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 2026년
영화 <오디세이> (2006)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다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트로이의 목마' 작전으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 후 아내 페넬로페가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여정을 그렸다.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샬리즈 세런 등이 출연한다.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91일간의 촬영 기간 사용한 필름 길이가 약 609㎞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국을 하는 ‘오디세우스’의 모험과 역경을 담은 영웅 서사시이다. ‘오디세이아’는 1만 2110행으로 된 장편 서사시로 모두 2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4장은 오디세우스가 없는 동안 그의 아내인 페넬로페에게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드는 내용, 5∼12장은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난을 겪는 내용, 13∼24장은 그의 귀국과 그의 아내에게 구혼한 자들을 응징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트로이가 함락된 지 10년, 포세이돈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는 아직 칼립소 동굴에 묶여 제 나라로 돌아가지 못했다. 고향 이타케에서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남자들로 오디세우스의 왕궁은 엉망이 된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을 받으며 아버지를 찾는 여행에 나서 오디세우스의 행방을 알아내려 피로스와 스파르타로 간다.
한편 오디세우는 드디어 칼립소를 떠나 출항하지만 배가 난파돼 파이에크스인들의 나라로 떠내려와 가련한 공주 나우시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오디세우스는 왕의 궁전에서 신분을 밝히고 지금까지 있었던 신비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여기서 식인 거인 폴리페모스와 마녀 키르케 이야기, 저승세계로 건 이야기가 등장한다. 파이에스크인들은 오디세우스에게 선물을 주며 고향 이타케로 보내준다. 오디세우스는 여기서 충실한 에우마이오스, 몰래 귀국한 아들 텔레마코스와 만나 세 사람은 힘을 합쳐 구혼자들에게 복수를 할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에 성공해 구혼자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마침내 오디세우스와 아내 페넬로페가 다시 만난다. 죽은 구혼자들의 유족이 복수를 하려 하지만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마지막에는 화해한다. (P496-497)
[제1권 아테나가 텔레마코스 출발을 격려하다]
트로이가 멸망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이타카 군주 오디세우스는 바다 위를 떠다니며 아직도 귀국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칼립소 섬에 억류당한다. 여러 신들이 이를 불쌍히 여겨 제우스의 명령으로 헤르메스를 님프 칼립소에게 보내 그를 놓아 주도록 한다. 한편 고향 이타카 섬에서는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아버지를 찾으러 그리스 본토로 갈 것을 권한다. 이타카 섬, 오디세우스 성에서는 주인이 행방불명되어 오랜 시간이 흐르자 이웃 여러 섬들과 이타카에서 구혼자들이 몰려든다. 그들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며 아들 텔레마코스의 나이가 어림을 얕잡아 보고 날마다 향연을 이어가며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었다. (P39)
“텔레마코스여, 누가 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타카 섬에서 아카이아인들의 군주가 되느냐 하는 것은 신들의 뜻에 달린 일이야. 하지만 자네 집 재산은 자네 스스로 확보하고, 성 또한 자네가 직접 다스리도록 하는 게 좋겠지. 이 이타카에 계속 사람들이 사는 동안은 자네 의사를 거슬러 폭력으로 자네 재산을 빼앗으려는 이가 절대로 없기를 빌겠네. 그런데 여보게, 아까 그 손님에 대해 자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네. 그 무사는 어디서 온 인물인가. 어느 나라 출신이라고 하던가. 또 어떤 집안 출신이며, 조상 대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은 어디에 있다던가. 아니면 아버님이 돌아오신다는 소식이라도 가져왔던가. 또는 볼일이라도 있어서 이 땅에 왔던 말인가, 날개가 돋친 것처럼 참 황급하게도 달아났군 그래. 어떤 인물인지 알아볼 틈도 주지 않고 말일세. 그렇지만 용모가 결코 천해보이지는 않던데.”
그 말에 지혜로운 텔레마코스가 답했다.
“에우리마코스여, 제 아버님의 귀국 희망은 이제 완전히 끊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디로부터 돌아오리라는 소식도 이제는 기대할 수 없고요. 그것이 어디서 들려 온 것이든 간에 이젠 어떠한 소문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집으로 불러들인 점쟁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그렇고요. 그런데 아까 저희 집에 오셨던 손님은, 제 아버님과 오랜 친구이신 타포스 섬 사람입니다. 용감한 기상을 가진 앙카알로스의 아들 멘테스라는 분으로, 항해에 익숙한 타포스 섬의 군주랍니다.”
