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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1년

by 노용헌

해리포터 시리즈는 <마법사의 돌>,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잔>, <불사조 기사단>, <혼혈왕장>, <죽음의 성물>이다. 이 외에도 외전 격인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가 존재하지만, 이는 원작 시리즈와는 별개의 희곡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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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 부부 말이야. 맞아, 나도 그 얘기 들었어.....”

“...... 그래, 그 집 아들, 해리.......”

더즐리 씨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공포가 밀려왔다. 그는 마치 수군대는 사람들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돌아보았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는 급히 횡단보도를 건너 사무실로 달려가, 비서에게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나서 문을 꽝 닫고는, 수화기를 들고 부리나케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거의 다 돌렸을 때 마음을 바꿨다. 그는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니, 이렇게 멍청할 데가, 포터는 그렇게 특별한 성씨가 아니다. 포터라는 성에 해리라는 이름을 가진 아들을 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조카 이름이 해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조카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애의 이름은 하비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해럴드일지도, 그러니 동생 얘기만 하면 버럭 화를 내는 아내를 괜히 걱정시킬 필요가 없었다. 사실 아내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자기에게도 그런 여동생이 있다면 아마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망토를 입은 저 사람들은.......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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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블도어는 돌아서서 길 저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그는 길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추고 은빛 라이터를 꺼냈다. 그가 그것을 한 번 찰칵하자, 가로등의 전구 열두 개가 금방 다시 켜지면서 프리벳 가는 갑자기 오렌지빛으로 밝아졌다. 길 저쪽 모퉁이에서는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살금살금 걸어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4번지 문간에 놓여 있는 그 담요 뭉치도 보였다.

‘행운을 빈다, 해리.’ 덤블도어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홱 돌아서서 망토를 한 번 휘두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잉크빛 하늘 아래에 조용히 그리고 깔끔하게 놓여 있는 프리벳 도로의 산뜻한 울타리, 놀라운 일은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바로 그곳에 살짝 미풍이 일었다.

해리 포터는 깨지도 않고 담요 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옆에 있는 편지를 움켜쥐고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이 유명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이 몇 시간 뒷면 빈 우유병을 내놓으려고 현관문을 연 더즐리 부인의 비명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며, 다음 몇 주 동안 이종사촌 두들리에게 찔리고 꼬집힐 거라는 사실도 모른채, 계속 잠만 자고 있었다......

그는 물론 바로 이 순간, 방방곡곡에서 비밀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술잔을 높이 쳐들고 장엄한 목소리로 “살아남은 아이, 해리 포터를 위해!” 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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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리는 어두운 벽장에서 지내서인지 언제나 또래들에 비해 작고 연약했다. 또한 그가 나이보다 훨씬 더 작고 말라 보였던 것은, 입는 옷이 모두 두들리의 낡은 옷인 데다 두들리의 몸집이 그보다 네 배나 더 컸기 때문이다.

해리는 갸름한 얼굴과 가느다란 다리 그리고 까만 머리카락에 연한 초록빛 눈을 가진 아이였다. 그는 두들리가 언제나 주먹으로 코를 때리는 바람에 부러져서 스카치테이프로 여러 겹 이어 붙인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었다.

해리가 자신의 외모에서 단 하나 마음에 드는 건, 그의 이마에 나 있는 번개 모양의 가느다란 흉터뿐이었다. 그의 기억으로는 그 흉터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가 페투니아 이모에게 했던 최초의 질문도 아마 흉터가 어떻게 생겼느냐 하는 것이었다.

“네 부모가 죽은 자동차 사고 때 다친 거란다.” 이모는 그렇게 말했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마라.”

