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121

깨끗하고 밝은 곳

by 노용헌

"나는 늦게까지 카페에 남고 싶어." 나이 많은 웨이터가 말했다. "잠들고 싶어 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밤에 불빛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말이야."

"난 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

"우리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군." 나이 많은 웨이터가 말했다. 그는 이제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젊음도 자신감도 아주 아름다운 것이긴 하지만 그것들만의 문제는 아니야. 매일 밤 가게를 닫을 때마다 어쩐지 망설이게 돼. 카페가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말이지."

"옴브레! 보데가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자네는 이해 못 해. 이곳은 깨끗하고 기분 좋은 카페 아닌가. 불이 환하고, 불빛도 좋은 데다 나무 그늘이 있거든."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젊은 웨이터가 작별 인사를 했다.

"잘 가게." 다른 웨이터가 말했다. 전등을 끄면서 나이 많은 웨이터는 자신과 대화를 계속했다. 물론 불빛도 중요하지만 깨끗하고 아늑해야 해. 너한테는 음악은 필요 없어. 그래, 정말로 음악은 필요 없지. 또 이런 시간에 열려 있는 곳은 바밖에 없지만 너는 바 앞에서 품위를 지키며 서 있을 수 없지. 도대체 그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일까? 그것은 두려움도 공포도 아니야. 그것은 그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허무라는 거지. 그것은 모두 허무였고, 인간도 한낱 허무에 지나지 않거든. 모든 것이 오직 허무뿐. 필요한 것은 밝은 불빛과 어떤 종류의 깨끗함과 질서야. 허무 속에 살면서 전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지. 모든 것은 '나다(nada)'이면서 '나다'이고 또 '나다'와 '나다'이면서 '나다'일 뿐이지.


-헤밍웨이, 깨끗하고 밝은 곳,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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