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비행기를 타면 마음이 편안한가? 아니면 마음이 불안한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마음이 편안하고, 높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높아서 불안한가? 나는 해외출장을 다닐 때마다 비행기를 타면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 장거리 비행이라도 즐겁다. 휴대폰 연락도 없고, SNS에서부터도 자유롭다. 일상에 비해 매우 조용한 공간에서 장시간 어떠한 방해도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색하며 책을 읽고, 영화를 즐길 수도 있다.
비행기 추락이 두렵지 않느냐?라고 되물을 수 있다.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이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훨씬 높다는 통계가 아니더라도 비행기 안에서는 사실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 왜냐하면 비행기 사고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통제를 잘 한다고 해서 비행기 사고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반면, 자동차 사고는 내가 잘 통제하면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최소한 목숨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더 불안할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는 마음을 너무 쓰지 않는 것이 삶을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기에도 늘 벅차다.
좀 더 생각을 확장해보자. 인생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많을까?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많을까? 인생의 예측할 수 없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떠올려 본다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때론 모험심을 때론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인생을 내가 모두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시나리오대로 연출되는 연극일 뿐이다. 삶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인식해서 몰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인생에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은 여백의 공간으로 남겨두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영역이 늘 새롭게 변화될 수 있는 창조의 여백이 된다. 그 여백으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장소로 가고, 새로운 만남을 갖고, 새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