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 2025.05.05
아침으로 먹으려 했던 미슐랭 우육면 맛집, 유산동 우육면에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아침이라고는 해도 12시를 넘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줄이 길었다. 그래서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곳이 타이베이역 근처의 양품우육면이라는 곳이었다.
계획이 틀어졌으면 가능한 한 빨리 수정을 해야 이후의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곳 양품우육면은 구글지도에서의 평점도 나쁘지 않았고, 거리도 가까웠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아 보였다. 하지만 우육면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인지, 이곳의 맛이 별로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어정쩡한 맛이었다. 게다가 물도 별도로 돈을 내고 주문을 해야 했고, 접객 태도도 그리 좋지 못해서 가지 못한 유산동 우육면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아침을 먹고 이동한 곳은 단수이. 일본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인데, 수도에 가면 근교 여행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도쿄에 가면 가와고에, 하코네를 여행하고 서울에 가면 수원이나 가평을 여행하듯, 근교를 여행하면 수도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단수이는 타이베이시 북쪽의 신베이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단수이에 가기 위해서는 타이베이역에서 전철을 타고 40분 정도 이동해야 했다. 타이베이역은 수도의 중심역답게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밖에서도 크다고 생각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더욱 웅장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타이베이역에서 단수이에 가기 위해서는 빨간색의 단수이-신이선(Tamsui-Xinyi Line)을 타야 한다. 전철은 淡水(Tamsui) 단수이라고 적힌 전철과 北投(Beitou) 베이터우라고 적힌 전철이 번갈아 오는데 우리나라의 ~행 열차를 생각하면 된다. 베이터우행을 타면 베이터우까지만 가기 때문에 내려서 한 번 더 갈아타야 한다. 둘 다 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단수이행을 타고 가는 것이 굳이 환승할 필요가 없어서 마음이 편할 것이다.
단수이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다섯 정거장 정도 이동하면 홍마오청에 도착한다. 홍마오청은 1624년 스페인을 몰아낸 네덜란드군이 지은 건축물로,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의 별명이었던 '붉은 머리의 야만인'에서 이름을 따와 홍마오청(紅毛城, 붉은 머리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홍마오청 외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왔던 담강중학교나 소백궁, 진리대학 등 예쁜 건물이 많아 하루 시간을 빼서 단수이까지 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진리대학은 캠퍼스가 매우 아름다워 마치 식물원에 온 것 같았다.
별개로 대만 여행에서 기대하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망고빙수로, 실제로 여러 곳에서 망고빙수를 찾아헤매야 했다. 사진은 단수이에서 먹은 빙수인데, 아쉽지만 이것은 망고빙수가 아니다. 망고빙수가 맛있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망고는 5월말부터 나온다고 한글로(!) 적혀있었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나라라서 당연히 망고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만도 아직 망고철은 아닌 듯 했다.
꽤 먼 거리를 걸어와서 지친 탓에 망고빙수는 없었지만 사장님 추천의 빙수로 주문을 했다. 사진에서 느껴지듯 양이 엄청 많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설빙에 익숙한 나에게는 조금 심심한 맛이었다. 하지만 친절한 사장님과 60대만달러 (한국돈으로 대략 3000원 정도) 라는 양에 비해 저렴한 가격 덕분에 심심한 맛임에도 나름의 매력이 느껴졌다.
빙수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단수이역 근처에 있는 라오제(老街, 옛거리)를 구경하러 갔다. 강가를 따라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라오제는 아기자기한 상품들도 많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먹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유명한 대왕카스테라집이 있으니 현지의 카스테라를 한 번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날 야시장을 구경하고 난 뒤, 부모님은 이곳이 더 좋다고 하셨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취두부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로만 봐서 취두부가 과연 어떤 냄새일지 궁금했는데, 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아름다운 노을로 유명한 단수이지만, 노을이 질 때까지 있자니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그냥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날 일정은 단수이 외에는 딱히 정해두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나서 대만의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101로 이동해 야경을 감상하는 일정을 추가했다.
보통 여행을 하면 휴양파와 관광파로 나뉜다. 나는 한 번 가면 다시는 안 가도 될 정도로 명소란 명소는 모조리 돌아다니는 극한의 관광파이다. 3일내내 많이 걸어서 힘들텐데도 일정을 잘 따라와준 가족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어쨌든 이렇게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효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타이베이 101은 타고 갔던 단수이-신이선을 그대로 타고 台北101世貿(Taipei 101 / World Trade Center) 타이베이 101, 세계무역센터 역에 내리면 도착할 수 있었다.
역 밖으로 나오자 높게 뻗은 타이베이 101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최고층 마천루를 차지하기도 했던 타이베이 101은 하늘로 뻗어가는 대나무를 모티브로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위를 올려다봤지만 너무 높아서인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하에는 대만 원조의 딤섬 프랜차이즈, 딘타이펑이 위치해 있다. 한국에도 지점은 있지만 원조인 대만에서 먹어볼까 하고 대기를 봤는데, 예상 대기 시간이 200분이 넘어갔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 입장하기 위해서도 대기는 필요하니 일단은 대기를 걸어두기로 했다.
이날은 비가 오지 않아 전망대에 올라가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5월 3일 기준 일본은 골든위크 기간, 중국은 노동절 연휴로 한중일 세 나라의 연휴가 겹쳤으니 사람이 많을만도 했다. 그래서 여행 기간동안 관광지는 어디를 가든 웨이팅은 기본 옵션이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야경을 봐왔지만, 시간에 따라 변하는 대만의 야경은 그 어떤 야경보다 운치가 있었다. 내부의 공간도 상당히 넓어서, 다양한 방면에서 타이베이 시내를 조망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리고 전망대 안쪽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철구가 있다. 무게 약 660t, 직경 약 5.5m의 추 역할을 하는 이 철구는 지진과 강풍이 발생하면 좌우로 약 1.5m 움직여 건물 진동을 최대 4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태풍이 발생했을 때의 영상을 봤는데, 위 사진의 거대한 철구가 꽤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태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은 어떤 맛이길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까, 하고 기다려보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기대를 뛰어넘는 맛을 내는 식당은 딱히 많지가 않다.
웨이팅 맛집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기다린 만큼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맛이 뛰어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딘타이펑은 기대와는 달리 평범했다. 새우볶음밥이 가장 맛있었고, 딤섬은 딱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대만 최고의 딤섬 식당을 기대하고 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대만에 왔으니 딘타이펑을 먹어보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200분을 기다려서 먹을 음식인가,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대만에는 딘타이펑 지점이 많이 있으니 정말 딘타이펑을 먹어보고 싶다면 다른 곳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니면 나의 경우처럼 웨이팅을 걸어놓고 전망대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여행하는 사람의 자유,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좋은 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