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설검(說劍, 시간을 가르다)

잡편(雜編) ------------> 타이밍(Timing)

by 노용헌

“어둠은 당신의 숨소리처럼 가만히 다가와 나를 감싸고 별빛은 어둠을 뚫고 내려와 무거운 내마음 투명하게해 우 우 우우우 어둠은 당신의 손수건처럼 말없이 내눈물 닦아주고 별빛은 저하늘 끝에서 내려와 거치른 내마음 평화롭게해 우 우 우우우 땅위의 모든것 깊이 잠들고 에헤 그 어둠 그 별빛 그대 향한 내그리움 달래어주네 꿈속에서 느꼈던 그대 손길처럼 아하 당신은 그렇게도 멀리서 밤마다 내게 어둠을 내려주네 밤마다 내게 별빛을 보내주네”

-김현식, 어둠 그 별빛 中에서-


장자의 세 가지 검(莊子三劍)

옛날에 조나라 문왕(文王)이 칼을 좋아하여 검객들이 문이 비좁도록 찾아와 삼천여 명이나 식객으로 모여 있었다. 그리고 밤낮으로 그의 앞에서 칼싸움을 하여 일 년에 백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그래도 싫증내지 않고 칼싸움을 좋아하여, 그렇게 삼 년을 지나는 동안 나라가 쇠하여져 제후들이 조나라를 멸망시키려 엿보게 되었다. 태자 회(悝)는 그것을 걱정하여 가까운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누구든지 임금의 마음을 설복시켜 검객들을 기르는 것을 멈추게 하는 사람에게는 천금의 상을 내리겠다.”

가까운 사람들이 말하였다.

“장자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 장자는 조나라 문왕을 찾아갔다. (...)

왕은 흰 칼을 빼어 들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자는 궁전 문으로 들어오면서도 잔걸음질치는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임금을 보고도 절하지 않았다. 임금이 말하였다.

“당신은 무엇으로써 나를 가르치려고 태자로 하여금 소개하도록 하였소?”

“저는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들었기에 칼로써 임금님을 뵈려 합니다.”

임금이 다시 물었다.

“당신은 칼로 어떻게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소?”

“저의 칼은 열 걸음마다 한 사람씩 베면서 천 리 길을 가도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임금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천하무적이군!” “선생이 늘 쓰시는 칼은 길이가 어떻게 되오?”

“제가 쓸 칼은 길이가 어떻든 상관 없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세 칼이 있는데 임금님은 어느 것이든 쓰실 수 있습니다. 청컨대 먼저 설명을 드린 다음에 시험해 보시도록 하십시오.”

임금이 말하였다.

“세 칼에 대하여 듣고 싶소.”

“천자의 칼이 있고, 제후의 칼이 있고, 서민의 칼이 있습니다.”


1.천자의 칼: “천자의 칼이란 연(燕)나라의 국경 밖 계곡의 석성(石城)이 칼끝이 되고, 제(齊)나라 태산이 칼날이 되고, 진(晋)나라와 위(魏)나라가 칼등이 되며, 주(周)나라와 송(宋)나라가 칼콧등이 되고, 한(韓)나라와 위나라가 칼집이 되며, 사방의 오랑캐들로 싼 뒤, 그 위를 다시 사철로 싸며, 다시 발해(渤海)로 둘러치고, 상산(常山)으로 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칼에 씀에 있어서는 오행(五行)으로 제어하고, 형벌과 덕(德)으로써 시비를 따지며, 음양의 변화를 따라 움직이고, 봄과 여름으로 지탱하며, 가을과 겨울로써 성능을 발휘케 합니다. 이 칼을 곧장 내지르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고, 위로 쳐올리면 위에 걸리는 것이 없으며, 아래로 내리치면 아래에 걸리는 것이 없고, 휘두르면 옆에 걸리는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뜬 구름도 쪼개고 아래로는 땅을 지탱하는 큰 줄도 자를 수 있습니다. 이 칼은 한 번 쓰기만 하면 제후들이 바로잡히고 천하가 굴복하게 됩니다. 이것이 천자의 칼입니다.”

