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친구가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줬어”
올해 들었던 말 중에 내 마음을 가장 잘 옮겨 담은 문장이다. 이 문장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인 유민이가 썼다. 그녀와 나는 어제 사랑하는 친구의 결혼식에서 손을 덜덜 떨며 함께 축사를 했다.
쓰면서도 감탄했고 실제로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눈물을 터트린 대목이다. 나는 글을 글답게 쓸 줄만 알지. 막힘없이 진심을 담아 축사를 써 내려가는 그녀를 보면서 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르가 된 기분이었다.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오늘 오후 4시까지 그녀는 항상 내 곁에 있어주었다.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음에도 서로 좋은 아이라 생각만 하다가 같은 고등학교로 오게 되면서 친해졌다. 청순한 외모에 귀엽기까지 한데 심지어 웃기다. 친구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유민이를 알면 유민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민이를 몰랐으면 좋겠다 나만 알게. 그녀를 만나면 꼭 글을 쓰게 된다. 장난스럽게 “넌 나의 뮤즈야~ㅋㅋㅋ”라고 했지만 정말이다.
그녀는 나의 등대이자 비누다.
쉽게 불안해하는 내가 감정의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릴 때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깜깜한 밤바다를 비춰준다. 등대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중심이 잘 잡힌 그녀는 빛이 난다. 그 빛을 따라 차츰차츰 나의 자리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유민이 덕분이다. 항상 무드등을 켜야 잠을 자는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밝은 빛을 내는지 모르나 보다. 유민이가 가는 길엔 어둠은 사라지고 언제나 밝기를 바란다.
여드름이 없는 그 애는 맑은 피부처럼 마음에도 티끌 하나 없다. 어떠한 고정관념과 편견 없이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본다. 그 애 곁에 있으면 나의 때가 눈에 띄고 꼬질꼬질한 게 보이지만 그 애와 대화를 나누면 뽀득뽀득 씻겨지는 기분이다. 향수를 쓰지 않는 그 애지만 그 애에게서는 비누향이 난다.
‘높은 하늘 위에 나무가 되겠습니다.’
유민이가 취업을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에 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름의 한자 뜻을 녹여낸 그 말처럼 그녀는 지금 하늘 위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하늘이 되고 싶다. 기대고 도움만 받았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뿐이다. 글로 사랑을 전할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기에 마음을 담아 쓴다. 그 마음이 멀리 있는 너에게 닿기를.
유민아 너는 등대, 비누 그리고 사랑이야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