텔레마코스는 이렇게 말했으나, 마음속으로는 불사의 여신인 줄 이미 알고 있었다. (P51-52)
[제2권 이타카 회의, 텔레마코스의 출항]
구혼자들의 난폭한 행동에 전부터 화가 났던 텔레마코스는 마침내 참을 수 없어 아테나 여신이 변신한 아버지의 친구 멘테스가 격려하는 대로 섬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구혼자들에게 물러갈 것을 요구했고, 자신은 아버지를 찾아 본토로 떠날 것을 선언한다. 구혼자들은 이를 막으려 들지만, 텔레마코스는 여신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하고 한 밤에 몰래 배를 준비해 떠난다. (P54)
“글쎄 누가 아나. 그가 가운데가 깊숙한 배를 타고 떠난 다음, 가족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방황하는 동안에 죽어 버릴지도,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말이지. 그렇게 되면 우리에겐 얼마나 귀찮은 일이겠나. 그의 재산을 여럿이서 나누어 갖느라고 온갖 번거롭고 복잡한 일이 생기겠지. 하지만 이 집안은 그 녀석의 어머니한테 주어야 할 거야. 아니면 누구든지 그녀와 결혼하는 사나이에게 주도록 하지.”
이렇게 공론들을 하는 동안에 텔레마코스는 크고 높다랗게 지은 아버지의 광으로 갔다. 그곳에는 황금과 청동의 기구들이 잔뜩 쌓여 있었으며, 궤 속에는 옷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올리브 기름도 많았다. 거기엔 또 여러 해 묵은 달콤한 고급 포도주를 담은 통들도 즐비해 있었다. 질서있게 벽을 향해 잘 정돈된 채, 마치 오디세우스가 많은 고생 끝에 언젠가는 고국에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곳은 꼭 맞는 겹문짝으로 닫혀 자물쇠로 잠겨 있으며, 페이세노르의 후손인 옵스의 딸 하녀 에우리클레이아가, 지혜를 다해 분별있게 이 물건들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텔레마코스가 광 속으로 그녀를 불러들이며 말했다.
“잘 듣게, 유모. 자, 어서 포도주를 두 귀가 달린 항아리들에 따라 주게. 맛있는 걸로 말이야. 유모가 소중하게 모셔 놓았던 것 다음으로 좋은 걸로 말일세. 저 불운한 아버님, 제우스의 후손이신 오디세우스가 죽음의 운명을 벗어나 언젠가는 돌아오시겠지 하고, 유모가 아껴 둔 것 다음의 걸로 말일세. 12개의 항아리에 가득히 담아서 모두 잘 봉해 두게나. 그리고 탄탄히 꿰맨 가죽 자루에 보릿가루를 담는 거야. 두 말만, 멧돌로 간 보리를 말일세. 이 사실은 유모 혼자만 가슴속에 간직해 두고 누구한테도 알리면 안 되네. 그리고 지금 말한 물건을 모두 한 곳에 모아 두게. 저녁때가 되면 내가 가지러 올 테니까. 어머님이 2층 방으로 올라가 주무실 때쯤 해서 말이지. 나는 이제부터 스파르타와 모래 언덕이 많은 필로스로 떠날 작정이네, 그리운 아버님의 귀국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서, 혹시나 무슨 이야기라도 들을 수 있을는지 모르니까 말이야.” (P65)
[제3권 필로스 이야기]
텔레마코스가 탄 배는 새벽녘이 되자 본토인 서해안 항구 필로스에 이른다. 이곳은 트로이 원정군에서 돌아온 노장 네스토르가 머무는 성이다. 노인은 아들들과 함께 텔레마코스를 환영하고 정중히 대접하지만,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소식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최근에 귀국한 스파르타왕 메넬라오스에게 보내기로 하고,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함께 가 이끌도록 한다. (P69)
“사랑하는 아들들이여, 당장에라도 내 소원을 풀어 다오. 아무래도 신들 가운데 먼저 아테나 여신의 마음을 가라앉혀 드리고 싶구나. 여신은 내 눈에도 분명히 나타나셨다가 신들의 성대한 잔치 자리로 떠나셨다. 그러니 너희들 가운데 한 사람은 들판으로 가서 소몰이꾼에게 소들을 몰고 오게 하라. 그리고 한 사람은 인품이 뛰어난 텔레마코스의 검은 배에 가서 동행자들을 두 사람만 파수꾼으로 남겨 두고서 모두 데리고 오너라. 또 한 사람은 금세공을 하는 라에르케스를 이리 오도록 부르러 가거라. 쇠뿔에 황금을 둘러 입히기 위해서지. 다른 사람들은 이대로 여기 함께 남아 있도록 하고, 집 안에 있는 시녀들에게는 각별히 훌륭한 요리를 정성껏 마련하도록 이르라. 그리고 궁 안에 축제 준비를 시키고, 재단을 둘러싸고 자리마련하도록 하며, 또 신선한 물도 가져다 놓도록 하라.”
