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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Oct 05. 2021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 섬에서



photo by Hodo Lee / https://brunch.co.kr/@hodolee






Epilogue 1

여전히 꿈 속에서 꿈인 줄 알 수 없는 삶을 살지만 그 꿈에 그가 채울 자리가 없음에 안도조차 하지 않는다. 공허마저 비어 있지 않아 이젠 피식 넘어갈 수 있는 과거가 되려는 날을 얼마나 염원했는지.







말라가는 진심에 물을 달라 허덕이는데 사방은 다 바다인 섬에 나는 그와 함께였다. 우리만 존재했던 섬에서 어리석게도 행복하다 믿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게 도리어 아픈 독이 되어 나를 그만 찔러 죽였다.



섬에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지 못하는데,  데려오는대로 끌려왔으니 나가는 법도 그만이 풀 수 있었는데. 나는 스스로 나가는 법을 알지 못했다.



사방이 바닷물 투성이고 몸은 온통 모래로 젖어 있다. 바다 냄새가 빠지지 않은 채로 섬을 빙빙 돌며 그의 이름을 부른다.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 탁 트인 조그마한 섬에서 대체 이것을 어떻게 우주라 칭할 수 있었는지 후회하고 있었다.




Epilogue 2

바닷물이 전부 마를 때까지 그저 꿈을 꿀테니 그 전까지만 한 번 들여다봐달라고 애걸복걸하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망각마저 스며들어서, 잊어야 함조차 잊어서.


있잖아, 이제는 그 기다림조차 잊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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