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 2025.05.05
국립고궁박물원은 타이베이 시내에서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도자기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넣은 일정이었다. 장제스가 국공내전에서 패배하고 대만으로 이동할 때 베이징의 고궁박물원에서 가져온 귀중한 유물들이 많다고 해서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타이베이역에서 국립고궁박물원에 가기 위해서는 전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을 해야해서 이동은 편한 택시를 이용했다. 대만에서 택시를 탈 때 팁이 있다면 호텔에 가고자 할 때 호텔 네임 카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호텔은 프론트에 호텔의 주소, 연락처 등이 적힌 명함사이즈의 카드를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하고 있는데, 택시기사들이 호텔의 위치를 모두 숙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카드를 지참하고 다니면 트러블을 최소화하여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대만에서 택시를 탔을 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기사님이셔서 소통이 쉽지 않았다. 서툰 중국어로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기사님께서 말씀하시는 名片(밍피엔, 명함)이라는 단어 하나를 알아듣고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이 말씀을 하고싶으셨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박물관의 수많은 유물 중에서도 압권이었던 것은 역시 육형석(동파육)과 취옥백채(배추)였다. 박물관 안에서도 가장 유명한 유물이니만큼 두 유물은 줄을 서서 봐야 했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크기가 작았다. 하지만 작은 크기에도 조각이 굉장히 정교해서 놀라웠다. 특히, 육형석은 실제 동파육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흡사해 그 옛날에 돌을 이런 식으로 조각할 수 있음에 감탄했다.
국립고궁박물원은 그 크기가 방대하기 때문에 다 돌아보는 데 기본 3시간은 잡아야 한다. 우리 가족의 경우 도자기 위주로 봤음에도 점심 먹는 시간을 합쳐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다. 다행히 박물관에는 목적지를 지정할 수 있는 택시 예약 서비스가 있어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금방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중정기념당에 간 가장 큰 목적은 역시 교대식을 보기 위함이었다. 대만의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중정기념당에서는 우천시를 제외하고는 오후 5시까지 매 정각마다 교대식을 진행한다. 비소식은 있었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무사히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교대식은 길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어서 대만에 왔다면 한 번 보러가도 좋을 것이다.
장제스 동상이 있는 중앙의 본당에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올라가기 위해서는 장제스의 나이만큼 8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올라가지 않더라도 1층홀에서 전시회의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등 구경할 것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외부의 광장은 마치 한국의 광화문 광장처럼 시야가 탁 트여있어, 가족들도 꽤 마음에 들어했다.
대만에는 키키레스토랑이라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식당이 있다. 키키레스토랑은 예약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라서 가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바로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 예약을 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예약이 꽉 차있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뜨고 있는 곳이 이번에 간 킷킷레스토랑이라는 곳이었다.
킷킷레스토랑은 키키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부주방장이 따로 나와서 차린 가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게 이름도 메뉴도 키키레스토랑과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곳의 평 또한 좋아서 마지막날 저녁을 이곳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혹시 몰라서 예약을 하긴 했는데, 예약은 구글에서 쉽게 할 수 있어 일정이 확실하다면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러가지 메뉴를 시켜보았는데, 인상적인 메뉴를 몇 가지 꼽아보라고 한다면 먼저 계란 두부 튀김을 꼽고 싶다. 계란 두부 튀김은 식감이 독특했는데, 겉은 튀겨서 바삭바삭했지만 속은 계란찜처럼 부드러웠다.
다음은 부추꽃볶음이다. 부추를 잘게 썰어 고기와 함께 볶은 메뉴인데, 들었을 때는 평범하게 들리지만 알고 있는 부추의 식감과는 조금 다른, 마늘종에 가까운 식감이었다. 굉장히 아삭아삭해서 씹는 맛이 있었고, 고추가 들어가서인지 꽤나 매웠다. 요리라기 보다는 반찬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같이 시킨 새우볶음밥과 매우 잘 어울렸다.
킷킷레스토랑은 위치 상으로는 대만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대만에서 간 식당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키키레스토랑에는 가보지 않아서 맛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키키레스토랑과 비교하지 않아도 음식의 퀄리티가 훌륭해서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곳이었다.
용산사는 1738년에 지어진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태평양 전쟁 당시에 떨어진 폭탄으로 인해 본전은 소실되었으나 관세음보살상만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아 유명해졌다고 한다. 사진으로 봤을 때 야경이 꽤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고, 마침 공항에 가기까지 시간도 여유로워서 간단하게 산책도 할 겸 가보기로 했다.
