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나의 보석이다. 하나같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진주알처럼 곱다. 그들을 줄줄이 엮어 목에 감고 다니면 나의 초라함이 가려지는 듯했다. 보석함을 채우려 욕심도 부려봤지만 어떤 인연은 선물처럼 주어진다는 걸 그녀들을 보며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되지 않았다. 공백이 길어졌고 스스로를 미워하며 지독히도 외로웠다. 가진 거라곤 뼈대가 드러나는 목걸이뿐이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귀했던 그들을 그때는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의 못난 모습을.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나의 장점이라 여겼는데 잘못 탄 지하철처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긋난 인연도 그래서 만난 인연도 생겼다.
사실 친구들은 내가 어떤 모습이었대도 날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바심을 느낀 건 내가 그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사랑하는 그녀들을 만난다. 옛날이야기를 나누고 했던 얘기를 또 한다. 그래도 늘 웃기는 건 왜일까. 친구들을 만나면 머리에 폭죽이 터진다. 배 아프게 웃고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별 걸 하지 않아도 즐겁다. 집에 돌아와 탄약 냄새가 짙게 베인 옷을 정리하며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곱씹는다.
친구들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그들이 가진 매력에 내가 매료되서라고 생각했다. 누구는 예쁘고 누구는 귀엽고 누구는 웃겨서 누구는 똑똑하고 누구는 천사 같으며 누구는 편안해서 등등. 그런데 매력이 다가 아니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목격자가 되었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나는 보았다. 성실히 살며 스스로 빛낼 줄 아는 그들이 참 좋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서로의 절망을 나누고 기쁨을 보태며 우리는 그렇게 자랐다.
에메랄드처럼 맑고 영롱한 그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개울가의 몽돌처럼 마음이 맨들해진다. 속내를 들킬까 괜히 그녀들을 향해 물수제비를 던지고 말지만 오늘은 말하고 싶다. 나의 호수에 깔린 수많은 돌들 가운데 가장 예쁜 마음만 골라 글에 담았다. 글은 발이 없어 달아나지 못하니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두고 간다.
며칠 후면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 보석보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그녀들이 있어 새로운 시작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초라함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까지 모두 안아주는 그녀들이 있기에 밝게 빛나는 그 길을 따라 환히 웃으며 걸어갈 것이다.
친구들이 있어 내 인생은 보석처럼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