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한 진심을 담아

by 글은늘



어제는 아침밥으로 익은 김치찌개를. 오늘은 흰쌀밥 위에 무친 봄동을 올려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엄마가 해주신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는 감사하게 여기는 처지라 밥투정은 절대 안 한다.


느긋하게 밥을 먹느라 출근시간이 촉박해졌다. 깜짝 놀라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샤워기를 틀었다. 샤워를 하러 들어가면 신기하게 글감이 떠오른다. 머리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거품처럼 뭉근하게 글감이 떠오르면 그날은 먹지 않아도 든든하다. 하지만 오늘은 정신없이 바쁘게 거품을 씻어내서 그런지 계속 쥐고 있던 글감도 쪼로로록 하수구를 따라 흘러들어 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머리를 말리는데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젖은 머리로 출근하는 한이 있어도 택배를 안 뜯고는 베기지. 신나게 뜯어보니 친구가 보낸 선물이 도착했다. 요새는 뾱뾱이 대신에 종이보호재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많아졌다. 손톱으로 테이프의 모서리를 긁으며 종이박스에 붙은 테이프와 운송장을 떼어냈다. 끊기지 않고 한 번에 쫘악 떼지는 맛이 있는데 오늘은 아주 감칠맛 나게 떼어졌다. 순간 갑자기 글감이 떠올랐다. 얼른 휴대폰에 간단히 키워드만 적어 메모를 하고 머리는 살짝 젖은 채로 출근했다.


키워드는 바로 <봄동과 친환경포장>이다.

내일로 글쓰기를 미루려다 늦은 책상에 앉게 이유이기도 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는 항상 선물하는 마음으로 쓴다. 글을 읽어주시는 소중한 독자님들 뿐만 아니라 나를 향한 선물이다. 그래서 내용물도 알차게 포장지도 가장 예쁜 걸로 고심해서 고른다. 리본끈도 알맞은 것을 찾느라 여러 번 바꿔가며 묶었다 풀었다 한다.


그러다 보니 글을 연재하는 속도가 느리다.

메모장에는 글감이 있지만 기승전결이 잡히지 않으면 어제 먹은 김치찌개처럼 머릿속에서 익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좋은 글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바로 무쳐먹는 봄동처럼 신선하고 아삭아삭한 맛을 살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묵혀놓은 글이 있지만 엄두가 안 난다. 아는 작가님은 생각나는 대로 글을 화끈하게 써 내려가신다. 그런 글은 무친 봄동처럼 풋풋하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아직 감정을 조금 다듬고 싶은 마음이 커서 글을 계속 주물럭 거리고만 있다. 그래도 감정과 사유가 익어 맛이 제대로 우려 나길 바란다.


이번 글은 사실 결말을 짓지 못했다. 시작은 했지만 엉성한 모양새로 끝을 맺어야 같다. 미처 포장하지 못한 채 선물을 주는 같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기도 하지만 이런 찜찜함을 즐기기로 했다.


이번 글은 친환경적으로 포장해서 선물하려 한다. 과대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심을 술술 써 내려가는 글이다.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심 때문에 글을 쓰고 올리는 망설여졌다.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집중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아삭한 봄동처럼 봄에 어울리는 글을 있을 것이다. 봄이 가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듯이 글에도 때가 있다. 투박하게 써 내려가도 진심이 아삭아삭하게 살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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