묻지 마라..... 그건 더즐리 가족과의 조용한 삶을 위한 첫 번째 규칙이었다. (P38-39)


해리는 부모님이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로 아기였을 때부터 죽, 거의 10년 동안, 그 비참한 10년 동안 더즐리 부부와 함께 살아왔다. 아니, 사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자신이 그 차 안에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때로, 벽장 속에서 오랫동안 누워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려 보면, 이마가 타들어 가는 듯하게 아파 오면서 눈부신 초록 불빛과 함께 이상한 영상이 떠오르곤 했다. 해리는 이것이 자동차 사고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초록 불빛은 어디서 온 건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는 부모님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모와 이모부는 부모님에 대해 한번도 말해 준 적이 없었고, 물론 그가 물어보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그 집에는 부모님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더 어렸을 때 해리는 전혀 모르는 어떤 친척이 와서 자기를 데려가는 꿈을 꾸고 또 꾸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게는 더즐리 부부가 유일한 친척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로 해리는 거리의 낯선 사람들이 자기를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니 어쩌면 그러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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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편물이 도착하자, 버논 이모부는 애써 해리에게 친절하게 보이려 하면서, 두들리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두들리는 거실을 걸어가는 동안 내내 스멜팅 막대로 물건들을 툭툭 쳤다. 그런데 두들리가 소리쳤다.

“또 왔어요! ‘프리벳 가 4번지, 가장 작은 방, 해리 포터’로요.”

버논 이모부는 숨이 끊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달려갔고, 해리도 뒤를 바짝 쫓아갔다. 버논 이모부는 두들리에게 편지를 뺏으려고 마룻바닥에서 씨름을 벌여야만 했다. 사실 그 몸싸움을 더 어렵게 했던 것은 해리가 버논 이모부의 목 주위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스멜팅 막대로 엄청 얻어맞는 몇 분간의 혼란스러운 싸움이 벌어진 뒤에야, 버논 이모부는 해리의 편지를 손에 움켜쥔 채 똑바로 일어서서 숨을 헐떡였다.

“네 벽장으로, 아니 네 방으로 가라.” 그가 씨근거리며 해리에게 명령했다. “두들리, 너도 들어가라, 어서.”

해리는 방에서 왔다 갔다 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가 벽장에서 이사 나왔다는 것뿐만 아니라, 첫 번째 편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아는 것 같았다. 그건 편지를 또다시 보낼 거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편지를 받을 수 있도록 확실히 하리라, 그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자명종이 울렸다. 해리는 자명종을 얼른 끄고 조용히 옷을 갈아입었다. 더즐리 가족이 깰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등 하나 켜지 않고 아래층으로 살금살금 내려갔다.

해리는 프리벳 가 모퉁이에서 우편배달부를 기다렸다가 4번지로 오는 편지들을 먼저 받을 생각이었다. (P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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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가 여기 있군!”

거인이 말했다. 무시무시하고 험상궂게 생긴 야만인 같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 해리는, 그 툭 불거진 눈이 미소로 주름지는 걸 보았다.

“지난번에 보았을 땐 갓난아이였는데, 아빠를 쏙 빼닮았군. 하지만 눈은 엄마와 똑같구나.”

거인이 말하자, 버논 이모부가 귀에 거슬리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시오, 선생!” 그가 말했다. “당신은 지금 무단 침입을 하고 있는 거요!”

“입 닥치시오, 더즐리. 몹쓸 사람 같으니라고.”

거인이 말했다. 그러고는 소파 뒤로 가서 버논 이모부의 손에서 총을 홱 잡아 빼더니 마치 고무를 다루듯 손쉽게 구부려 매듭을 지은 다음 방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버논 이모부는 또 한 번 짓밟힌 생쥐가 내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어쨌든, 해리.” 거인이 더즐리 가족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여기 선물을 가져왔다. 좀 짜부라지기는 했지만, 맛은 괜찮을 거다.”

거인은 까만 코트 안주머니에서 약간 짓눌린 상자 하나를 꺼냈다. 해리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그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초록색으로 ‘해피 버스데이 해리’라고 쓰인 질척질척한 커다란 초콜릿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해리는 거인을 올려다보았다.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는 대신에 이렇게 말했다. “누구세요?”

거인이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루베우스 해그리드야.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지.” (P7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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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단 말이오? 덤블도어가 이 아이를 위해 남긴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단 말이오? 나도 거기에 있었소! 덤블도어가 그 편지를 놓는 걸 똑똑히 보았단 말이오, 더즐리! 그런데 당신이 이 오랜 세월 동안 그걸 저 아이에게 보여 주지 않았단 말이오?”

“제게 뭘 보여 주지 않았단 거죠?”

해리가 몹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만! 말하지 마시오! 절대로 안 돼!”

