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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늘 Apr 22. 2024

깨알만 한 깨달음일지라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



글로 기록하는 건 잘해왔다.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거나 머릿속에 표표히 떠다니는 계획을 종이에 옮겨 담는 일,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노란색 다이어리에 하루를 곱씹으며 글로 마무리하는 일들은 의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했을 뿐인데 돌아보니 참 잘한 일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면 나의 꼬라지가 보인다.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현관에서 신발을 다 벗기도 전에 엄마를 찾아 징징대다가 결국에는 왜 내 편을 안 들어주냐며 방문을 쾅 닫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 일. 축하받고 싶으면 남이 알아주기도 전에 내 입으로 다 말해버리곤 한없이 가벼운 사람이 된 것 같아 부끄러웠던 과거와 기분이 나쁘면 입을 꾹 다물고 누가 알아주기만 바랬던 날들을 글로 썼다. 글로 쓰며 얼굴이 화끈거렸고 나에게 꿀밤을 100대는 더 때리고 싶었다. 더 이상 그러지 말자며 다짐한 마음을 또 글로 남긴 덕분에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 나잇값을 하고 있다 느낀다. 엠비티아이를 몰라도 내가 누군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성장판은 진작에 닫혔지만 세 뼘쯤은 자랄 수 있었다.

 

글을 쓰다 보면 연필심이 뭉뚝해지는 것처럼 뾰죡한 생각은 쓰면 쓸수록 둥글게 다듬어지고, 종이 위에 스며든 슬픔은 어느새 시간이 지나면 보송하게 말라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세 뼘이나 자랐어도 글을 쓰지 않으면 철부지이기에 아직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나만 알기에 입이 근질거려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한다. 혼자서도 잘 쓰는 글이지만 나에게도 좋다면 남들에게도 좋을 것이 분명하다. 비록 거창하지 않은 이야기일지라도 그 속에 깨알만 한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전하고 싶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 66일 동안 매일 글을 쓰고 나눈다. 우리가 나누는 것은 글이지만 그 안에 누군가의 과거와 슬픔과 깨달음이 묻어있다. 잘게 부술수록 더욱 고소해지는 깨처럼 각자의 글이 모여 일상의 고소함을 더하고 저마다의 인생을 쪼개어 쓴 글은 서로에게 깊은 여운을 줄거라 기대한다. 고소한 설렘을 쓰며 1일 차를 마친다.





공백포함983자#별별챌린지#글로성장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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