이렇게 말하자 모두 서둘러 그 명령에 따랐다. 어린 암소를 들판에서 끌고 오자, 훌륭하고 빠른 배에서 인품이 뛰어난 텔레마코스의 동행자들도 왔고, 금속 세공인도 세공에 쓸 연장을 손에 들고 왔다. 세공의 마무리를 하는 모루와 쇠망치, 단단하게 만들어진 쇠집게 등, 황금 세공을 하는 데 필요한 기구와 재료 따위를 갖고 왔다. (P82)
[제4권 스파르타 메넬라오스 성 이야기]
이윽고 그들은 라케다이몬의 수도인 스파르타에 이르러 국왕 메넬라오스가 사는 성을 방문한다. 메넬라오스는 그를 환대하고, 왕비 헬레네도 나와서 얼마 동안 회포를 푼다. 왕비는 텔레마코스로부터 그의 부친 오디세우스의 모습을 알아보고는, 그가 누구인지를 짐작한다. 다음 날 왕은 텔레마코스에게 자기가 표류하던 동안 아이귑토스에서 바다 귀신 프로테우스한테서 들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한다. 오디세우스가 큰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한 섬에서 님프 칼립소의 포로가 되어 날마나 눈물로 지낸다는 것이다. 텔레마코스는 왕으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고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한편 이타카 섬에서는 구혼자들이 텔레마코스를 제거할 것을 의논한다. (P85)
장빗빛 손가락을 펴며 새벽의 여신이 동편에 나타날 즈음, 무용이 뛰어난 메넬라오스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걸치고 날카로운 검을 어깨에 메고는 잘 생긴 그의 발에 훌륭한 샌들을 신었다. 내전에서 나서는 그 훌륭한 모습은 신과도 같았다. 그는 곧장 텔레마코스에게로 다가가 그 곁에 앉으며 물었다.
“텔레마코스 님, 도대체 무슨 용무가 있어 이곳에 오셨소. 이 거룩한 라케다이몬으로 넓은 바다를 건너서, 나랏일로 오셨는지, 개인적 일로 오셨는지, 부디 내게 사실을 들려주시구려.”
그 말에 지혜로운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아트레우스의 아드님이시며 제우스께서 보살피시는 군주 메넬라오스여, 제가 이곳에 찾아온 것은 혹시나 당신께서 제 아버지에 대한 소식이라도 들려주실까 해서입니다. 지금 제 집과 가정은 차츰 파멸되어 가고, 넉넉했던 재산마저 파산 직전에 있습니다. 집에는 악의를 품은 파렴치한 인간들이 잔뜩 몰려들어, 제 집 양 떼와 살찌고 훌륭한 소들을 날마다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제 어머니께 구혼하고 있는 오만무례한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신께 간절히 청하여, 혹시나 부친의 불운한 마지막 소식을 들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혹 어쩌면 당신의 눈으로 보셨는지, 아니면 다른 나라를 떠도시는 분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 알고 계시지나 않나 하고요. 참으로, 제 아버지는 남달리 비참한 운명을 타고 태어나셨습니다. 제발 제게 염려스럽다거나 동정하시려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좋게만 하지 마시고, 듣고 보신 그대로의 광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제 아버지인 용감한 오디세우스가, 그 역경의 트로이 전투 속에서 말 또는 행동으로 당신을 위해 약속하고 또 이루신 것이 있다면, 그 일을 지금 떠올려주시고 제게 당신이 알고 계신 모두를 말씀해 주십시오.” (P94-95)
이렇게 내가 말하자 여신들 중에서도 특히 거룩한 그분이 곧 대답하기를 ‘그렇다면 내 그대에게 그대가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뚜렷이 들려주기로 하지요. 이 섬에는 불사의 예언자, 바다 노인이 자주 나타난다오. 아이귑토스의 프로테우스라고 하는, 포세이돈의 부하로서 온 바다의 깊이를 알고 계시는 분인데, 바로 내 아버지이시며, 또 나를 낳으셨다고 하오. 만약 어떻게 해서든지 당신이 기다렸다가 붙들 수만 있다면, 갈 길이며 거기까지의 거리며 귀국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물고기 떼가 많이 지나는 바닷길을 건너갈 수 있는지 일러주실 것이오. 또 만일 희망하신다면, 제우스 신께서 보살피시는 분이시여, 그대에게 무엇이든지 모두 들려주실 거요.