버논 이모부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페투니아 이모는 겁이 나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당신들은 저리 꺼져, 해리, 넌 마법사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오두막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파도 소리와 씽씽 불어 대는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제가 뭐라고요?”

해리는 놀라서 숨이 막혔다.

“마법사라니까.” 해그리드가 그의 무거운 체중 때문에 더 푹 주저앉은 소파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그것도 굉장히 훌륭한 마법사지. 내 말은, 약간 훈련만 받는다면 말이야. 네 엄마와 아빠가 훌륭한 마법사였는데, 너야 어련하겠니? 그러고 보니까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가 된 것 같구나.” (P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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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러지 않는 게 좋다고 덮어놓고 믿는 거야. 해리, 사람들은 여전히 겁먹고 있어, 제기랄, 이거 되게 어렵군. 이봐, 아주 못되게 변해 버린 마법사가 있었어. 굉장히 나쁜 마법사였지. 아주아주, 그 이름은.....”

해그리드는 침을 꿀꺽 삼켰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 쓸 수는 있으세요?” 해리가 넌지시 재촉했다.

“아니, 글로 써도 안 돼. 좋아, 볼드모트야.” 해그리드는 진저리를 쳤다. “다시는 그 이름을 말하게 하지 마. 어쨌든, 이, 이 마법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쯤 전에, 추종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지. 그리고 찾기도 했어. 어떤 이들은 두려워했지만, 어떤 이들은 그의 힘의 일부를 원했기 때문이지. 그래, 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거든. 암울한 시대였어. 해리,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알지 못했고, 이상한 마법사들과는 감히 친해지지도 못했어..... 그리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어. 그가 권력을 잡아가고 있었어. 물론, 그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들을 모두 죽였어. 끔찍하게 말이야. 가장 안전한 곳 가운데 하나는 호그와트였어.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덤블도어가 바로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학교는 감히 점령하려고 하지 못했어. 어쨌든 그 당시에는 말이야.

네 엄마와 아빠는 내가 아는 마법사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었어. 젊었을 때는 호그와트 최고의 소년 소녀였지! 알 수 없는 건, 그 사람이 왜 그전에 네 엄마 아빠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거야..... 어쩌면 그들이 덤블도어와 너무 가까워서 어둠의 세계와는 어떤 관계도 갖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는 그들을 설득할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냥 그들을 없애 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모두가 아는 사실은, 10년 전 핼러윈 데이(모든 성인의 날 전야. 10월 31일)에 너희 가족이 살고 있던 마을에 그가 나타났다는 거야. 넌 한 살밖에 되지 않았어, 그는 너희 집으로 와서는......”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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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때문이지.” 해그리드가 신문을 펼치며 말했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금고실을 지키는 용들이 있대. 그리고 그린고트까지 찾아가기도 어려워. 그린고트는 런던 지하 수백 킬로미터 되는 곳에 있거든. 지하철 저 밑이지. 뭔가를 간신히 손에 넣었다 해도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굶어 죽고 말 거야.”

해리는 해그리드가 <예언자일보>를 읽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해리는 사람들이 신문을 읽을 때는 방해받는 걸 아주 싫어한다는 걸 버논 이모부를 보아서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참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는 묻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 건 난생 처음이었다.

“마법부가 또 일을 망쳐 놓았군.” 해그리드가 신문을 넘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법부가 있어요?” 해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물론이지.”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사람들은 물론 덤블도어가 마법부 장관이 되길 바랐지만, 그분이 호그와트를 떠나려 하지 않아서, 코넬리우스 퍼지 노인이 장관직을 맡으셨지. 아주 실수투성이인 사람이야. 그래서 그는 조언을 구하느라, 아침마다 덤블도어에게 수십 마리의 부엉이들을 보내지.”

“그런데 마법부는 어떤 일을 하죠?”

“글쎄, 주요 임무는 나라 이곳저곳에 아직도 마녀와 마법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머글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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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교복을 사는 게 좋겠다.” 해그리드가 고개로 ‘말킨 부인의 망토’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해리, 리키 콜드런에 잠깐 가서 한잔만 하고 와도 괜찮겠니? 그린고트의 고속 궤도차는 언제 타도 끔찍하단 말이야.”

