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작품 설명
사라지는 것은 늘 몸이 아니라, 몸을 ‘나’라고 부르게 하던 경계선이다. 이 소설에서 공포는 괴물의 얼굴이 아니라, 들려오되 출처를 갖지 않는 소리로 도착한다.
〈재생 흩어진 조각들>은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던 일상적 기능-운전, 노동, 거주, 신체-가 서서히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현대적 실존의 불안을 정밀하게 증폭시키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하늘에 걸린 검은 점이다. 그러나 이 점은 단순한 환각이나 사건의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주체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균열이며, 이후 반복되는 노랫소리와 함께 '현실의 감각'이 분해되는 리듬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탁월함은 공포를 외부의 위협으로 환원하지 않는 데 있다. 노랫소리는 분명하게 들리지만, 어디에서도 “발성체”를 발견할 수 없다. 이때 두려움은 벽을 타고, 관을 통과하고, 실내의 사물과 동선에 스며든다. 그녀가 보닛 지지대를 쥐고 집안을 수색하는 장면들은 폭력의 예고라기보다, 세계를 통제하려는 마지막 시도처럼 읽힌다. 머리카락의 소실, 거울 속 얼굴의 파편화는 ‘나’의 외형이 무너지는 사건이면서 동시에, 자아가 자기 자신을 하나로 묶어내는 능력을 상실하는 표지다.
해타사와 반각의 등장은 이 소설을 단순한 심리 스릴러에서 벗어나게 한다. 종교적 공간은 구원의 장이 아니라, “이상에 대한 해석이 끝내 도달하지 못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반각이 말 대신 합장과 침묵으로 물러서는 순간, 그녀는 설명을 얻지 못한 채 세계의 불가해함을 몸으로 떠안는다. 그 불가해함이 폭력으로 전환되는 장면은 윤리적 비난보다, 탈출구 없는 공포가 만들어내는 비극적 필연으로 제시된다. 마지막, 이사는 ‘탈출’의 형식을 갖추지만 서사는 다시 다리 위로 회귀한다. 반복되는 사고의 원형은, 재생이란 새로 시작되는 삶이 아니라 “같은 파국을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하는 세계의 습관”임을 드러낸다. 흩어진 조각들은 사물의 파편이 아니라, 한 인간이 한 몸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했던 조용한 연결들—기억, 감각, 관계, 언어—의 붕괴 그 자체다.
본문 발췌
알 수 없는 노랫소리
얼핏 올려다본 하늘에 크고 검은 점이 걸려 있다. 그 점을 잠시 응시하던 그녀의 몸이 그쪽으로 조금씩 움직여 가는 것을 그녀 스스로는 알지 못했다. 핸들을 잡은 손이 떨렸던 것도 아니고 차체가 흔들렸던 것도 길이 미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 검은 점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타는 듯 강렬한 햇살이 타원으로 휘어진 채 검은 점을 감싸고 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힘겹게 핸들을 움켜쥐고 있던 그녀는 두 눈을 마구 비볐다. 그러나 공중에 걸린 점은 사라지지 않았고 잠시 후 그녀의 승용차가 순식간에 다리 난간을 들이받으며 그 검은 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던 이삿짐 트럭의 운전사조차. 공중에서 뒤집어진 자동차가 폭발하며 수많은 파편들과 먼지들이 아래로 떨어졌고 경찰차와 구급차가 사고현장에 도착해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자동차 조각들과 흩어진 그녀의 사체를 수습하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 한마디하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려던 순간 그녀는 반각의 등을 후려쳤다. 그 자리에 고꾸라진 반각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조용했다. 그녀는 갑자기 겁이 나 반각의 몸을 흔들었다. 여전히 꿈쩍도 없이 신발들 위에 엎어져 있는 반각의 입에서 피가 울컥 솟구치는 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해타사에 전화를 걸었다. 스님들과 몇몇의 신도들이 그녀를 힐끔거리며 반각을 들쳐 매고 현관을 나섰지만 그녀는 여전히 손에서 지지대를 놓지 않았다.
거실 여기저기를 오가던 그녀는 죽어 말라가고 있는 금붕어의 배를 지지대 끝으로 꾹꾹 눌렀다. 살아나, 살아나라고. 그녀는 금붕어의 몸통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울었다. 그녀는 관리사무실에서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이사를 종용했을 때도 울었고, 퇴직금은 일시불로 입금시키겠다는 택시 회사 사장의 전화를 받았을 때도 울었다. 그녀는 여전히 지지대를 손에 쥔 채 소파 가장 자리에 웅숭그리고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는 맞은편 건물의 기하학적 외부 장식벽의 선면(線面)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사각형 그리고 그 선면들이 이쪽 아파트 베란다의 선면과 만나 생기는 가상면과 그 면들의 숫자를 세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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