용산사역에 도착해서 조금만 걸어가면 화려한 조명의 입구가 보인다. 조명도 조명이지만, 금으로 장식을 해서 더욱 호화로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절 안쪽에는 폭포(...)까지 있어 얼마나 돈을 썼을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보통 절에서 느껴지는 것이 엄숙함과 고풍스러움이라면 이곳에서는 그런 느낌보다는 사치스러움이 느껴졌다.
대만에는 스린, 라오허제, 닝샤라고 하는 3대 야시장이 있다. 원래 계획이었다면 세 곳 중 한 곳을 가려고 했는데, 시간과 위치가 애매해서 포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용산사 주변에 규모가 꽤 큰 야시장이 있었다. 유명한 야시장에 가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간단하게 체험이라도 해보기 위해서 '멍지아(艋舺)'라는 이름의 야시장에 들렀다.
그렇게 야시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불쾌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분명히 시장에 와있는데도, 음식에서 나서는 안 되는 냄새가 났다. 취두부 세 글자를 보자마자 이것이 취두부 냄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은 야시장 구경을 조금 더 하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취두부의 강렬한 냄새에 충격을 받은 우리 가족은 서둘러 야시장을 빠져나왔다.
야시장을 뒤로 하고 향한 곳은 대만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시먼딩. 시먼딩은 대만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을 때 일본인들이 주로 살던 일본인 밀집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일본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시먼딩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버블티와 망고빙수 때문이다. 버블티는 대만 곳곳에서 마실 수 있다고는 들었는데 딱히 마실 기회가 없었고, 망고빙수 또한 망고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몇 군데 돌아다녀봤지만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시먼딩에는 대만의 유명 버블티 브랜드인 행복당(幸福堂)이 있기도 하고, 구글맵에서 최신 리뷰를 봤을 때 망고빙수를 팔고 있는 가게가 있다고 해서 남은 목적을 달성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시먼딩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이 바로 행복당이다. 사람들은 많지만 회전율이 빨라 주문을 하고 금방 받을 수 있었다. 이곳은 타피오카 펄을 직접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펄을 반죽한 후 솥에서 끓이고, 토치로 흑설탕을 그을리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데, 뭔가 음료에 토치를 쓴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맛을 평가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마셨던 타이거 슈가의 흑당 버블티가 내 입맛에는 더 맞았다. 그 이유는 이 행복당의 흑당 버블티가 그렇게 달지 않았고, 뜨거운 타피오카 펄을 그대로 넣어 딱히 시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맛이 단맛이 아닌 담백한 맛에 가까워서 펄의 식감을 느끼기에는 좋았지만 흑당의 단맛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싱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펄 자체는 굉장히 쫀득쫀득하고 크기도 커서, 지금까지 먹어본 타피오카 펄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다.
그리고 망고빙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삼형매 빙수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붙어있는 사진을 보니 굉장히 많은 한국의 연예인들이 다녀간 곳이었다. 사실, 맛 자체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망고빙수의 맛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망고빙수를 찾아다닌 고생도 있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먹었던 망고가 생망고인지 냉동망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맛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먹고 싶었던 걸 먹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만족도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만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짧게 자유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에 3박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타이베이의 웬만한 관광지는 다 가볼 수 있었다. 타이베이 101에서 느낄 수 있었던 현대적인 분위기의 대만도 좋았지만, 빙수를 먹고 버스를 기다리며 느꼈던 단수이 뒷골목의 분위기도 대만만의 로컬적인 감성이 느껴져 좋았다.
또한, 대만은 중화권의 문화를 경험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중국을 비자없이 갈 수 있게 되어 이전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어라는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고,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이 되지 않는 등 폐쇄적인 부분도 있어 여전히 자유여행으로 중국에 가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대만은 구글맵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한국어로도 소통할 수 있어 접근성이 굉장히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식도락으로도 유명한데, 아쉽게도(?) 모든 음식이 입에 맞지는 않았다. 중화권의 요리는 특유의 향신료가 느껴져서 그 향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무래도 즐기기는 조금 힘든 것 같다. 그래도 훠궈나 샤오롱바오 같은 유명한 음식들은 확실히 현지에서 먹는 것이 맛있었다.
보통 외국에 나가면 한국 음식을 찾기 보다는 로컬 음식을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입에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일 것이다. 뭐든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 대부분이기에, 실패하더라도 도전해볼 수 있는 것이 여행이 매력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