2.제후의 칼: “제후의 칼은 지혜와 용기가 있는 사람으로 칼끝을 삼고,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으며, 현명하고 어진 사람으로 칼등을 삼고,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칼콧등을 삼으며, 호걸로 칼집을 삼습니다. 이 칼도 곧장 내지르면 앞에 가로막히는 것이 없고, 위로 쳐올리면 위에 걸리는 것이 없으며, 아래로 내리치면 아래에 걸리는 것이 없고, 휘두르면 옆에 걸리는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둥근 하늘을 법도로 삼아 해와 달과 별의 빛에 순응하고, 아래로는 모진 땅을 법도로 삼아 사철에 순응합니다.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을 알아차려 사방의 온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이 칼을 한 번 쓰면 우레 소리가 진동하는 것 같아서, 사방 나라 안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되어 모두가 임금님의 명령을 따르게 만듭니다. 이것이 제후의 칼입니다.”

3.서민의 칼: “서민의 칼은 헝클어진 머리에 살쩍은 삐죽이 내밀게 하고, 관은 아래로 눌러 쓰고, 장식 없는 거친 관끈을 매고, 뒤가 짧은 저고리를 입고,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거리면서 임금님 앞에서 서로 치며 싸우는 것입니다. 위로는 사람의 목을 치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찢어 놓습니다. 이 서민의 칼이란 닭싸움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일단 목숨만 끊어져 버리고 나면 나라일에 쓸 곳이 없게 됩니다. 지금 임금님께서는 천자와 같은 위치에 계시면서도 서민의 칼을 좋아하고 계시니 저는 마음 속으로 임금님을 낮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문왕은 석 달 동안이나 궁전에서 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검객들은 모두가 그 자리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카메라는 칼일까, 밥일까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우리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서 바라본 세계는 각각의 기준대로 재현된 현실은 달라진다. 카메라는 내게 있어서 칼일까, 밥일까,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아름다움의 전형은 사진가의 관점에 따라 달리 전달된다. 사진은 일종의 파편이고, 각각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용도로 쓰인다. 선함과 아름다움을 가장한 권력은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더 추악할지도 모른다. 카메라는 사실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서 달라진다. 예술가의 칼인지, 부엌의 칼인지, 목수의 칼인지 그것은 사용자에 따라서, 그리고 이용자에 따라서 사진은 달라진다. “카메라는 자비로울 수도, 잔인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취향을 지배하는 초현실주의적 기호에 따르면, 이 잔인함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뿐이다. 사진은 진부한 아름다움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케 해주는 도구로서, 미적으로 즐거운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념을 크게 넓혀준다. 우리는 때로는 진실의 이름으로, 때로는 세련됨이나 듣기 좋은 거짓말이라는 이름으로 반응한다.”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시각의 영웅주의 P157)


시간을 가르다

사진의 노출을 좌우는 세 가지는 조리개, 셔터, 감도(ISO)이다. 그 중 셔터의 기능은 빠른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잡아내 고정하거나, 움직임보다 느린 셔터로 움직임의 궤적을 기록한다. 피사체의 움직임의 시간은 사물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1초의 순간을 선막과 후막 사이의 틈의 속도로 빛을 가른다. 셔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단지 노출만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몇 초 동안 피사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표현한다. 셔터속도는 1/8000–1/4000-1/2000-1/1000-1/500-1/250-1/125-1/60-1/30-1/15-1/8-1/4-1/2-1"-2"-4"-8"로 시간을 조절하고, 구분하고, 가른다. ‘가른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사진은 시간을 ‘끊는다’. 지속되는 시간 중에서 어느 일정 부분을 카메라에 담고자 시간을 구분해서 고정하는 작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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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EqppD0z6Hw?si=VVKhqFvNjrOqn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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