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이 걱정되는 당신이 읽어야 할 책 5권 (2)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 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by 마리아

제가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이 스스로,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름 공부 꽤나 잘한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 전선에 뛰어들어 고등학고 3년 간 열심히 공부한 걸 십분 발휘해 돈을 벌기 시작한 때입니다. 제 첫 과외 학생이 준 충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직은 야간 자율학습이 있던 시절이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과외를 하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집 현관문 안에서 어머님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문디 자식아, 슨생님이 10번도 넘게 설명하시드라! 내도 알아듣겠더라 내도!"

"내도 알겠드라."


거드는 아버님의 목소리까지 듣고 나니 얼마나 민망하던지요. 다음 날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사과했더니 학생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옆집에서도 들린대요. 그렇다고 이 학생에게 설명해준 것이 엄청 어려운 것이었냐면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수업 시작하고 한 달간 학생의 얼굴을 보자마자 물어본 게 이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학생은 당시 고1이었습니다.


"2의 마이너스 2분의 1 제곱이 몇이지?"

"어..... 잠시만요."


학생은 아무 종이에다 큼직하게 2를 쓰고 그 옆에 -1/2를 제 눈에 좀 과도하게 크게 씁니다. 지수법칙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수는 밑보다 작게 씁니다. 학생이 악필이라는 것을 속으로 계속 되뇌며 올라오는 혈압을 가눕니다. 학생이 잠시 그걸 노려보다 대답합니다.


"3/2?"


밑인 2와 지수인 -1/2를 그냥 더했습니다. 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하기 시작하자 황급히 잠시 만요를 외치고 다시 종이를 노려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2와 2에 빗금을 긋고 당당히 말합니다. 마이너스 1이요. 이번엔 지수와 밑을 곱했습니다.


참고로 답은 1/√2입니다. 지수법칙에서 분수 지수는 √를 의미하고, 마이너스는 역수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얼굴 보자마자 이걸 물어본다는 걸 알면 외울 법도 하건만, 매 번 이 희극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답인 1/√2를 말한 날이 있었습니다. 오올 대단한데 칭찬해준 후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3의 마이너스 3분의 1 제곱이 몇이지?"

"어...... 잠시만요."


이 뒤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문제는 이 학생이 그렇게 유난스럽거나 희귀한 사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제가 가르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학생과 대동소이했습니다. 아무리 목이 터져라 설명을 해줘도 뒤돌아서 헤어지면 배운 것은 학생의 머리에서 소멸되어 버리고 다음 시간에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만나는 것은 제가 유독 못하는 아이들만 만나서 그런 걸까요?


왜 어떤 학생은 스스로 공부하고 어떤 학생은 스스로 공부하지 않을까요? 배운 것을 쉽게 소화하고 적용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왜 어떤 학생은 효과적으로 학습하지 못할까요? 제가 더 '잘' 가르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듯했습니다. 책과 논문을 찾아 읽고, 강연을 듣고, 그렇게 배운 것을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적용해보며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첫째,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현재의 학습 부진은 독해력과 매우 연관이 깊습니다. 그 어떤 공부법도 독해력 또는 문해력 없이는 무용함에도, 현세대, 아니 전 세대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독해력 부족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마치 현대인의 대부분이 따로 시간과 돈을 들여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운동 부족 상태이듯 말입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책 소개에서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둘째, 우리가 상식적으로 옳다고 있는 공부법들 중에는 비과학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뇌는 너무도 쉽게 착각을 하고 스스로를 기만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삼시 세 끼 건강하게 골고루 먹고 충분히 자고 적절한 강도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인 것을 알아도 다이어트 약이나 원푸드 다이어트 같은 것에 눈이 쏠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떻게공부할것인가.jpg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 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은 다음과 같은 문구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 학습과 기억의 원리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정석으로 여겨지는 학습 방식은 대부분 헛수고라고 한다. 심지어 배움이 직업인 대학생과 의대생들조차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학습 기법을 이용한다. 한편 125년 전에 시작되어 최근에 특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학습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학습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학습의 과학이다. 개인적 견해, 구전된 지식, 널리 받아들여지지만 비효율적인 공부방법 대신 아주 효율적이라고 입증된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장 효율적인 학습 전략이 우리의 직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가 꼽은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지만 잘못된 방식인 학습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 대상을 여러 번 접하면 머릿속에 새길 수 있다. 그러므로 강의를 듣고 또 듣고 교과서를 읽고 또 읽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매일 오가는 길에서 본 모든 간판의 상호와 전화번호 정도는 가뿐히 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쉽게 빨리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면 더 잘 배울 수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아마 다들 경험적으로 쉽게 배운 것은 쉽게 잊힌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반면 고생해서 배운 것은 잘 잊히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완벽하게 익히려면 그것을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 끈질기게 집중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벼락치기로 공부한 것은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남아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어떨 때는 시험 전에도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이 말인즉슨,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습법은 효과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니, 효과가 없는 것을 떠나 독이 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교과서 10 회독은 어느 유명인의 학습법이라는 7 회독과 더불어 방송에 나올 만큼 유명해진 방식이지만, 잘못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앞서 말한 독해력 부족 때문입니다. 2019년 10월에 방영된 SBS 스페셜 '난독 시대'에서는 대한민국 학생의 1/3은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거나 교과학습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sbs스페셜난독시대.001.jpeg