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길고도 괴로운 여행길로 당신이 떠나신 뒤에 당신 집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말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으므로, 나도 그 말에 여신에게 말했다오. ‘그럼, 제발 당신께서 어떻게 하면 그 노인 신을 만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자칫하면 저 편에서 먼저 저를 발견하고 알아차려 피하실지도 모르니까요. 신을 즐겁게 해드린다는 것은 인간들로서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내가 말하자, 여신 중에서도 특히 거룩한 그분은 다시 친절하게 대답해 말하셨소. ‘그런 일이라면 자세히 설명을 해 드리지요. 태양이 한가운데에 높이 떠올랐을 무렵, 정확히 그때 바다 속에서 예언자인 바다 노인이 나오실 거요. 길바람의 숨결을 따라 거무스레한 잔물결의 물보라를 몸에 감고서 말이오. 그렇게 나오자마자 속이 텅 빈 동굴 밑바닥의 잠자리를 찾지요. 그 주위에는 바다표범들과 아름다운 바다의 딸들이 수없이 떼 지어 잠을 자는데, 잿빛 물거품에서 올라올 때 내쉬는 숨결은 아주 지독한 것으로, 몹시 깊은 바다 속 냄새가 난답니다.
새벽이 오면 그곳으로 내가 당신을 데리고 가서, 당신들 저마다가 있을 곳을 찾도록 하지요. 당신 편에서는 널빤지로 만든 좋은 배가 있는 곳에 가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을 셋만 골라서 데리고 오시오. 여하튼 그 바다 노인의 괴상한 행위를 모두 이야기한다면, 첫째로 바다표범의 수를 셈하면서 한 바퀴 도는 일이겠지요. 그리하여 모두 완전히 세어 보아 확인하고는, 이번에는 마치 양 떼를 지키는 양치기처럼 그 한가운데 드러눕는다오. 바로 이때입니다. 재빨리 여럿이 달려들어 온 힘을 다해 그 바다 노인을 꽉 붙잡으세요. 아무리 달아나려고 발버둥치더라도 놓치면 안 됩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모습을 바꾸어 가며 도망치려고 할 테니까요.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 그 밖에 물 또는 무섭게 타오르는 불이 되려고 하실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자연스럽게 버티면서 한결 더 힘을 죄어 붙잡으며 결코 놓쳐서는 안 되오. 그러나 끝내 저편에서 말을 걸어와 당신께 묻는다면, 처음에 보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뒤에 말이오. 그렇게 되거든 붙잡고 있던 바다 노인을 놓아 준 다음에 신들 가운데 어느 분이 당신을 괴롭히는지, 또 귀국길에 대해서도 어찌 해야 물고기 떼가 다니는 바닷길로 건너갈 수 있는지를 물어 보시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는 파도치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소. 그래서 나는 백사장에 끌어올려 놓은 배가 있는 곳으로 갔지만, 가는 기에도 마음속은 온갖 생각으로 얽혀 있었다오. 그래서 이윽고 배가 놓인 바닷가에 이르러 여러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지요. 그러는 동안에 향기로운 밤이 되었소. 그때 우리는 넓고 큰 바다의 파도가 밀리는 백사장에 누운 채 잠이 들었고. 그리하여 아침 일찍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의 여신이 나타날 무렵에 일어나 드디어 끝없는 바다의 해안으로 나아가 신들에게 끊임없이 기도를 올렸지요. 그러고는 부하 셋을 데리고 갔어요. 어떤 일에서나 내가 가장 믿고 맡기는 이들을 말입니다. (P97-98)
[제5권 여신 칼립소와 오디세우스의 뗏목]
이쪽은 칼립소 섬, 헤르메스 신이 전령으로 님프의 동굴을 찾아와 제우스신의 명령을 전한다. 불만에 가득찬 님프는 하는 수 없이 오디세우스에게 여러 가지로 떠날 채비를 해주며,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고 식량과 술 등을 실어서 그를 태워 떠나보낸다. 얼마 동안은 순풍을 타고 나아갔으나, 이윽고 그를 미워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들켜, 삽시간에 폭풍의 엄습을 받아 뗏목은 부서지고 만다. 헤엄쳐서 스케리아 섬에 다다른 그는 여신 레우코테아의 도움을 받는다. 지쳐 버린 오디세우스는 해변으로 올라 언덕 옆 나무숲 속의 낙엽더미에 파묻혀 잠이 든다. (P112)