그가 아직도 멀미를 하는 것같이 보였으므로, 해리는 다소 겁이 났지만 해그리드를 보내고 혼자서 말킨 부인의 가게로 들어갔다. 말킨 부인은 땅딸막한 마녀였는데, 연한 자줏빛 옷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도 호그와트니?” 해리가 막 말을 꺼내려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여기 많이 있단다. 실은, 또 다른 아이가 지금 막 입어 보고 있지.”

가게 안쪽에서는 또 다른 마녀가 발판 위에 서 있는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을 가진 남자아이의 긴 검정 망토를 핀으로 꽂고 있었다. 말킨 부인은 해리를 그 옆에 있는 발판에 세우고 긴 망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씌워 입히고는 적당한 길이에서 핀을 꽂기 시작했다. (P121-122)


해리와 론은 재킷을 벗고 길고 까만 망토를 입었다. 론의 망토는 그에게 약간 짧아서, 그 밑으로 운동화가 보였다.

그때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5분 뒤 호그와트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짐은 학교에 따로 보내질 테니 기차에 그대로 두십시오.”

긴장해서인지 해리는 갑자기 위가 비틀렸고, 론의 주근깨투성이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들은 남은 과자를 주머니 속에 쑤셔 넣고 통로에 떼 지어 모여 있는 사람들 속에 끼였다.

기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마침내 멈춰 섰다. 사람들이 서로 밀치며 문 쪽으로 나아가, 작고 어두운 승강장으로 나왔다. 해리는 차가운 밤공기 때문에 몸을 떨었다. 잠시 뒤 등불 하나가 학생들의 머리 위로 깐닥깐닥 움직이며 왔고, 해리는 친근한 목소리를 들었다.

“1학년들! 1학년들은 여기로! 저기 있군. 해리?”

털투성이인 커다란 해그리드의 얼굴이 수많은 머리들 위에서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자, 따라와. 1학년들 또 있니? 자, 발밑을 조심해! 1학년들은 날 따르도록!”

그들은 미끄러지고 발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해그리드를 따라 가파르고 좁은 길로 내려갔다. 어느 쪽을 보아도 매우 어두웠으므로 해리는 울창한 숲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두꺼비를 계속 잃어버리는 네빌만이 한두 번 코를 훌쩍거렸을 뿐이다.

“잠시 후면 호그와트를 처음으로 보게 될 거야.” 해그리드가 어깨 너머로 크게 말했다. “이제 이쪽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돼.” 그러자 ‘우우!’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좁다란 길이 끝나자 갑자기 엄청나게 큰 시커먼 호수가 나왔다. 맞은편의 높은 산꼭대기에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작은 성채들이 모인 거대한 성이 우뚝 솟아 있었다. (P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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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에 온 걸 환영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인사를 했다. “학기 시작을 축하하는 연회가 곧 시작되겠지만, 연회장에 자리를 잡기 전에, 기숙사 배정이 있을 예정입니다. 기숙사 배정은 매우 중요한 의식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이곳 호그와트에 있는 동안은, 같은 기숙사 동료들과 함께 가족처럼 지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동료들과 수업도 함께 듣고, 잠도 같이 자며, 기숙사 학생 휴게실에서 함께 자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기숙사는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 래번클로 그리고 슬리데린 이렇게 네 개입니다. 각 기숙사에는 나름대로 훌륭한 역사가 있으며 각각 다 뛰어난 마녀와 마법사들을 배출해 냈습니다. 호그와트에 있는 동안, 여러분의 훌륭한 행동은 여러분이 속한 기숙사의 점수를 높일 것이고, 어떤 규칙이든 어기게 되면 감점이 될 것입니다. 학년 말에는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기숙사에게 굉장히 영예로운 상인 기숙사 우승컵이 수여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이 속한 기숙사의 명예를 빛내기 바랍니다.

기숙사 배정식은 몇 분 뒤 전교생 앞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여러분 모두 가능한 한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길 바랍니다.” (P175-176)


“변신술은 여러분이 호그와트에서 배워야 할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마법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내 수업 시간에 빈둥거릴 사람은 나가서 아예 들어오지 마세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그 뒤 그녀는 자신의 책상을 돼지로 변화시켰다가 다시 원래대로 만들었다. 모두 매우 감동받았으므로 얼른 시작하고 싶어 안달했지만, 그들은 곧 가구를 동물로 바꾸려면 한참이 지난 뒤에야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복잡한 필기를 많이 한 뒤, 그들에게는 성냥 한 개비씩 주어졌고 바늘로 바꾸는 연습을 시작했다.

