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디지털 드로잉 시화 12

by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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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몽쌤은 어디에 있을까요?/맨 마지막이 최종입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스케치처럼 가로가 그릴 것일지 세로로 그릴 지 고민했다. 처음엔 가로로 그렸다. 그런데 가로 속에 컨셉처럼 넣기엔 글이 많았다. 글자를 줄이고 나니 시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시화는 글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림 속에 완전히 붙여서 보이지 않았다. 세로로 구성을 바꿔도 같았다. 글 양이 너무 많다. 결국엔 각 연을 다 따로 레이어를 잡았다. 그리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맞춰 바꿨다. 물론 전체를 그리고 굴곡을 넣어주어도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글이 디자인되면서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기술이 부족한 탓도 분명 있을 거지만, 그렇다고 지금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의 표현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그림은 생각보다 빨랐다. 단순하고, 작은 동작이 전부였고 얼굴도 들어가지 않으니 편했다. 반면 글 위치를 잡는다고 밤새도록 시간을 보냈다. 글을 아예 줄일까 고민도 했다. 이리저리 배치하고 수정하다 날을 새고 마쳤다. 이 글을 쓰다가 글 디자인을 바꿨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덜 정신 사나워졌다. 글을 덩어지게 만들고, 자간와 크기를 조절했다.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줄간격을 최소로 하던 것을 늘릴 수 있는 것만큼 늘렸다. 그랬더니 좀 정리된 느낌이 든다.


글의 위치, 크기, 순서, 배치 이 모든 것을 나는 글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나, 이건 내 단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 바로 글디자인이다. 수정과 퇴고도 이에 해당되니까 말이다.



이 글은 여자의 마음을 담았다. 갑자기 헤어지자는 남자는 아무 말이 없다. 이미 전화 다 끝나 만나면 따귀로 때릴 생각으로 나온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여자가 비 맞을까 우산을 여자 쪽으로 기울일 뿐이다. 꾹 다문 입은 할 말은 많은 것처럼 달싹이지만, 그뿐이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보고 더 이상 잡는 것을 포기한다. 오히려 무겁게 돌아서는 남자를 향해 어서 빨리 자기가 없는 삶에 적응하길 바란다며 기도하는 것으로 글은 끝난다. 글이 끝남에 따라 여자의 사랑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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