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는 너였다

디지털 드로잉 시화_7

by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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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연필그림으로 그린 콘티/8월 16일 완성 그림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건 바로 나뭇잎 브러시다. 왼쪽은 나뭇잎 브러시와 경계선을 없애는 브러시를 여러 번 겹쳐서 표현했고, 글과 그림 사이의 경계선도 파란색을 대충 칠한 다음 그 브러시로 뭉개듯 표현했다. 오른쪽은 종이배와 아이 그리고 부모를 나란히 배치함으로 글의 상징성을 담았다.


원래 콘티에서 지몬쌤은 왼쪽 그림에 배 위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돌 위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는 자로 두었다. 1인칭의 글에서 3인칭 작가의 시점을 넣은 것이다.


역시 사람을 그리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연필로 그렸을 때 더 잘 그린 것 같다. 이번에도 각각 그려서 크기를 조절하여 배치를 맞추었다. 왼쪽 그림에 배는 그냥 잘 떠가지만, 오른쪽 실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할 때는 일부러 돌과 돌 사이를 어렵게 지나가는 종이배를 그렸다. 첫 번째는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말한다면, 오른쪽은 실제로 품 안에 자식이 떠나는 장면을 연상하기 위해서다. 삶이라는 항상 편안하고 잔잔한 물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원래는 글도 흘러가듯 쓰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시도도 해보았지만, 정신이 너무 없었다. 시화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림은 나중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글은 잘 보이게 가운데 배치했다. 가운데 정렬을 함으로써 양쪽의 그림이 하나라는 느낌을 살렸다.


쉬운 작업처럼 보이지만, 사람 그리기가 쉽지 않은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아이와 어른의 비율도 맞춰야 해고, 아이는 무릎에 손을 올리고 어정쩡하게 종이배를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나중에는 뒷모습을 비율에 맞게 늘렸다 줄였다 했다. 그러다 보면 종이배의 크기다 조절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종이배도 각각 분리해 이 그링엠서 레리어는 10개가 넘는다. 각각 레이어 명함을 해서 지웠다가 보였다가 하면서 전체적인 구조를 확인했다.


쉬운 게 어디 있겠냐만은 이번 작품도 쉽지는 않았다.


이 글은 그림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다. 엄마가 바라보는 아이가 종이배를 가지고 노는 장면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아이의 시점으로 옮겨간다. 그런 다음 다시 엄마와 아이의 시점이 하나로 겹친다. 서로의 바람은 같지만, 또 다르다.


폰트를 고딕이나 명조 같은 정형화된 글자체는 어울리지 않았다. 종이배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 또한 아이의 삶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삶에 따라 부모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비뚤비뚤하면서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폰트를 찾아 몇 번이고 고쳤다. 그렇게 2025년 07월 03일 콘티로만 남을 뻔한 글이 시화로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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