수업이 끝날 즈음, 성냥을 조금이라도 달라지게 한 사람은 오직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뿐이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학급 아이들에게 성냥이 어떻게 완전히 은빛이 되고 끝이 뾰족해졌는지 보여 준 뒤 헤르미온느에게 엷은 미소를 지었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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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 이쪽은 올리버 우드다. 우드, 내가 우리 팀 수색꾼을 데려왔다.”

우드의 표정이 당황에서 환희로 바뀌었다.

“정말이세요, 교수님?”

“그럼.” 맥고나걸 교수가 힘 있게 말했다. “이 아인 타고난 퀴디치 선수다. 난 여태껏 이런 재주를 본 적이 없다. 빗자루를 타 본 게 오늘이 처음이었니, 포터?”

해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쫓겨날 것 같지는 않았으므로, 후들거리던 다리에 다시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애는 놀랍게도 16미터를 급강하한 뒤에 떨어지는 구슬을 잡았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우드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몸엔 긁힌 데 하나 없단다. 찰리 위즐리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거야.”

우드는 이제 그의 모든 꿈이 단번에 이루어진 것처럼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퀴디치 경기 본 적 있니, 포터?”

우드가 흥분해서 물었다.

“우드는 그린핀도르 팀의 주장 선수란다.”

맥고나걸 교수가 설명했다.

“이 아이는 딱 수색꾼 체격이네요.” 우드가 이제 해리 쪽으로 걸어가 그를 이리저리 뜯어보며 말했다. “가볍고..... 민첩하고...... 이 아이에게 좋은 빗자루를 사 주셔야겠어요. 교수님..... 님부스 2000이나 클린스윕 세븐이 좋겠군요.” (P2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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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미온느도 숨을 돌리자 제 나쁜 성깔이 돌아왔다.

“눈은 뒀다가 뭐에 쓸래?”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 개가 뭘 밟고 서 있는지 보지도 못했니?”

“마룻바닥?” 해리가 물었다. “난 그 개의 발은 보지 못했어. 머리 세 개를 보는 데도 정신이 없었단 말이야.”

“아니야, 마룻바닥이 아니야. 그건 지하실 문을 밟고 서 있었어. 그건 분명히 뭔가를 지키고 있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일어서서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제 됐니? 우린 모두 쫓겨날 수도 있었어. 아니 더 심하게는, 죽을 수도 있었다고. 자, 괜찮다면, 난 이만 가서 자야겠어.”

론이 입을 벌린 채, 멀어져 가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래, 어서 가서 자.” 그가 말했다. “누가 저더러 따라오라고 했나, 원 기가 막혀서.”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다시 침대로 기어 들어가는 해리에게 뭔가 또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그 개는 뭔가를 지키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뭐라고 말했지? 그린고트는 어떤 것을 숨기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아마 호그와트를 제외하면.

해리는 713번 금고에서 꺼낸 그 더러운 작은 꾸러미가 지금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대충 감이 잡히는 듯했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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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어찌나 날고 싶었던지, 우드를 기다리지 못하고 빗자루에 올라타 땅을 걷어찼다. 굉장한 기분이었다. 그는 공중에서부터 골대 속으로 휙 날아 들어갔다 나온 뒤 속도를 내어 경기장 위를 날았다. 님부스 2000은 살짝만 건드려도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어이, 포터, 내려와!”

올리버 우드가 도착했다. 그는 겨드랑이에 커다란 나무 상자를 끼고 있었다. 해리는 우드 옆에 착륙했다.

“멋졌어.” 우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님의 말뜻을 알겠어..... 넌 정말로 타고난 재주꾼이야. 오늘 저녁엔 경기 규칙을 가르쳐 줄게. 앞으로 넌 일주일에 세 번, 팀 연습에 참가해야 할 거야.”

그가 나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공 네 개가 들어 있었다.

“퀴디치 규칙은 아주 간단해. 경기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지만 말이야. 한 팀에 선수가 일곱 명 있는데, 그중 세 명은 추격꾼이라고 해.” 우드가 말했다.

