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16. 관찰, 기록, 사유

by 노용헌

사진을 찍으면서 항상 느꼈던 것이 있다면, 아마도 나는 왜 사진을 찍으며,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그리고 이 사진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이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지, 등등이다. 무엇이든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목만큼 보이기도 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의 경험치만큼 보인다. 다른 사람에게 주입된 경험과 이론으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한다’고 착각속에 살아왔고, 그럼에도 의심과 의문으로 항상 질문하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모든 철학자들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그것이 높은 차원의 시선일지는 의문과 질문속에 나에게 남겨져 있다. 사진을 찍기전에 관찰하고, 사진을 기록하고, 이후 사진을 사유한다.

1.관찰

관찰을 유지시키는 힘,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는 것, 몰입할수 있다는 것은 관찰의 동기이다. 능동적인 주체로서 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함을 말한다. 그것이 언어이든, 사진이든 나는 도구를 가지고 반응한다. 그것이 창조적 행위이기 이전에 사물이든,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관찰하게 된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그 첫 번째 시작은 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비롯된다. 모든 예술뿐만 아니라 삶은 관찰에서 시작될 것이다.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 인물에 대해서 사전지식을 가져야 하고 그와의 관계에서 시작되고, 풍경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자연에 대한 사전지식과 관찰을 통해서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광고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제품의 물성에 대한 관찰과 지식은 사진가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관찰자적인 자세란 무엇일까. 내가 책을 통해서 알게된 지식들, 검증하지 못했던 지식들은 내려놓고 관찰한다는 것. 매일매일 관찰하며 느꼈던 사실들을 통해서 나는 기록한다. 그것이 관찰일기이며 나의 사진으로 말해질 것이다.


2.기록

사진가는 촬영하는 순간 카메라에 기록하게 된다. 빛의 기록인 사진은 그 자체로 빛의 언어인 셈이다. 사진은 빛의 산물이자, 기억의 흔적이다. 사진의 본질중 가장 중요한 특성이 기록성이고, 모든 사진이 기록한다는데 그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강운구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밥사진을 찍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고 말한다. 그는 사진을 이야기할 때 ‘밥사진’을 하자고 한다. “밥으로서, 주식主食으로서의 사진은 기록이다. 사진으로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추상적인 것도 표현 할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쌀로 뻥튀기나 술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밥으로서의 사진은 스트레이트 사진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이트straight 사진이라는 것은 무엇을 찍고 만드는데, 작위적인 기교를 내표시키지 않고, 똑바로, 정직하게 찍는 것이다. 사진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스트레이트로 기록하는 것이다.”<나눔문화 기사, 2007.3>

3.사유

사진은 관찰과 기록을 넘어서 모든 예술, 철학이 지향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사유로의 확장을 모색하게 해준다. 사진은 정지된 시간의 흔적이지만, 사유하는 순간은 지속된 순간이며, 끊임없이 사진과 나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무엇이 우리를 사유하게 하는 것일까. 예술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으며, 증언해주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사유케 한다. 사진을 통해서 사유하게 되며 사유하는 사진이야말로 스토리를 가지게 된다. 바르트는 사진의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이라는 말을 통해서 사진의 읽기 사유의 해석을 새롭게 제시한다. 그의 사진에 대한 사유는 “주제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상처로서의 사진”이며 찔린 자국, 흔적으로서의 사진의 푼크툼을 강조한다. 사진의 이론은 한 장에서 담론을 만들며 그 어떤 구체화된 담론은 무엇을 사유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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