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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Sep 02. 2021

언젠가 커튼콜을 올릴 때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 끝자락에 끄적이는 글이 있다. 나와 같은 무대에  주어 고맙다고,  짧은  막이 끝나더라도 언젠가 올릴 커튼콜에 함께해 달라고,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다른 날의 다른 공연에서도 같이 마음껏 기량을 펼쳐줄  있겠느냐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정형화된 공연과 나의 인생 무대가 다른 점이 있다면, 다소 즉흥적으로 흐름이 바뀔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겠다. 언제 어떤 식으로 대본이 흘러갈지 어느 때에 어떠한 음악이 연주될지 한 치 앞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 소름이 끼치는 고통을 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저릿한 기쁨을 준다.



반대로, 가장 비슷한  있다면 비가역적이라는 특성을 가진 것이겠지, 누군가 피치를 잘못 올렸다고 해서 리허설처럼 중단하거나 다시 해볼  있는 형질의 것이 아니다. The show must just go on, 공연은 계속 가야만 한다.




한 막 한 막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 고민들이 결국 세상에 그 모습을 보이게 되어 언제고 커튼콜을 올릴 수 있을 때, 그대들이 내 곁에 함께 손을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 고민의 단초도 그대들의 것이며 종국에 올린 힘도 그대들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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