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68. 천태만상[千態萬象]

by 노용헌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의 사회상을 다양한 초상사진을 촬영한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라는 사진가가 있다. 그는 1929년 우리시대의 얼굴이라는 사진집으로 평생 찍은 인물사진들로 사회구조 속의 인간상을 표현하였다. 그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사회적 부류별로 독일 민중 전체를 촬영하고자 하였고, 1936~1939년 <독일의 국토, 독일의 민중Deutsche Lande, Deutsche Menschen>시리즈로 45권의 총서로 발간할 계획이었으나, 나치정권하에서 사상불온자로 지목되어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다큐멘터리적인 경향을 가진 잔더의 사진은 히틀러가 지배하는 나치정권에 의해 불온물로 압수당하고 출판이 금지되었다. 그의 사진제목은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이름대신 농부, 변호사, 군인, 벽돌공등 직업명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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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직업에 따른 옷차림도 다양한 것처럼 사람의 얼굴 모습 또한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잔더의 사진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무표정의 모습이다. 초상사진가 유섭 카쉬(Yousuf Karsh) 또한 런던의 죠지6세를 비롯하여 정치가, 군인, 성직자, 예술가 등 많은 인물사진을 찍었다. 이 두 사람의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많은 초상사진가들, 인물사진가들은 피사체의 영혼(인물의 내면)을 담고자 한다. 유섭 카쉬는 “잠시 잠깐의 순간에 인간의 영혼과 마음이 그들의 눈에 그들의 손에 그들의 태도에 나타난다. 이 순간이 기록의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얼굴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이든 인간의 얼굴에는 많은 표정을 담고 있다. 맹자의 성선설이든, 순자의 성악설이든, 고자의 성무선악설이든 사람의 성품은 대체적으로 얼굴에 나타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 표정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물론 배우처럼, 또는 페르소나의 가면을 쓴 얼굴처럼 슬프지도 않은데 억지 눈물을 흘리거나,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고 억지 웃음을 짓거나,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거나 내가 느낀 감정을 숨기고 거짓말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다반사인 현대사회에서 얼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진심을 다하는 모습, 진심을 전달하는 사진, 진실을 보는 눈, 참 어렵다. 내공이 많이 싸아야 보이는 진실, 그많큼 경험을 많이 해야 알수 있는 사실. 그렇게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한다.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천태만상의 군상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앞에서 멋있는 척 했지만, 그들은 모두 찌질한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부하뇌동하는 사람들, 알다가다 모를 사람들 세상은 어쩌면 요지경속인지 모르겠다. 어렸을적 보던 만화경처럼, 사람들의 얼굴은 가지각색이다. 인증샷만 찍어대는 사람이나 망원렌즈를 끼고 코앞에서 찍어대는 사람이나 가까이 가질 못해 뒤에서 맴맴도는 사람이나 이기심이든 이타심이든 각각 다른 꿈들을 꾸고 동상이몽의 모습들. 결국 나는 그곳에 서있다. 천태만상의 모습속에서 진실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순수사진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그 주인공의 절대적인 진실을 보여주는 초상사진을 창조하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진실성 있는 개별적 초상을 만들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그 개인들이 살고 있는 시대의 거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원칙에 동감합니다.……시대상과 우리 독일 민중을 구체적으로 개관하려고 하기 때문에 나는 농부에서 시작해서 정신적인 귀족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에 이르는 원판들을 수집했습니다. 이런 입장을 작은 마을로부터 현대의 대규모 밀집 지역에 걸친 주거의 진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한 짝의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의 사진술을 써서 다양한 사회계층은 물론 그 환경까지도 포착함으로써, 나는 우리시대, 우리민중의 심리를 성실히 그려보고자 합니다.”-1929년 사진집을 낼 당시 아우구스트 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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