“추격꾼 세 명.” 해리가 되풀이하여 말할 때, 우드가 축구공 크기의 연한 빨간색 공 하나를 꺼냈다.

“이 공은 퀘이플이라는 거야.” 우드가 말했다. “추격꾼들은 퀘이플을 던져 상대 팀의 골대 안으로 넣어 점수를 따지.”

해리가 복창을 했다. “그러니까..... 여섯 개의 골대로 빗자루를 타고 경기하는, 일종의 농구와 같은 거로군요?”

“농구가 뭐지?” 우드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별거 아니에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런데 각 팀에는 파수꾼이라는 선수가 있어. 난 그리핀도르의 파수꾼이야. 내가 할 일은 우리 골대들 주위를 날아다니며 상대 팀이 점수 따는 걸 막는 거야.”

“추격꾼 세 명, 파수꾼 한 명.” 해리가 모두 확실히 기억했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퀘이플을 가지고 경기한다 이거죠. 알겠어요. 그럼 나머지 공들로는 뭘 하죠?” 해리는 상자 안에 남아 있는 공 세 개를 가리켰다.

“이제 보여 줄 거야.” 우드가 말했다. “이걸 받아.” (P248-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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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해리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였다. 그러나 온종일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게 있었다.

해리는 침대로 기어 들어가서야 비로소 마음 높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도대체 그에게 투명 망토를 보낸 사람은 누굴까.

론은 칠면조 고기와 케이크를 잔뜩 먹은 데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 같은 게 전혀 없었으므로, 침대 커튼을 끌어내리자마자 깊이 잠들어 버렸다. 해리는 침대 한쪽으로 몸을 굽히고 밑에서 투명 망토를 꺼냈다.

아버지의 망토...... 이것은 아버지의 망토였다. 망토는 비단보다 부드럽고, 공기처럼 가벼웠다. 잘 사용하거라. 편지엔 그렇게 쓰여 있었다.

해리는 망토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망토로 몸을 감쌌다. 다리를 내려다보자 달빛과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주 신기한 느낌이었다.

‘잘 사용하거라.’

갑자기 해리는 잠이 번쩍 깨는 기분이 들었다. 이 망토만 있으면 호그와트 전체가 그에게 열려 있었다. 어둠과 정적 속에 그렇게 서 있자 흥분이 밀려왔다. 이 망토를 입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다. 어디를 가도, 필치는 절대로 모를 것이다. (P3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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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플라멜은.....” 그녀가 연극 대사를 읊듯이 말했다.

“마법사의 돌을 만든 유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말을 마치고 나서 그녀는 몹시 흥분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지만, 전혀 못 알아들은 듯 그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았다.

“뭐라고?” 해리와 론이 말했다.

“야, 너희 둘은 눈도 없니? 봐..... 여길 읽어 봐, 여기.”

헤르미온느가 그 책을 그들에게 밀자, 해리와 론이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고대의 연금술 연구는, 놀라운 힘을 가진 전설의 물질인 마법사의 돌을 만드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 돌은 어떤 금속이라도 순금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것은 또한 마시는 사람이 죽지 않고 영속하는 ‘불로장수 약’을 만들어 낸다.

수 세기에 걸쳐 마법사의 돌에 대한 많은 보고가 있었지만, 현재 존재하는 유일한 마법사의 돌은 저명한 연금술사이자 오페라 애호가인 니콜라스 플라멜이 갖고 있다. 플라멜 씨는 작년에 665번째 생신을 보냈으며, 아내 피레넬(658세)과 함께 데본에서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알았어?” 해리와 론이 다 읽었을 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 개는 플라멜이 만든 마법사의 돌을 지키고 있는 게 틀림없어! 플라멜이 덤블도어에게 그것을 안전하게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 게 분명해. 왜냐하면 그 둘은 친구 사이이고 누군가가 그것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 덤블도어가 그 돌을 그린고트에서 옮겨 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어!”

