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어부(漁父, 시간을 낚다)

잡편(雜編) ------------> 타이밍(Timing)

by 노용헌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었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 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푸른 잎들 돋고 새들 노래를 하던 뜰에 오색향기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았다면 이 밤 외로운 술잔을 가득히 채우리”

-최백호, 길 위에서 中에서-


여덟 가지 허물과 네 가지 걱정(八病四患)

공자와 어부의 대화이다. 어부는 공자에게 한 수 가르쳐준다.

공자가 말했다. “방금 선생의 말씀을 들으니 아직 하실 말씀이 남은 것 같은데 그냥 가셨더군요. 제가 우매한지라 선생께 가르침을 구합니다.” (...)

어부가 말했다. “사람에게는 여덟 가지 허물이 있고, 네 가지 걱정이 있으니 살펴보지 않으면 아니 되오.”

공자가 물었다. “여덟 가지 허물은 무엇입니까?”

어부가 대답했다. “자신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 그것을 ‘참견(摠)’이라고 하오. 타인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고집스럽게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아집(佞)’이라 하오,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그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것을 ‘아첨(諂)’이라고 하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을 ‘알랑거림(諛)’이라고 하오, 남의 단점 말하기를 좋아하는 것을 ‘험담(讒)’이라 하오.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것을 ‘이간질(賊)’이라고 하오. 간사한 사기꾼을 칭찬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것을 ‘사특함(慝)’이라 하오, 선악을 가리지 않고 양쪽 모두에게서 호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을 ‘음험함(險)’이라고 하오. 이 여덟 가지 허물은 밖으로는 다른 사람을 어지럽게 하고, 안으로는 자기 자신을 해친다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이런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 않는 법이오.”

공자가 한참을 듣더니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네 가지 걱정은 무엇입니까?”

어부가 대답했다. “공을 세우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큰일하기를 좋아하는 것을 ‘허세(叨)’라고 하오. 똑똑하다고 착각하며 함부로 행동하고 자기 뜻만 내세울 뿐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지는 안중에 없는 것을 ‘탐욕(貪)’이라고 하오, 자신의 잘못을 보고도 고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들으면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더하는 것을 ‘고약함(狼)’이라 하오. 자신의 뜻과 맞으면 옳다 여기고, 맞지 않으면 좋은 것이어도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교만함(矜)’이라 하오. 네 가지 걱정을 모두 가진 사람과는 도를 논하기 어렵소.”

공자는 깊은 수심에 잠긴 채 어부에게 두 번 절하고 물러났다.


사진에서 하지 말아야 될 것

1.과도한 사진보정을 하지 않는다(과도한 필터사용).

2.과도한 연출을 하지 않는다.

3.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위급한 상황을 도와줘야 할 때를 제외하고)

4.진실(reality)을 왜곡하지 않는다.


사진에서의 진실함(또는 진정성)

어부가 공자에게 말하였다.

“진실함이란 정성의 지극함에 있습니다. 정성되지 못하면 성실하지 못하게 되어 남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억지로 곡하는 사람은 비록 슬픈 체하여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억지로 노한 체하는 사람은 비록 엄하게 군다 하더라도 외압을 느끼지 않습니다. 억지로 친한 체하는 사람은 비록 웃는다 하더라도 친밀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진실로 슬픈 사람은 소리를 내 울지 않아도 슬프게 느껴집니다. 진실로 노여운 사람은 성내지 않아도 위압이 느껴집니다. 진실로 친한 사람은 웃지 않아도 친밀하게 느껴집니다. 진실함이 속 마음에 있는 사람은 정신이 밖으로 발동합니다. 이것이 진실함이 귀중한 까닭입니다. (...)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을 법도로 삼고 진실함을 귀중히 여기며 세속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 반대입니다. 하늘을 법도로 삼지 못하고 사람 일에 얽매여 고생합니다. 진실함을 귀중히 할 줄 모르고 세상 일을 따라서 세속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에 언제나 만족하지 못합니다. 아깝습니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인위적인 학문에 빠져 위대한 도에 대하여 너무 늦게 듣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 있어서 사진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나의 사진은 어떤 가치 있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 실제(real)에 기반을 두지 않은 사실(fact)을 근간으로 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는 사실상 거짓이다. 그 의미를 억지로 다큐사진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것은 진실성이 결여되고, 진정성은 보이지 않으며, 그 정직성은 의심스럽다. 물론 개인의 작업이고, 개인의 시선이니 개인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판단을 중지하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 진정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길을 걷고 시간을 낚다

근심, 걱정, 고민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걷는다. 걷다보면 생각을 잊기도 하지만, 새로운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다.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릿속은 걷다보면 훌훌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를 싫어했다. 그는 길을 걸을 때 바짝 따라오는 그림자를 보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빨리 걸을수록 그림자도 빠르게 따라왔다. 그는 자신이 너무 느리게 걸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서 미친 듯이 달리다가, 결국 지쳐서 죽고 말았다.”(討厭影子的人). 사실 그림자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나무 그늘아래서 가만히 쉬면 된다. 그림자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근심 걱정에 항상 쫓기듯 살아온다. 그러나 오히려 내려놓음으로써 시간의 의미를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가는 빛의 변화에 민감하고, 그 빛의 민감한 변화를 낚아챈다. 사진은 상황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낚아챈다.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 것처럼 말이다. ‘찰나의 순간’, ‘영혼의 시간’을 담기 위해 사진가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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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hCqBwjb9uk?si=h9LfsrGfyVu6F-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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