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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Aug 28. 2022

7화. 시간을 무엇과 교환하고 있는가?

매일매일, 매 순간 우리는 시간을 무엇인가와 끊임없이 교환하고 있다.

  김광석길이다.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흘러나온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명현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서 조금 일찍 도착한 김에 김광석길을 한 바퀴 걷고 있었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데이트하러 온 청춘남녀들 뿐만 아니라, 중년의 아저씨들도 많이 보였다.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이 그려진 벽을 마주하고 사진을 찍는다. 오랜만에 ‘스티븐 코비’ 현석 선배, 입사 동기인 정수와 함께 방천시장에서 ‘뭉티기’를 먹기로 한 날이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故 김광석(1964~1996)이 어릴 때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한 벽화거리이다. 김광석은 ‘거리에서’, ‘변해가네’,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등 서정적인 가사와 특색 있는 목소리의 가창력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1996년 1월 6일 서른둘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소주잔을 몇 잔 기울였다. “요즘 내가 뭐 하는지 모르겠어.”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추락하는 증시에 최근 얼굴이 부쩍 푸석해진 정수의 자조 섞인 목소리다. “날짜가 가면 갈수록, 거래를 하면 할수록, 통장 잔액은 줄고 줄어드니, 참 나.” 바닥을 모르는 하락장에 정수는 지난 2년간 자랑하던 수익률이 최근 2달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었으니 요즘 일할 맛도 없고, 만사 의욕이 없다는 거였다. 


  “지금은 모두 어려울 때야. 다음 기회에 또 투자를 잘하면 흑자가 될 거야.  정수는 금융 공부도 많이 하고, 유망산업 분석도 잘하니까.” 현석 선배가 소주잔을 채워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주식투자보다 인생 투자가 더 중요해. 사실은 주식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매 순간 우리의 시간을 무엇인가와 끊임없이 교환하고 있거든. 더 좋은 것, 더 소중한 것과 교환을 계속하면 인생이 흑자이고, 그렇지 못하면, 적자야. 파산할 수도 있겠지.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으니, 시간은 정말 인생 자산이야.” 


  ‘맞다. 인생도 투자구나. 시간을 잘 쓰면 흑자 인생이 되고, 시간을 못 쓰면 적자 인생이 되는구나!’ 명현과 정수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소주잔을 들어서 ‘스티븐 코비’ 현석을 응시하며 서로 소주잔을 부딪혔다.


  “어 맞아요! 예전에 본 영화가 생각나요. 시간으로 물건도 사고, 팔고 하던데...... 제목이...... ‘인 타임’이에요.” 정수는 SF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모처럼 신나게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명현도 이미 본 영화이지만, 정수가 영화 속 주인공의 몸놀림이나 동작을 따라 할 때면, 재미난 입담까지 더해져서 영화를 다시 보는 듯했다.


  가까운 미래에 모든 사람들은 25세에 노화가 멈추고, 팔에는 디지털로 된 ‘생체시계’가 새겨진다. 이 시계에 숫자로 된 ‘시간’으로 물건을 사기도 하고, 또 일을 한 보수로 ‘시간’을 받는다. 커피 한 잔에 4분, 버스요금 2시간, 스포츠카는 무려 59년이다. 처음에 받은 시간이 1년이니, 스포츠카는 상상할 수 없이 비싼 가격이다. 모든 것을 ‘시간’으로 비용을 지불하니, 노동자들은 늘 시간에 쫓기고, 시계를 보면서 걷기보다는 뛸 때가 많다. 주인공의 엄마가 버스요금을 지불할 만큼 시간이 없어서 정류장으로 뛰어가다가 쓰러진다. ‘생체시계’에 남은 시간이 ‘0’이 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져 죽는 것이다. 영화 ‘인 타임(IN TIME)’은 2011년도에 개봉이 되었다. 당시에 바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스테디셀러처럼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오.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약간 등이 서늘한 느낌을 받았어요. 매일매일, 그냥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 당연했었는데, 뭐라 그럴까?” 정수는 뒷말을 중얼거리면서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한 듯 그냥 소주잔을 들어서 술을 ‘꼴깍’ 넘겼다. 


  “경고장이지, 시간이 바로 생명이라고. 일하는 시간만큼 돈을 받고, 또 그 돈으로 우리는 매일매일 무엇을 소비하고 있지만, 시간이 생명이라는 것이지.” 현석 선배에게서 ‘시간이 생명’이라는 말이 나왔다. 두 번씩이나, 명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번개처럼 내리친 이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배, 저 이 말을 다른 곳에서 들었어요. 아니 보았어요! 우리 동네 카페에서 보았어요. ‘시간은 금이 아니고, 시간은 생명이다’라고.” 명현은 소풍 와서 보물 찾기라도 하고 있는 어린이 마냥 들떠 있는 목소리였다. 눈이 크게 뜨인 것은 현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 말은 내가 오래전 대학생일 때, 들은 말인데. 우연히 특강을 오신 모교 출신 선배님이셨지. 이름이 명현이처럼 ‘명’ 자로 시작했는데...... 여하튼, 인상 깊은 강연이었어. 함께 특강을 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앞으로 많이 나갔었거든.” 오래된 기억을 소환하는 동안 창문 너머로 향해 있던 현석 선배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참 그 말을 어디서 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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