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124

버스 승강대

by 노용헌

비열한 우거지상을 하고 있는 이 젊은이가 불안에 떨고 있었어. 자기 모자 주위에 줄을 두르고서, 안경을 쓴 채로 말이야. 어느 날 정오. 버스 승강대 위, 이게 바로 그 녀석이 있던 곳이었다고. 이 자식은 어느 모로 보나 웃음거리를 불러 일으켰고, 또 놀림감이 될 지경이었다고. 그런데, 녀석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니까, 아주 작은 먼지 하나에도 공포로 벌벌 떠는 그런 점이랄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종의 비인간성 같은 걸 이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게다가 버스 승강대 위에서 우리는 좁아터질 지경이었는데, 매번 누군가 내리거나 탈 때마다, 문제의 이 인물이 자기 옆 사람을 자꾸 떠밀곤 하는 거 있지.


-레몽 크노, 문체 연습,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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