……”

주방 안에 모든 재료가 깔끔히 준비되어 있어 보신탕 한 그릇을 끓여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빠진 양념은 없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그 대신 고기를 수북이 넣었다.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보다, 먼 길 찾아온 손님에게 베푸는 넉넉한 주인장의 마음이었다.

“맛이 없으면 어쩌죠.”

나는 뚝배기 두 그릇을 내며 손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손님은 고기 한 점을 국에서 건져 식초와 겨자를 버무린 양념에 폭 찍어, 입에 넣고 한참을 우물거렸다.

“역시 이 맛이야. 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맛이 없다면 참 난처했을 것이다. 멀리서 맛을 찾아온 손님이라는데.

내가 끓인 보신탕의 맛은 어떤 맛일까? 달곰했던 보신탕의 맛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 같다. 그럼 나도 오랜만에 한 그릇 먹어볼까. 주방으로 가려다 다시 계산대로 돌아와 앉았다. 보신탕을 먹기가 좀 껄끄럽다. 양심이라면 양심일 것이다. 식당 냉장고 안에 얼어붙은 동강 난 개 몸통처럼, 양심이라는 냉장고 속에 잘 얼어붙은 어린 날의 기억과 동물병원 원장이라는 무시 못 할 체면 때문에.

손님은 계속해서 밀려 들어왔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순영이라는 여자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전화번호를 몰랐다. 나는 바삐 식당 홀과 주방, 계산대를 오고 갔다. 보신탕을 끓이는 일도 손에 익으니 할만하다. 객지 생활을 하며 익은 살림 솜씨도 한몫했다. 동물병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언제 오려나. 순영 씨는…….”

배달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계산대에 앉아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저 시장 모서리에서 돌아오면 좋으련만.

날이 어두워지자 동물병원의 내부가 더 환하게 드러났다. 보신탕집과 동물병원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이렇게 가까웠구나. 두 공간이.”

오랜 시간 동안 살을 맞대고 산 부부처럼 순영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시장엔 뚜껑이 덮여 있어 단 한 방울의 빗물도 떨어지지 않지만, 소리만큼은 과장스럽다 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빗소리에 놀랐는지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방에는 소주잔을 기울이는 두 명, 홀에는 아무도 없었다. 요란한 빗소리 탓에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노인도 순영도 되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빨리 되돌아오면 좋으련만. 순영이 되돌아오면 가게 잘 보고 있었다고 칭찬이라도 해 줄까. 손님을 받은 것을 안다면 꽤 놀랄 것이다.

순영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냉장고 안 그득 쌓인 개고기만큼이나 많다.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두근거린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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