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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Aug 28. 2022

5화. 시간이동과 자아이동

일요일 밤, ‘개콘’이 끝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월요일이다. 모든 직장인은 ‘월요병’을 앓고 있다. 월요일 아침만 되면 유독 피곤하고 무력감, 권태감까지 느끼게 된다. 아침 팀 업무 미팅으로 시작해서 한 주간의 일을 준비하고 점검하느라 월요일 점심시간은 커피 한잔 못 마시고 정신없이 지나갔다. 

  “주말 잘 보냈니?” 오후 3시가 훌쩍 넘어서야 정신줄을 다시 잡기 위해서 습관처럼 휴게실로 온 명현에게 커피를 내리던 ‘코비’ 현석 선배가 눈이 마주치자 말을 건넸다. “뭐 늘 그렇죠, 금요일 오후면 기분이 업(up) 되고, 여유로운 주말이 기다려지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별로 없고, 일요일 저녁부터 아! 또 월요일이구나......” 명현은 신규 프로젝트를 맡은 이후로는 일요일 저녁부터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월요병이구나. 너만 겪는 게 아니야. 우리 또래뿐만 아니라, 지금 40대~50대 선배들도 똑같아. ‘개그 콘서트’ 알지? 작년쯤인가 종영된 kbs 프로그램인데, 옛날에는 무척 인기가 높았지. 그때는 일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밤에 끝났는데 '개콘' 엔딩 음악이 나오면, 그때부터 또 월요일이 시작되는구나라면서 갑갑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하더라.” 엔딩 음악은 스티비 원더의 'Part-Time Lover'이다. 사람들이 월요병 유발 곡이라고 ‘개콘’ 엔딩 음악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석 선배는 테스트를 하듯 말을 이었다. “명현아 오늘이 월요일인데, 너는 수요일이 너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해? 아니면, 네가 수요일로 다가간다고 생각해?” 명현은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스티븐 코비’ 선배는 강연을 하듯 말을 이어갔다. “수요일이 너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너를 향해서 다가온다고 믿는 거야. 시간이 움직이는 주체가 되는 거지. 만약 네가 수요일로 다가간다고 생각하면 너 자신이 미래를 향해서 움직이는 주체가 되는 거야. 시간이 먼저 움직이면 소극적인 미래가 되는 거고, 너 자신이 먼저 움직이면 적극적인 미래가 되는 거야.” 명현은 이번에는 손으로 맞장구를 쳤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월요일은 항상 먼저 멈출 수 없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나를 향해서 기계처럼 다가왔다. 반면, 나는 늘 금요일을 향해서 탁상달력의 일주일 타임라인을 따라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동’은 소극적인 미래이고, ‘자아이동’은 적극적인 미래다. 대학교 시절도 그랬다. 공부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내가 시험 날짜를 향해서 다가가는데,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고 느꼈을 때는 시험 날짜가 나를 향해서 무섭게 다가오고 있었다. 


  명현은 다시 일요일을 향해서 다가가고 있었다. 지난 주말 아침 우연히 알게 된 ‘시간의 향기가 있는 카페’로 명현의 ‘자아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월요일도 주말 아침이 기다려지는 것처럼 내가 월요일로 다가갈 수는 없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호기심이 더해갔다. ‘시간은 금이 아니고, 시간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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