“금을 만들고 사람을 영원히 죽지 않게 하는 돌이라!” 해리가 말했다. “스네이프가 그걸 찾는 것도 당연하군! 누구라도 그걸 갖고 싶을 거야.” (P32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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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 돌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해그리드가 어느 책꽂이쯤에 있었는지 알아볼게.” 론이 공부를 할 만큼 한 듯 말했다. 그는 잠시 뒤 양팔에 책을 산더미만큼 들고 와서는 탁자 위에 털썩 내려놓았다.

“용이야!” 론이 속삭였다. “해그리드는 용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고 있었어! <영국과 아일랜드 용의 종류> <알에서 지옥까지, 용 파수꾼의 안내서> 이런 것들 좀 봐.”

“해그리드는 늘 용을 갖고 싶어 했었어. 처음 만났을 때 내게 그렇게 말했어.”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 마법사 법에 어긋나.” 론이 말했다. “용 사육은 1709년의 마법사 협정 이후 금지됐어. 모두 알고 있다고. 우리가 계속 뒷마당에서 용을 사육하고 있으면 머글들이 우리를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거든.... 어쨌든, 용을 길들여선 안 돼. 그건 위험해. 너희는 찰리 형이 루마니아에서 야생 용에게서 얻은 화상을 봤어야 해.”

“영국에는 야생 용이 없니?” 해리가 물었다.

“물론 있지.” 론이 말했다. “커먼 웰시 그린 보통종(普通種)이라든가 헤브라이딘 블랙 종(種)이 있어. 실제로 마법부는 용들을 진정시키는 일을 하지. 우리 마법사들은 용을 발견한 머글들에게 계속 마법을 걸어서, 그것을 잊어버리도록 해야 해.”

“그런데 해그리드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P34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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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너 유니콘의 피가 뭐에 쓰이는지 아니?”

“아뇨.” 해리가 그 이상한 질문에 깜짝 놀라서 말했다. “저희는 마법 약에 유니콘 뿔과 꼬리털만 사용해 왔어요.”

“그건 유니콘을 죽이는 게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야.” 피렌체가 말했다. “자포자기하고 바닥 인생을 사는 놈들만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이지. 유니콘의 피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도 살아나게 하지만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해.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고결하고 방어능력이 없는 것을 죽이면, 그 피가 입에 닿는 순간부터 불완전하고 저주받은 삶을 살게 되거든.”

해리는 달빛에 은빛으로 얼룩진 피렌체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 보았다.

“하지만 어느 누가 그렇게 절망적이겠어요?” 해리는 이상스러웠다. “영원히 저주받을 거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죠,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피렌체가 동의했다. “오래 살아 봤자 특별한 어떤 것을 마실 수 없다면 말이야. 강력한 힘과 능력을 회복시켜 주는 것, 영원히 죽지 않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마실 수 없다면 말이야. 포터, 바로 이 순간에 학교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아니?”

“마법사의 돌이요! 물론.... 불로장수 약이죠! 하지만 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누가.....”

“기회를 노리며 삶에 집착해 온 사람, 권력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세월을 기다려 온 사람을 전혀 모르겠니?”

마치 강철 손이 갑자기 해리의 가슴을 꽉 움켜쥐는 것 같았다. 그는 살랑대는 나무들 너머에서, 해그리드와 만났던 날 밤에 그가 해 주었던 말을 한번 더 듣는 기분이었다. (P380-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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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들은..... 새들은 여기에 그저 장식을 위해 있을 리가 없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들은 새들이 머리 위에서 나는 것을 보았다. 반짝거리며.... 반짝거리며?

“저건 새가 아니야!” 해리가 갑자기 말했다. “저건 열쇠야! 날개 달린 열쇠들.... 자세히 봐. 그러니까 틀림없이.....”

다른 두 사람이 고개를 들어 그 많은 열쇠를 곁눈질하는 동안, 해리는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 봐! 빗자루야! 우린 이 문의 열쇠를 잡아야만 해!”

“하지만 수백 개잖아!”

론이 문의 자물쇠를 살폈다.

“커다란 구식 열쇠를 찾으면 돼..... 어쩌면 손잡이처럼 은색일지도 몰라.”

