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시화_3
서명을 넣기 위해서 글자를 조금 위로 올렸다. 동시에 글자가 너무 작아 조금 키웠다. A4 한 장에 넣기에 분량이 많은 편에 들어간다. 원래는 문장이 더 길었지만, 바람 따라 낙엽이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하게 하려 의미에 따라 연과 행을 바꿨다.
아직은 보고 그리기만 가능하다. 원하는 이미지를 생각하고 검색을 했다. 내가 연상한 나무는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아주 커다란 나무였다. 가로선을 잘 못 그리는 나는 캠퍼스를 돌려서 그릴까 하다가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일단은 그냥 그러 보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기둥과 화면을 가득 채운 나뭇잎 브러시 덕에 의도했던 대로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나무가 나왔다. 살짝 비스듬하게 사진을 이동했더니 꽤 큰 나무가 되었다.
브러시는 사용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표현할 수 있다.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브러시는 나뭇잎 모양이다. 아주 크게 하면 나뭇잎 한 장을 입체감 있게 표현할 수 있고, 아주 작게 표현하면 파도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초록 잎에 빠르게 더치를 하면 마치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연필그림에서 힘의 조절로 두께감과 명암이 생기듯 펜도 마찬가지다. 조절 여부에 따라 크고 작은 다양한 나뭇잎을 묘사할 수 있다. 아직은 몇 개의 단순한 브러시만 사용한다. 그러나 우연히 선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는 특수 브러시를 알게 되었다. 적당히 쭉 그어진 선의 경계를 뭉개듯 지웠다.
자고로 모르면 용감한 법이다. 남들과 다른 기법을 쓰는 건 똑똑한 게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인 것이다. 브러시 하나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내게 큰 재미를 주었다. 20분 동안 패드를 열심히 두드렸다. 나무를 쓱쓱 밀며 패드 위에 볼과 팬이 맞닿아 내는 소리가 드로잉북에 쓱쓱 그어지던 연필 소리처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 시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주는 위로다. 울고 싶어도 마음 놓고 울지 못한다. 심리 상담을 하려 가면 크게 울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 소리 내 펑펑 울면 감정이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가면서 진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사는 것은 소리 내 울 수 없다. 아파트의 얇은 벽은 옆 집의 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도시의 소음 속에서 사람의 고함은 유독 크게 느껴진다.
어디 하나 마음 놓고 울 곳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곳이 없다. [그곳에선] 그런 그들이게 그리고 나에게 주는 위로의 공간이다. 울어도 소리쳐도 심지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나의 공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에서 진짜 쉼을 쉬길 바라는 바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