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삶의 음악
잠에서 깨어난다. 무슨 음악이 들리는 꿈을 꾸었다. 내 안에서 마지막 화음이 꺼져 가는 사이, 나는 이 기다란 대합실을 잠과 피로에 전 모습으로 채우고 있는 생명들의 심장 박동 소리를 구별해 내려 애쓴다.
저기 창가에 자리한 여자의 얼굴. 조금 전 또 한 남자에게 쾌락을 선사했던 그녀의 몸은 승객들 사이에서 다음 차례의 연인을 찾아 헤맨다. 한 철도 종사원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대합실을 가로질러서는 플랫폼과 밤으로 통하는 커다란 문으로 나간다. 문짝이 닫히기 전 대합실 안으로 세찬 눈보라가 밀려든다. 문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좁고 딱딱한 의자에서 몸을 움직이며 외투 깃을 끌어 올리고 푸르르 어깨를 떤다. 역 반대편 끝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유리 조각 밟히는 소리와 욕설이 이어진다. 샤프카를 목덜미 쪽으로 내려뜨리고 외투 단추를 끄른 두 군인이 움츠러든 몸들의 무리를 헤치고 걸어온다. 코 고는 소리가 서로 화답하면서 때로 코믹한 협화음을 이룬다. 어둠 속에서 또렷이 터져 나온 아이 울음소리가 젖을 빠는 작은 울먹임으로 잦아들더니 잠잠해진다. 니스 칠한 목재 주랑의 한 기둥 뒤에선 권태로 무디어진 긴 언쟁이 이어진다. 그 순간 벽에 붙은 확성기가 지직거리며 슈우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놀랍도록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기차의 연착을 알린다. 대합실 안에 한숨 소리가 물결처럼 일렁이며 퍼져 나간다. 실제로 무언가를 기대하는 이는 더 이상 아무도 없다. 여섯 시간의 연착..... 엿새 혹은 여섯 주가 될 수도 있을 터. 무감각한 상태가 다시 찾아든다. 흰 눈보라가 창들을 세차게 후려친다. 사람들은 불편한 의자에 몸을 묻고, 모르는 이들이 한 등껍질의 비늘들처럼 서로 바싹 다가붙는다. 잠든 이들은 어둠 속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화한다. 피신처를 찾아낸 행운을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로 음미하는 한 마리 짐승.
-안드레이 마킨, 어느 삶의 음악,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