세 사람은 각각 빗자루를 타고 공기를 발로 힘껏 차며, 구름 떼처럼 몰려 있는 열쇠들 한가운데로 날아갔다. 그들은 손을 쭉 뻗어 잡아채려고 했지만, 마법에 걸린 그 열쇠들이 어찌나 빨리 달아나는지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해리는 역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최연소 수색꾼다웠다. 그는 어떤 사물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해리는 소용돌이치는 갖가지 색깔의 깃털을 뚫고 진지한 마음으로 열쇠 수색에 나섰다. 1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마치 이미 잡혀서 열쇠 구멍에 거칠게 쑤셔 넣어졌던 것 같은, 한쪽 날개가 구부러진 커다란 은빛 열쇠 하나를 발견했다.

“저거야!” 해리가 다른 두 사람에게 외쳤다. “저 큰 것..... 저기..... 아니, 저기...... 하늘색 날개 달린 것..... 깃털들이 모두 한쪽으로 늘어져 있는 것.” (P4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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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교수님이 그 트롤을 들여놓았단 말예요?”

“물론이지. 난 트롤을 다루는 데는 특별한 재능이 있지.....

너도 내가 저 방에서 트롤을 어떻게 처치했는지 봤을걸? 공교롭게도, 다른 사람 모두가 트롤을 찾으러 뛰어 돌아다니고 있는데, 스네이프는 날 의심하고 가로막기 위해 곧장 3층으로 갔지...... 그런데 내 트롤이 널 때려 죽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머리 셋 달린 저 개도 스네이프의 다리를 제대로 물어뜯지 못했어.

자, 조용히 기다려, 포터. 난 이 흥미로운 거울을 좀 살펴봐야 하니까.”

해리는 그때 비로소 퀴렐 뒤에 서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건 소망의 거울이었다. 퀴렐이 그 거울의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이 거울이 그 돌을 찾는 열쇠야. 이런 짓을 한 걸 알면 덤블도어가 어김없이 복수하겠지.... 하지만 그는 지금 런던에 있어. 그가 돌아올 때쯤이면 난 이미 멀리 가 있을 거야....”

해리는 그저 퀴렐에게 계속 말을 시켜서 그 거울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P424-425)


“그 돌이 아니라, 너지. 이 녀석아..... 그렇게 애쓰다가 하마터면 네가 죽을 뻔했잖니. 그 돌은 말이다. 파괴되었단다.”

“파괴되었다고요?” 해리가 멍하니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친구..... 니콜라스 플라멜.....”

“아, 니콜라스에 대해 아니?” 덤블도어가 아주 기쁜 듯이 말했다. “정말 여러 가지를 알아냈구나. 사실 니콜라스와는 벌써 예기가 되었단다. 모든 게 다 하느님의 뜻이라는 데 동의한 거지.”

“하지만 그건 니콜라스와 그의 아내가 죽을 거라는 뜻이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적절하게 마무리 지을 시간만큼의 불로장수 약은 마련해 두었단다. 그 뒤엔, 그래, 그들은 결국 죽겠지.”

덤블도어는 놀란 표정을 짓는 해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처럼 어린아이에게는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니콜라스와 피레넬은 아주 아주 긴 세월을 살았기에 정말로 쉬고 싶을 거야. 결국, 위대한 마법사에게는, 죽음이란 그저 또 하나의 위대한 모험에 불과하단다. 그 돌은 사실 그렇게 굉장한 것이 아니야. 오래 사는 것과 많은 돈! 대부분의 인간은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를 선택하겠지..... 문제는, 인간들이란 꼭 자신에게 이롭지 못한 것을 선택하는 나쁜 버릇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 (P43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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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는 널 구하기 위해 돌아가셨단다. 만일 볼드모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란다. 그는 너에 대한 네 어머니의 사랑처럼 강력한 사랑이 그 나름의 독특한 자국을 남긴다는 걸 깨닫지 못했던 거지. 흉터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흔적도 아니지만..... 그렇게 깊은 사랑은, 우리를 사랑하는 그 사람이 죽는다 해도, 우릴 영원히 보호해 준단다. 그러한 흔적은 네 몸 전체에 담겨 있지. 증오와 탐욕과 야망으로 가득 차 있고, 볼드모트와 영혼을 공유하고 있었던 퀴렐은 이런 이유 때문에 너를 만질 수 없었을 게야. 그렇게 아름다운 무언가의 흔적이 남은 사람을 만지는 건 심한 고통일 테니까.”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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