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칼보다 강하다

상처를 직면할 용기

by 글은늘





친하게 지냈던 누군가로부터 장난인 척 외모지적과 내 옷차림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들었다. 이런 말을 멋모르는 어릴 때나 하지 서른이 넘고 처음 들어 신선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유하게 넘기면 그만할 줄 알았는데 그 뒤로 계속되자 웃어넘길 수만은 없었다. 무례함앞에서 단호해지는 게 맞고 나도 대차게 받아쳐야 하지만 관계가 멀어질까 봐 고민했다. 나한테나 각박하지 남한테는 쓴소리를 잘 못하는 탓에 고민 끝에 겨우 말을 꺼냈다. 그게 약이 됐는지 독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존중하지 않는 상대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누구나 아킬레스 건은 있다. 나에게는 마름에 대한 강박이 커서 꽤 오랫동안 힘들었다. 말라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도 해봤지만 즐겁지 않았다. 무력해진 마음을 달래려고 심리학 책을 읽고 글도 쓰면서 스스로를 돌봤다. 그러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진짜 약한 가? 남을 깎아내리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그 사람은 강한가? 진짜 강한 건 자기의 상처를 직면하고 나아갈 용기를 내는 것 아닐까.



글을 쓰며 단단해져 가고 있지만 글을 쓰다 보면 내면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마음의 작은 동요나 변화를 알아채는 예민함이 생겼고 때때로 찾아오는 불안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겪어내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자주 흔들리고 약해진다.



그래도 난 쓰는 걸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쓰러지고 넘어지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거다. 나의 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건 내가 강하기 때문이다.



외모강박을 극복해 낸 이야기를 글로 써 브런치에 올렸었다. <美친 거니>가 바로 그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식욕억제제 부작용으로 우울증에 걸려서 어두운 옷만 입다가 새로 산 버터색셔츠로 인해 밝아진 경험은 <Be butter and better>에 보면 잘 나와있다.



내 경험상 상처는 덮어둔다고 낫지 않는다. 연고도 발라주고 밴드도 붙여주고 딱쟁이가 생겼다가 떨어지면서 다시 피도 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새 살이 돋는다.



이번에도 사실 애써 나은 상처가 되살아 날까 봐 걱정했다. ‘아마 피가 철철 흘렀을 거야. 징그러우니 보지 말자.’ 하고 덮어두었다가 용기를 냈다. 상처를 바로 보니 피는커녕 뽀얗게 새 살이 차올라 있었다. 약간 흉은 졌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안심이 되었다. 관계를 지키려다 내가 다칠 뻔했다. 내가 건강해야 관계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에게 받은 상처일지라도 치료는 셀프다. 슬퍼도 이렇게 해서라도 나아야 한다. 내가 낫는 게 먼저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말을 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흔들리고 넘어지겠지만 나에게는 글이란 치료제가 있다. 그러니 괜찮다.





“무례한 말은 칼이 되어 상처를 입히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



매거진의 이전글아삭아삭한 진심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