나흘째 되던 날에는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닷새째 되던 날 거룩한 칼립소는 섬에서 그를 떠나보내기로 했다. 먼저 목욕을 하게 한 다음, 몰약 향기가 밴 옷을 입혀 주고, 한편으로는 검은 빛이 나는 포도주를 담은 가죽자루와 물을 담은 자루, 그리고 옥수수 가루가 든 자루를 실어 주었다. 또 많은 부식품을 풍성히 싣고 나서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순풍을 실어 주었다. 가슴이 행복으로 가득 찬 존엄한 오디세우스는 순풍에 돛을 올리고, 키를 잡아 곧장 배를 달려 나갔다. 교묘하게 배의 방향을 찾아 조종해 나가며, 졸음도 없이 계속 앉아서는 밤하늘의 플레이아데스 자리를 지켜보기도 하고, 늦게 기우는 목동자리(牧童座), 또한 짐수레(북두칠성)라 불리는 큰곰을 지켜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큰곰은 언제나 같은 위치에서 방향을 바꾸면서 사냥꾼 오리온을 맞은 편에서 감시한다. 이것은 대양의 물에 결코 목욕하지 않는 유일한 별자리로서, 지혜로운 여신 칼립소는 그에게 바다 위를 항해하는 동안 언제나 이 별을 왼편으로 하고 가라고 일러 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17일 동안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18일 만에 파이아케스인이 사는 나라의 그늘진 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가장 가까운 육지였는데, 그 섬을 안개 자욱한 바다 위에 마치 평평하게 놓인 가죽 방패 모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아이티옵스인의 연회에서 막 돌아오던, 넓고 큰 땅을 뒤흔드는 신 포세이돈이 멀리 솔뤼모이 산봉우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바다 위를 달려가는 오디세우스의 배를 발견하자 포세이돈은 분노하여 머리를 흔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람. 이건 신들이 분명 오디세우스에 대해 생각을 달리한 게 틀림없어. 내가 아이티옵스 고장에 가 있는 동안에 말이야. 게다가 그는 벌써 파이아케스인 땅 바로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는가. 여기는 그가 큰 고난의 고비를 넘기기로 되어 있는 마지막 땅인데, 하지만 안 되지, 아직은 듬뿍 재앙을 맛보게 해줄 테가.”
이렇게 말하고는 두 손에 삼지창을 집어들고 구름을 모으며 바다를 마구 휘저어 놓았다. 그리고 모든 방향의 바람과 태풍을 있는 대로 불러일으키며 대륙과 바다를 구름으로 뒤덮어 버리자, 어두워졌다. 그리하여 동풍과 남풍이 거칠게 불어대는 서풍과 맑은 하늘에서 생겨나는 북풍을 동반하여 함께 몰아치면서 큰 파도를 굴려 갔다. 이 때에는 제법 용감한 오디세우스도 두 다리가 맥이 빠져 후들거리고, 심장도 마구 터질 것만 같아, 자신의 마음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P119-120)
[제6권 스케리아 섬 왕 알키노스와 왕녀 나우시카 이야기]
이야기는 바뀌어, 스케리아의 왕 알키노스는 반신인(半神人)인 파이아케스족을 다스리며, 왕비 아레테와의 사이에 자녀 여럿을 두었다. 그 가운데 나우시카는 아직 처녀로 그 얼굴 생김새가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이날 새벽, 꿈자리가 좋아서 외출할 생각으로 부모를 졸라 수레를 준비시키고, 강기슭으로 옷가지를 가지고 빨래하러 나간다. 여러 시녀들이 그녀를 뒤따랐는데, 얼마 뒤 이들은 강기슭 가까운 빨래터에서 옷을 빨아 강변에 널고, 그 사이에서 공 던지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문득 공이 빗나가 강 언덕 숲 속으로 들어갔고, 그 때문에 거기서 잠자던 오디세우스가 눈을 뜬다. 그는 일어나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청하는데, 나우시카는 부왕의 궁전으로 오라고 한다. (P127)
그런데 공주가 다시 집으로 가려고 노새들을 수레에 매고 아름다운 옷가지들을 정리한 다음, 이제 곧 떠나려 할 때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는 또다시 재미난 일을 생각해 내었다. 오디세우를 깨워서 아름다운 처녀를 보게 하고, 그래서 공주에게 그를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수도로 안내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때 공주가 시녀 하나를 향해서 공을 던졌는데, 그 시녀한테는 맞지 않고 겨냥을 벗어나 깊게 소용돌이치는 강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시녀들은 모두 함성을 올렸다. 그 소리에 존엄한 오디세우스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앉은 채 가슴속으로 이것저것 궁리를 했다.
