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시화_8
이 작품도 각각 레이를 짜서 ㅡ크기 조절을 했다. 이 시화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긴 글이었다. 2장으로 나눌 것인가? 하나의 담을 것인가?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고민은 했다. 글자체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궁서체를 했다. 선비의 모습과 나무 뒤에서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은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했다.
이 장면은 5연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을 그리는 건 정말 싫다. 그러나 이 글에서 사람은 필수다. 게다가 한복의 특징도 살리고, 남녀의 구분도 있어야 한다. 신분차이가 두드려져서도 안되고, 너무 붙어 있어도 안된다. 음과 양을 구분 짓데, 전혀 다르게 해서도 안된다. 나름 잡은 설정에 맞게 하고 싶은데, 나무의 위치를 잡는 것도 난관이다. 어느 정도 크게 그려야 할까? 담벼락을 그리려던 것이 아니라 언덕 같은 느낌으로 그리고 싶었다. 모든 것이 의도와 다르다.
이미 그린 지 두 달이 넘었다. 이제야 와서 보니 나무는 너무 크고, 왜 사람은 돌담에 있을까? 차라리 돌담에 앉아 있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아, 수정하고 싶어진다. 여인인 음... 앙칼지게 여우상이다. 약간 곰상으로 그려야 했어야 하는데, 마치 구미호처럼 보인다. 괜히 한숨이 나온다.
정말 엉망으로 그려서 금방 그렸겠다 싶겠지만, 밤새도록 걸렸다. 정오 한참 전에 시작해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날이 완전히 새서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났다. 엄청 길게 작업했는데, 시간이 무색하게도 그림은 참 아니다. 전시할 것도 아니나 기록으로는 작(作)이라고 표현한 게 참 무한하다.
이 글은 애절하게 사랑한 여인에게 이별을 고한 후의 장면이다. 여자는 오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시 시대상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남자 혼자 상상하고, 혼자 결론짓고, 혼자 미워하고, 혼자 그리워하는 제목처럼 어쩌면 웃긴 상황이기도 하다. 나무 뒤에 끙끙대니 나가서 당신이 잘못 봤노라 한 마디 하면 끝날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좀 여지를 두는 끝맺음이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었으나 단호할게 말했다.
"이 남자는 이미 끝냈기 때문에 단호하게 끝맺어야 합니다."라고 말이다. 답을 들은 그분은 이해했다. 글이 이해된다고 하시면서 동시에 아쉽다 말했다. 어찌 되었든 재밌는 상황을 그린 글이다. 남일 구경하는 나의 조몽쌤처럼.
누군가 시는 왜 쓰냐고 물었다. 또 시는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시도 다른 여느 글과 다르지 않다. 단지 짧은 글에 필자의 메시지를 담는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까? 작은 그릇에 메시지를 넣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어럽다고 한다. 나도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가져와 접목한다. 오늘 글은 사내의 마음을 표현했다. 소설 속의 한 대목처럼 혹은 뮤지컬의 한 대사처럼 표현하고, 연을 나눌 때도 스토리별로 나누웠다. 시라고 말해도 되고 아니어도 된다. 그저 이 글을 읽고 한 번 웃길. 한 번 설렘을 얻길. 한 번 아파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