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시화_4
답화(答畫)라는 말은 없다. 본래의 뜻은 없지만, 그림으로 답장했다는 나름의 의미를 담았다. 책을 읽고 그렸으니, 어쩌면 독후화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필자에게 보내는 답장을 담은 그림이었이기에 제목을 담화라고 정했다.
예전에도 감명받은 책을 읽으면 답시를 쓰기도 했다. 이번엔 시집이기에 나의 답시가 아니라 담화를 그렸다. 긴 머리와 하얀 옷, 민들레의 노란 꽃, 짙고 밝은 초록과 연두가 섞인 잔디 무엇보다 나의 자캐는 누군가를 꼭 안고 있다.
진행성골화섬유형성이상{FOP} 극희소질환 앓고 있는 필자가 인터뷰한 기사가 있다. 흰 옷이 정말 잘 어울렸다. 긴 머리카락은 고집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그리고, 자캐 아닌 다른 인물을 그렸다. 어색한 손동작은 꽃과 풀 사이로 가리고, 그녀가 꽃인지 잔디가 꽃인지 알 수 없게 경계를 없앴다. 꽃 하나하나를 그리면서 즐거웠다. 하나하나 줄기도 넣고, 작은 선 하나도 무언가를 표현하려 애썼다.
필자와는 우연히 한 단톡방에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시인인지도 몰랐다. 물론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우인 건 더더욱 몰랐다. 언제나 밝은 모습에 그냥 말 수가 적은 분인가 보다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손가락 근육을 아껴야 한다는 말이 말 그대로인 삶이다.
그런 필자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 다행히 좋아해 주었다. 처음으로 나의 그림을 프린트해 벽에 걸어두었다는 말에 언젠가 선생님과 한 학생의 대화가 생각났다. 갬퍼스에 인화해 주는 곳이 있다는 대화였다. 선생님께 나도 물었다.
그리고 인화 전 몇 번의 점검을 거친 후 직접 배송으로 보냈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받은 캠퍼스의 나의 그림은 다행히 화사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게 잘 나온 듯했다. 캠퍼스로 받으니 더 새롭다고 했다. 여유가 되면 좀 큰 것으로 선물하고 싶었지만, 비인기 작가에게 여유는 없다. 그런데도 기뻐하는 필자를 보자 다른 것도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렇기 이 그림을 시작으로 내가 쓴 글과 그림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이 글은 필자의 두 번째 시집 중에 글이다. 책을 두 번, 세 번 보았다. 처음에는 구매한 후에 한 번, 두 번째는 시화를 그리고 싶어서 한 번, 세 번째는 낭송을 위해서 말이다. 가장 필자를 잘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처음 부추도 꽃이 핀다는 걸 알았다.
생각 이상으로 예뻤다. 처음엔 이걸 그리려 했다. 그런데 사람도 힌 옷인데, 꽃도 희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노란 민들레도 대체해서 봄처럼 화사한 필자를 생각했다. 밤새도록 고민하고, 수정하고 했던 만큼 좋아해 주어서 너무 감사한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