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15. 시각과 청각

by 노용헌

영화에서 절반은 사운드에 있지만, 사진에선 청각적인 요소는 없다. 시각적인 사진에서 청각, 촉각, 후각을 느낀다는 것은 상상에 의존할 뿐이다. 공포영화를 볼 때 사운드를 배제하기 위해 음소거 버튼을 누른채 감상한다면, 음향 사운드가 주는 공포감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경험하는 채널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촉감으로 느끼는 오감에 의해서이지만, 시각언어인 사진에서 청각적인 요소, 촉각적인 요소, 후각적인 요소를 느낄수 있을까. 아마도 프레임에 담겨진 시각적인 요소들로 인해 상상되어지는 것들이 것이다.

이미지(image)를 우리는 영상이라고 번역한다. 아마도 이미지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언어적 표현이라고 볼수 있는데, 우리는 문자언어 시에서도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다. 바람소리, 물소리, 빗방울소리, 새 지저귐 소리, 일상속에서 들리는 소음등 시가 표현하는 형상화의 내용은 이미저리(imegery)인 셈이다. 존 러스킨은 이미지를 창조해내 내는 가장 중요한 상상력을 직관적直觀的 상상력, 연합적聯合的 상상력, 정관적靜觀的 상상력으로 분류했다. 직관적 상상력이란 ‘사물의 정신적, 내면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것’, 연합적 상상력이란 ‘이미지(心象)을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 정관적 상상력이란 ‘대상의 본질을 마음의 눈으로 조용히 관찰하여 나타나는 사랑과 정서로 체험 전체를 통일시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문학아카데미> 나의 사진에는 어떤 이미저리가 있을까. 내가 본 대상에서 어떤 상상을 불러일으킬 요소는 과연 있을까.


우리는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느끼고 판단한다. 그러나 감각적인 시각에 비해 청각은 물리적인 환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눈을 감고 소리를 듣다보면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사진을 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각적인 정보이지만, 찬찬히 보게 되면 그 사진속 풍경의 소리가 들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진가가 사진을 촬영할 때도 그 상황의 드라마틱한 시각적인 요소도 보이겠지만, 찬찬히 그 상황을 보다보면 청각적인 요소도 들리게 될 것이다. 청각적인 요소는 어쩌면 컬러사진에서 흑백사진, 실루엣사진에서 느껴지는 상상력일 것이다.


사진에 담긴 정보들을 통해서 우리는 시각적으로 보게 된다. 사진속 봄이 오는 소리와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 도심의 소음을 들어보며, 음미할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진속의 냄새, 사진속의 질감을 통한 촉감, 다시금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던 느낌들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을 읽는다는 것, 사진을 듣는다는 것. 수잔 손택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끊임없이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달리 말하면 사진가는 대상을 벗어나 홀로 사진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켄트대학교의 이미지연구소 고문인 그라함 클라크에 따르면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 눈앞에 있는 이미지가 현혹시키는 힘에 의해 '숨겨져 있는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 사진은 아마도 대상(피사체)과의 관계일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대상과의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한 관계에서 비롯된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그 사진의 울림을 듣는다.

사진을 본다, 사진을 읽는다, 그리고 사진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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