“무슨 일일까, 이번에는 또 어떤 인간들이 사는 고장으로 왔단 말인가, 틀림없이 이곳 사람들도 난폭하고 야만적이어서 올바른 것을 분간할 줄 모르는 자들일 거야. 아니면 손님에게 친절하고 신들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나 있을지, 소녀 같은 아가씨들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오는데, 님프들의 함성 소리인가, 산과 산의 가파른 봉우리와 강물의 원천인 셈이며, 풀이 무성한 들에 사는 님프들 말이야, 아니 어쩌면 서로 말을 나눌 수 있는 인간들이 바로 근처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이제 나가서 실제로 알아보기로 할까.” (P130-131)
그 말에 흰 팔의 나우시카는 대답했다.
“낯선 분이시지만, 당신은 나쁜 사람도 어리석은 바보도 아닌 것 같군요. 그리고 올림포스에 계시는 제우스 님께서는 인간들에게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생각나시는 대로 그 나름의 행복이라는 것을 나누어 주시는 본이니, 아마 당신에게도 그렇게 내려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무엇이든 꾹 참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시겠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리고 윗마을에 오신 다음에는, 입을 것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갖게 되실 겁니다. 불행한 분이 우리를 만나 마땅히 가질 수 있는 물건이라면 말이지요. 그리고 마을로 가는 길은 내가 가르쳐 드릴 터이고, 주민들의 이름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마을, 또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은 파이아케스라는 족속들로, 나는 마음이 너그러우신 알키노스의 딸이며, 그분에게 모든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힘과 권세가 달려 있습니다.” (P132-133)
[제7권 알키노스 왕 궁전 이야기]
왕녀와 헤어진 오디세우스는 홀로 왕국으로 떠난다.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그를 격려하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안개를 뿜어 그의 몸을 숨겨준다. 그는 왕궁으로 들어가 궁 안에서 왕비 아레테 앞에 다가가서 도움을 청한다. 왕과 왕비는 그를 후하게 대접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여러 가지 선물을 준다. 오디세우스는 칼립소 섬을 떠난 뒤 폭풍을 만나 가까스로 이 섬에 닿게 된 과정을 이야기한다. (P138)
그런 장소에 멈추어 선 채 참을성 있고 존엄한 오디세우스가 감탄에 잠겨 바라보다가, 마침내 충분히 그 아름다운 광경을 돌아본 다음, 성의 문턱을 넘어 부지런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파이아케스의 장로들과 우두머리들(장군과 참모들)이 잔을 들고 아르고스를 죽인 날카로운 눈의 헤르메스 신에게 술을 부어 올리는 바로 그 자리에 다다랐다. 이 신에게는 잠자리에 들 때면 언제나 술을 올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마침 그때 참을성 있고 존엄한 오디세우스가 자욱한 안개에 둘러싸인 채 그 성 안에 들어섰던 것이다. 이 안개는 아테나가 그의 주위에 뿌려 준 것인데, 이렇게 해서 드디어 아레테와 알키노스 왕의 바로 앞에까지 가자, 오디세우스는 왕비의 무릎에 두 손을 얹고 매달렸다. 그러자 바로 그때 그 신기한 안개가 오디세우스의 주위에서 말끔히 걷혀 버렸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난데없이 사람이 나타난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볼 뿐, 아무 말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애원하듯 말했다.
