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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늘 May 12. 2024

개그맨과 결혼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새로 부임한 국어 선생님께서는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수업시간 종종 흥미가 생길만한 이야기를 꺼내곤 하셨다. 단발머리에 체구는 작으신데 목소리는 카랑카랑하셨던 선생님께서 그날 해준 이야기는 손금이었다. 선생님께서 모두 손을 쫙 펴보라고 하시고는 한 분단씩 지나다니시면서 손금을 봐주셨다.


“넌 100살까지 살겠다 얘~”


“손금에 M자가 있으면 부자라는데 너 선생님이 잘해준 거 잊지 마~”


이런 식으로 농담을 날리시면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내 옆에 친구한테는 오른쪽 중지손가락의 세 번째 마디를 보시더니


“이 마디가 넓을수록 배우자 얼굴이 잘생겼대. 동희는 원빈이랑 결혼하는 거 아니야!? “


짝꿍의 마디는 두꺼운 반지를 낀 것처럼 선명했다. 그땐 원빈이 결혼하기 전이었고 영화 아저씨가 히트를 칠 때였다. 나를 포함한 반친구들 모두 일제히 중지손가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내 손을 살포시 잡으시고 쯧쯧 혀를 차며 말씀하셨다.


“얘들아~ 하늘인 개그맨이랑 결혼하겠다~!”


그 정도로 나의 마디는 짧았다. 나도 원빈이랑 결혼하고 싶었지만 속상하진 않았다. 재밌는 사람을 좋아해서 훗날 개그맨이랑 결혼한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결혼을 한 내 모습이 퍽 상상되지 않았지만 결혼을 한다면 재밌게 살고 싶긴 했다.


10년이 지난 오늘, 결혼반지를 맞추기 위해 예쁜 반지들을 껴보며 내 손과 배우자의 손을 유심히 보다 이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과연 개그맨과 결혼할 수 있을지..

궁금하면 500원~!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공백포함780자#별별챌린지#글로성장연구소

사진출처: WATCHA 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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