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12장 다섯 가지 색깔, 다섯 가지 소리]

by 노용헌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令人心發狂 (오색령인목맹 오음령인이롱 오미령인구상 치빙전렵령인심발광)

難得之貨 令人行妨 (난득지화 령인행방)

是以聖人爲腹 不爲目 故去彼取此 (시이성인위복 불위목 고거피취차)


오색목맹(五色目盲): 다섯 가지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다섯 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게 되고(五色令人目盲), 다섯 가지 음으로 사람의 귀가 멀게 되고(五音令人耳聾), 다섯 가지 맛으로 사람의 입맛이 고약해진다(五味令人口爽).” 노자는 물질적 욕심이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했다(難得之貨). 공자 또한 논어에서의 <안연편>에 세 원숭이가 각각 눈, 귀, 입을 가리고 있는 모양(三猿)을 빗대어 말한다. “예禮가 아닌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이 세 원숭이는 2008년작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Religulous(한국 제목은 신은 없다)의 포스터로도 쓰였다.


다섯 가지 색(오방색); 청색, 흰색, 적색, 흑색, 황색

다섯 가지 음;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다섯 가지 맛; 맵고,신(辛), 짜고,함(鹹), 시고,산(酸), 달고,감(甘), 쓰고,고(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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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각 기관은 크게 다섯 가지이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오감(五感)이라고 한다. 메를로 퐁티(Merleau-Ponty)의 ‘몸과 살’에 대한 개념이 떠오른다.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지식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대륙 관념론)'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외부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영국 경험론)'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의식과 감각은 항상 몸이라는 한계 속에 있으며, '몸'의 '체험'(신체화된 의식)을 통해서만 진정한 의미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몸(le corps)’은 무엇이고, ‘살(la chair)’은 무엇인가. '살'은 감각하는 피부 표면과 그 표면 밑에 숨겨진 '살'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메를로퐁티가 철학용어로 쓰는 ‘몸은’ 우주 내의 일체의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힘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럴 때 몸은 만유의 진리인 근원적인 존재와 교섭하는 가시적인 것이고, ‘살’은 지각으로 느껴지는 물질적인 육체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지각 이면에 숨겨져서 보이지 않던 존재 의미가 마치 지각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보는 것과 보이는 것, 감각하는 것과 감각되는 것의 얽힘’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삶이란 시간과 공간의 얽힘이 아닐까. 조리개와 셔터가 얽혀 있듯이. 양자의 두 축은 얽혀 있다. 물리학에서도 양자 얽힘이란 용어가 있다.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양자 역학에서 발생하는 비고전적 상관관계로,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입자가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진은 광자(光子, photon)로 이루어진다. 사진의 픽셀은 기본적으로 은입자에 반응의 관계인 셈이다. DNA가 이중나선구조인 것처럼, 두 입자가 얽혀 있는 상태, 시간과 공간은 서로 얽혀 있다.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347, 시간과 공간의 얽힘-


사울 레이터(Saul Leiter)의 사진들은 여러 가지 색들을 보여준다. 뉴욕의 일상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그의 사진에는 눈오는 풍경, 비오는 풍경등이 있다. 뉴욕의 일상은 다채로운 그의 색깔로 담겨져 있다. 영화 <캐롤>의 토드 헤인즈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사진가이다. 2013년 제작된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In No Great Hurry: 13 Lessons in Life with Saul Leiter>도 있다. 그의 사진들을 통해서 평범한 길거리도 이처럼 다양한 빛과 색, 반사를 통해서 새롭게 볼 수 있다. 아마도 우리의 일상 속에는 수많은 색들이 존재한다. 다섯 가지 색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색들이.


“I happen to believe in the beauty of simple things. I believe that the most uninteresting thing can be very interesting.”

“중요한 것은 장소나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이다.”

-사울 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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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어떤 색깔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사실은 조금씩 달라져 있다.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셀로니어스 몽크 등 수많은 재즈 연주자들은 밴드를 구성하고 있다. 스윙이 백인들에게 환영받았다면, 비밥은 백인들과 구별되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려 했던 흑인들의 의식이 담겨 있다. 비밥은 빅밴드(10명 이상의 연주)가 아니라 주로 피아노, 베이스, 드럼, 트럼펫, 색소폰으로 구성된 작은 밴드가 연주를 한다. 피아노, 더블 베이스, 드럼, 트럼펫, 색소폰은 다섯 가지 음을 들려준다. 4중주가 콰르텟(quartette)이라면, 5중주는 퀸텟(quintet)이다.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의 퀸텟(https://youtu.be/2uLpjp7xkyI?si=wCfIuitoo0xZddKk) 연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1995)의 OST에서 “California dreaming”과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노래가 유명하다. 세라 본(Sarah Vaughan)이 부른 “What a difference a day made”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디나 워싱턴(Dinah Washington)이 불렀다. 디너 워싱턴은 1963년에 죽었다. 2010년 독일 음악감독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On the Nature of Daylight”에 그녀의 목소리가 덧붙여졌다. 그 노래는 “This Bitter Earth”이다.(https://youtu.be/BmEhO1OiEkY?si=9-tJSdUrjXnyfXGt). 이 곡은 마틴 스콜시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2010)(https://youtu.be/InyT9Gyoz_o?si=mN2jp9EqDAK8wt42)에 사용되었다. 또한 영화 <컨택트>(2016) 삽입곡으로도 유명하다. 죽은 디너 워싱턴의 목소리는 21세기 음악적 선율을 통해 되돌아온다.


What a difference a day made_Dinah Washington

https://youtu.be/r1IZk_w1VGo?si=ltxBvm2UbEKWTJ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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