“신과 같으신 렉세노르 왕의 따님이신 아레테 님이시여, 당신의 부군과 당신의 무릎에 의지하려고, 온갖 고난을 겪은 끝에 나는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연회에 참석하신 여러 손님들께도 간청 드립니다. 이 모든 분들게 살아 계시는 동안은 신들이 복과 덕을 베풀어 주시도록, 그리고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궁전의 모든 재산과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지위와 함께 모든 국민에게서 받으신 덕도 물려주실 수 있으시기를, 또 저에게는 한시바삐 조국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십시오. 얼마나 오랫동안 가족과 멀리 떨어진 채 고난을 겪어 왔는지 모른답니다.” (P142)
[제8권 파이아케스족 나라]
알키노스는 섬 사람인 파이아케스족을 모아 오디세우스를 위해 배를 정비할 것을 의논하는 한편, 저마다 그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경기 대회를 열었는데, 오디세우스는 몸을 사리고 이에 깊이 끼어들기를 거절한다. 이윽고 저녁때가 되어 향연이 베풀어지고 데모도코스가 하프를 연주하면서 트로이 낙성(落城)을 읊자, 오디세우스는 옛일을 떠올리고 눈물을 그치지 못한다. 그 모습을 눈여겨본 왕은 오디세우스에게 출신과 조국, 경력 등을 물어본다. (P149)
그때 거기에 시종이 뛰어난 가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이 가인을 특히 노래의 여신이 귀엽게 여기시어 복과 재앙 두 가지를 내려주셨으니, 바로 두 눈을 멀게 한 대신 즐거운 노래 재주를 주신 것이다. 이때 시종 폰토노스는 그를 위해 은장식을 한 의자를 잔치 자리 한가운데 높은 기둥에 기대 놓고 그를 앉혔다. 그리고 높이 올리는 커다란 하프를 그의 머리 위쪽에 있는 기둥 못에 걸어놓고 손으로 잡으라고 일러 주었다. 또 그 옆에는 훌륭한 네 발 탁자와 빵 바구니, 그리고 포도주를 가득 따른 술잔을 자유로이 먹고 마시게 놓아두었다.
사람들은 조리해 내온 요리에 저마다 손을 내밀어 실컷 먹었다. 어지간히 먹고 마시는 것에 포만감을 느꼈을 때, 노래의 여신이 가인을 부추겨 무사들의 명예를 엮은 노래 중 한 구절을 부르게 했는데, 그 무렵 이 노래의 평판은 넓디 넓은 하늘에까지도 떨칠 만큼 유명했다. 그것은 바로 오디세우스와 펠레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가 말다툼을 벌이는 대목이었다. 언젠가 신들에게 바치는 요란스러운 잔치가 있었을 때, 이 두 사람이 다투기 시작하여 서로 심한 말을 주고받았는데, 병사들의 군주인 아가멤논은 아카이아군의 대장들이 그렇게 심하게 다투고 있자 속으로 은근히 좋아했다. 왜냐하면 포이보스 아폴론의 신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가 신성한 퓌토 마을 델포이에 가서 신탁을 물어 보고자 돌 문지방을 넘어 사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 신 제우스의 꾀에 의해, 트로이 사람들과 다나오스의 후손(그리스 군)들에게 재앙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 줄거리를 뛰어나게 이름 높은 이 가인이 지금 노래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자줏빛 커다란 망토를 억센 두 손으로 잡더니 머리 위로부터 내려쓰고는 우아한 그 얼굴을 가려 버렸다. 눈꼬리에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보이기가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P151)
[제9권 키클롭스 암굴 이야기]
오디세우스는 이타카 섬의 왕인 자기 신분을 밝히고, 트로이 성이 함락된 뒤의 경위를 이야기한다. 12척의 요선(僚船)을 이끌고 트로이 해안을 떠난 다음, 그들은 서쪽 이스마토스의 키코네스족의 땅에 상륙, 그 가까운 주변을 약탈했다. 그곳을 출범한 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 폭풍이 일어, 말레아 곶을 넘어서면서 아흐레 아홉 밤을 폭풍에 휘말린 끝에, 그들이 닿은 곳은 로토스(蓮實)을 먹는 족속의 나라였다. 로토스란 아편과 같은 것으로 이것을 먹은 사람은 환각 상태에 빠지며, 친구도 조국도 잊어버리고 흐리멍덩하게 나날을 보내게 된다. 오디세우스는 크게 놀라서 출발, 다음으로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나라에 닿게 된다. 그들은 산 중턱의 동굴 속에 살며 거대한 몸집을 가졌는데, 양치기를 벌이로 하고 있었다. 그들이 없는 틈에 동굴로 들어선 일행은 키클롭스인 폴리페모스에게 사로잡혀, 두 사람씩 그의 먹이가 된다. 가까스로 그를 몹시 취하게 한 다음, 하나밖에 없는 그 눈알을 불로 지지고, 양의 배를 붙잡고서 동굴을 빠져 나온다. 그러나 배를 타기 직전에 그를 매우 심하게 꾸짖고, 오디세우스라는 이름을 밝혔기 때문에 거인은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복수해줄 것을 기원하여, 이후 포세이돈의 노여움과 미움을 받아 오랜 고난을 겪기에 이른다. (P167)
‘아, 너희들은 처음 보는 놈들인데 어떤 녀석들이냐? 어디서 이 먼 바다를 건너 왔느냐?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서 왔냐 아니면 목적도 없이 방황하고 있는 거냐. 목숨을 걸고 남의 나라 사람들한테 재앙을 안겨 주면서 바다를 돌아다니는 해적들처럼 말야.’
