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들에게 늘 편지 끝자락에 끄적이는 글이 있다. 나와 같은 무대에 서 주어 고맙다고, 이 짧은 한 막이 끝나더라도 언젠가 올릴 커튼콜에 함께해 달라고,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다른 날의 다른 공연에서도 같이 마음껏 기량을 펼쳐줄 수 있겠느냐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정형화된 공연과 나의 인생 무대가 다른 점이 있다면, 다소 즉흥적으로 흐름이 바뀔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겠다. 언제 어떤 식으로 대본이 흘러갈지 어느 때에 어떠한 음악이 연주될지 한 치 앞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 소름이 끼치는 고통을 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저릿한 기쁨을 준다.
반대로, 가장 비슷한 게 있다면 비가역적이라는 특성을 가진 것이겠지, 누군가 피치를 잘못 올렸다고 해서 리허설처럼 중단하거나 다시 해볼 수 있는 형질의 것이 아니다. The show must just go on, 공연은 계속 가야만 한다.
한 막 한 막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 고민들이 결국 세상에 그 모습을 보이게 되어 언제고 커튼콜을 올릴 수 있을 때, 그대들이 내 곁에 함께 손을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 고민의 단초도 그대들의 것이며 종국에 올린 힘도 그대들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