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시화 26
사진을 바라보는 남자는 사진 속에 남은 자신을 보고 있다. 그리고 다시 남자는 사진 속에 남았다. 노란색의 액자는 남자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 시화 속에 글이 우선이다. 다음은 그림이지만, 글로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잘 그리면 그림에 끌려 글도 읽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그러하니까. 그러나 시화를 하는 작가도 사진 위에 글을 쓰는 작가도 글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단지 독자의 눈길을 끈 것이 두 번째 요소가 된 것에 씁쓸함을 느낄 뿐.
사진 속에 벚나무도 꽃을 피웠고, 남자가 바라보는 벚나무도 꽃을 피웠다. 어쩌면 이 그림이 걸려 있는 곳도 활짝 벚나무가 핀 계절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 쓸쓸할지도 모르겠다. 그림만 먼저 본 지인은 나이가 많으셨다. 아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았다. 사진 속의 남자와 비슷한 나이여서 글을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벌써 슬퍼하셨다. 창작자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그림은 그림일 뿐이라는 말 외에는 없었다. 나의 그름을 보고 내면 깊은 무언가를 건들렸다는 것에 기쁨보다 미안했다. 지인에게는 그런 의도보다는 그림 실력이 늘었다는 자랑을 위한 거였기 때문이다.
나의 나이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말할 수 있는 것들... 그런 말을 요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