교과서를 읽을 정도의 독해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반복 읽기는 자칫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교과서 반복 읽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으며, 내용에 익숙해짐에 따라 완전히 통달했다는 느낌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일종의 자기기만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해로울 수 있으며 '명확함 그 자체인 수업 내용이나 교재를 접하면서 논의를 쉽게 따라가는 학생은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거나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라고 경고합니다. 교과서 반복 읽기는 학습 효과가 없을뿐더러 나는 열심히 했고 잘 읽었으니 다 안다는 착각에 빠지는 큰 문제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교과서 읽기는 절대 하면 안 되는 학습 전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약간의 전략 수정만 거치면 매우 훌륭한 학습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간중간 내용을 반문해보는 질문을 끼워 넣는 식으로 읽거나, 교과서 단원 말미의 핵심 정리를 질문으로 바꿔 답해보는 식으로 읽는다면 이해도 더 잘 되고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셀프 테스트를 자주 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앞서 말한 '질문'들을 답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시험을 보는 것도 좋고, 교과서의 중간중간 빈칸을 뚫어 그것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시험을 보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시험이라고 말하면 기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시험은 매우 훌륭한 학습 전략입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따르면 적절한 난이도로 약간의 고민을 하는 정도의 시험을 매일, 또는 매주 볼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의 시험에서 더 높은 성적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의 상식과 배치되는 또 다른 학습법으로 '집중 학습'이 있습니다. 한 가지를 반복 또 반복하여 통달하려는 시도는 '집중 학습'은 교과서 반복 읽기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잘했다는 기분만 충족시킬 뿐 효과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것은 쉽고 빠르게 배울 때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착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시간 간격을 두고 이루어지는 분산된 연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집중 연습으로 빠르게 익힌 기술은 눈에 잘 보이지만 그 후 이어지는 빠른 망각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연습 사이에 시간 간격을 두고, 다른 학습과 교차(병행)해 변화를 주면서 연습하면 지식과 기술을 더 오래 보유하고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분산 학습 및 교차 학습의 효과를 두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집중 학습을 선호하는 것이 인간의 아이러니입니다. '노력이 더 드는 것은 금방 느껴지지만 그 노력이 가져오는 이득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연습하면 더 느리게 배우고 있다는 기분이 들고, 몰아서 연습할 때와 달리 빠른 향상과 확신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구에서 참가자가 간격을 둔 연습을 통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얻었더라도 정작 참가자 본인은 향상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몰아서 연습을 했을 때 더 잘 배웠다고 믿는다'라고 하니 말입니다.


이러한 착각과 싸우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아무런 주변의 도움 없는 자기 주도 학습을 경계하며 '대부분의 학생들도 자신에게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파악하고 그 부분을 채우는 데 필요한 연습의 체계를 잡아주는 교육자의 지도를 받을 때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 (중략) 교육자는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주는 피드백을 주어야 하고, 학습자는 피드백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바로 이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SBS 스페셜 '혼공 시대'의 조남호 코치님의 말처럼 공부법에도 기술과 법칙이 있습니다. 시중에 나온 많은 공부법 책에는 법칙도 담겨있지만 기술에 치중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입증되지 않는 방식일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배우려고 할 때 어떤 조언이 가장 좋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무턱대고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조언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마우스만 몇 번 클릭하면 된다. 하지만 모든 조언이 연구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또한 연구라고 해서 모두 과학적 기준에 맞는 것도 아니다. 연구 결과가 객관적인지, 일반화할 수 있는지 보증하는 통제 조건을 적절히 갖추지 못한 연구도 있다. 훌륭한 실증적 연구는 철저히 실험에 근거한다. 연구자는 가설을 수립하고, 설계와 객관성 면에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


만약 어떤 공부법이 법칙이라면 그 방법으로 모두가 빠르든 늦든 실력이 늘어야 합니다. 반면 기술이라면 우선 그것이 법칙에 걸맞은 것인지 확인한 후,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며 나에게 가장 맞는 것을 찾아가는데 참고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겠지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데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쩜오. 마시멜로를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