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三十輻 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삼십폭공일곡 당기무 유거지용)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鑿戶爽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착호유이위실 당기무 유실지용)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진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릇 속의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릇이) 그릇으로서 효용을 가지게 된다. 창과 문을 뚫어서 방을 만드는데, 방 아닌 공간이 있기 때문에, (방이) 방으로서의 효용을 가지게 된다. 무용지용(無用之用). 장자 또한 ‘인간세(人間世)’에서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을 이야기한다. 굽고 옹이가 진 나무는 목수에게서는 가치가 없는 것이어서 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용(有用)한가, 무용(無用)한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가치판단에 따라 달라지고, 노자나 장자는 그러한 판단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비어 있는 그릇, 쓸모없기 때문에 오히려 쓸모가 있다고 역설한다.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는 미적 대상의 모호한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감각의 분배(Distribution of the Senses)” 개념을 이야기한다. 그의 “감각의 분배” 개념에 따르면, 미적 대상은 고정되지 않고, 사회적 맥락과 관객의 해석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변화한다. 랑시에르는 예술이 새로운 감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러한 감각의 분배가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을 고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사회적 규범과 관습을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무지한 스승>이라는 책에서, 맥락(context)의 해방(release)이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철학이란 나는 무엇인가?(존재론), 나는 무엇을 인식하는가?(인식론), 나는 어떻게 삶을 사는 것인가?(가치론)의 세 가지의 물음에서 출발한다. 내 자신이라는 그릇은 애초 비어 있고, 다시 무언가를 채우고, 다시 비워가는 과정에 있다. 나에게 쌓여진 오만과 편견 덩어리를 모두 벗겨내는 작업이다.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는 일생을 아이 돌보미와 가정부로 살아가면서 40년간 거리로 나가 약 15만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진들은 2007년, 한 경매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큰 화제가 되었고, 그녀의 사진은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들과 장소들을 기록하였고, 미국 도시의 일상을 그녀의 시각으로 사람들의 진솔한 표정을 담아냈다. 2013년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감독 존 말루프(John Maloof)와 찰리 시슬켈은 마이어가 생전에 수집하고 촬영했던 필름, 소지품들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진은 아마도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쓸모있음을 만들어준다. 이것이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이자 잠재력이 아닐까 싶다.
재즈는 블루스라는 그릇에 아마도 스윙으로 가미될 것이다.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은 가사가 없는 여성 보컬을 교묘하게 사용했으며, 그의 동시대인들과는 달리 종종 악기들의 결합에 있어 표준적인 관행(예를 들어 색소폰 대 금관 전체의 대비)을 깨뜨리고, 이질적 악기들을 한데 배합시킴으로써 베이스 클라리넷, 약음기를 댄 트럼펫·트롬본이 연주하는 그 유명한 <무드 인디고(Mood Indigo)> 같은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냈다.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성행했던 빅밴드 재즈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스티비 원더의 대표곡 중 하나인 'Sir Duke'는 듀크 엘링턴의 사후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It Don’t Mean a Thing(If It Ain’t Got That Swing)”은 듀크 엘링턴의 대표적인 스윙 재즈 곡이다. “스윙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제목처럼, 스윙 리듬이 중요한 요소이다.
“You’ve got to find a way of saying it without saying it.”
“말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듀크 엘링턴-
Duke Ellington-it don't mean a thing
https://www.youtube.com/watch?v=9_TuxGqRVN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