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루 시

by 그래
20240919 아직.jpg

요즘 제목을 짓기가 쉽지 않네요. 전에는 마음에 있는 것을 토해내기 바빠서 글도 길도 내용에서 분명한 제목이 보였는데, 이제는 함축하려 노력하다 보니 쉽게 제목이 떠오르지 않네요. 뻔한 제목으로 생각을 묶어버리고 싶지도 않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네요.


이 글은 어느 작가님의 사진을 보고 썼습니다. 시골길에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표지판과 티 없이 맑은 하늘이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정겨운 풍경이구나 싶은데, 이 사진과 함께 고향을 다녀온 블로그 인친들의 글도 떠 오르더군요.


오랜만에 간 고향은 길도 조금 변하고, 생김도 바뀌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때 그 장소이 추억은 여전해서 마치 그때 그 자리에 있듯이 생생하게 기억나 좋았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저도 어릴 적 개구리 알을 막대기로 휘젓던 철없는 어린 시절이 떠올라 행복했습니다. 지금은 그 장소가 없어졌죠. 도시와 산을 이어주는 작은 논두렁은 논이 사라지면서 없어졌겠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장소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추억이란 그립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어릴 적 추억이죠. 장소가 아무리 변했다고 하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 시절의 힘들고, 괴로운 기억은 잠시 접어두고 좋았던 것만 떠올려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늘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소를 보면서 그 시절 학생들로 넘쳐났던 버스 내부 기억,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길... 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뛰어다니는 아이들 보며 나도 그랬는데... 그러면서 웃었습니다. 다른 시각 같은 추억을 공유할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명절에 기다긴 자동차 행렬을 뚫고 간 곳에 행복한 기억이 다시 시작할 오늘을 향한 위로였습니다.


가을비가 온다고 합니다. 이 비가 오면 추워질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그러길 바라면서 무거운 옷을 싫어하는 제게는 씁쓸한 소식이기도 합니다. 태풍처럼 많은 비가 온다고 하니 다들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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