우리는 참으로 두려워서 마음이 오그라들 것만 같은 느낌이었지요. 굵다란 목소리와 산괴도 같은 거인의 모습에 겁을 먹었지만, 나는 가까스로 그를 향해 대답했다오.
오리는 트로이로부터 길을 잘못 들어오게 된 아카이아 군사입니다. 온갖 방향으로부터 부는 바람 때문에 넓고 깊은 바다의 넓은 벌판을 밀려 흐르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면서도 다른 길 다른 방향으로 와 버린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제우스님께서 계획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영예로운 아트레우스 아들 아가멤논의 부하입니다만, 그분으로 말하자면 천하에 둘도 없는 분이지요. 왜냐하면 저토록 대단한 도성을 함락시키고 숱한 병사들을 쳐서 무찔렀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 와서 당신 무릎에 매달려 부탁드리려는 말씀은, 무엇이든 손님에 대한 기념품이라든지 아니면 선물이라든지를 주시지 않겠느가 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에 대한 정해진 관습입니다. 그런즉 부디 훌륭하신 주인님께서도 신들을 알아 모시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당신에 대한 탄원자이며, 탄원자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위해 보복해 주시는 신이라고 제우스 신이 불리는 건, 다른 나라에서 온 신을 존중하는 이들을 지켜주시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거인은 바로 인정사정도 없는 악의로 대답했다.
‘넌 얼빠진 녀석이로구나, 다른 나라에서 온 주제에, 아닌게 아니라 먼 나라에서 찾아왔구나, 나보고 신들을 두려워하라느니 알아모시라느니 명령하는 걸 보니, 키클롭스는 염소 가죽 방패를 가진 제우스 따위는 관심도 없단 말이야. 축복받은 신들도 그렇고, 우리가 훨씬 더 힘이 세단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나만 하더라도 제우스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 너나 너의 동지들을 용서해줄수는 없어. 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무튼 말해 보아라, 너희들이 왔을 때 잘 만들어진 배를 어디다 매어 두었는지, 육지의 맨 끝인지, 아니면 이 근처인지, 그걸 알고 싶단 말이다.’ (P175)
[제10권 아이올로스/라이스트리고네스족/키르케]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손에서 탈출한 그들은 다음으로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간다. 그곳에서 깍듯한 대접을 받고 떠난다. 그러나 바람의 신이 보내준 가죽 부대를 절대로 열지 말라는 당부에도 오디세우스가 피곤해서 잠든 동안에 누군가 열어 보았기 때문에, 몹쓸 바람이 나와서 되밀려가게 된다. 사나운 날씨로 11척은 침몰하고, 그가 탄 배만 도망쳐서 키르케의 섬에 닿게 된다. 탐색에 나선 한 무리는 마녀 키르케의 전당으로 들어갔으나 꾐에 넘어가 마법에 걸려 돼지가 된다. 그들을 찾으러 간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의 가르침으로 마술을 면하고, 키르케를 벌 준 다음 대접을 받고 동지들과 함께 그곳에서 지낸다. 그 뒤 귀국 길에 오르는데, 그러기에 앞서 키르케의 권유로 저승에 가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의 영혼에게 앞날을 물어 보기로 한다. (P185)
‘이것 봐, 동지들. 성 안에서 누군지 커다란 베틀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좋은 목청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네. 그 소리가 이 마루 전체에 쩌렁쩌렁 올라오는데, 여신인지 아니면 인간 여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먼저 말이나 걸어볼까.’
이렇게 그가 말하자 모두 소리를 높여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바로 나와서 빛나는 쌍여닫이문을 밀어 열고는 불러들였으므로, 그와 동시에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습니다. 다만 에우륄로코스는 이거 어째 수상하구나 하는 생각에 뒤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자 키르케는 모두를 궁전 한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소파와 팔걸이의자에 앉게 하고는, 모두에게 치즈와 보릿가루에 노란 벌꿀을, 프람네스 산(産) 빨간 포도주에 타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물에는 야릇하고 무서운 마법의 약을 섞어 놓았던 것으로, 그것은 고향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모두에게 주고 그들이 마시자, 이번에는 바로 지팡이를 휘둘러 내리치고는 돼지 울에 가두어 넣은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돼지와 같은 얼굴이 되고, 목소리와 살갗의 털과 몸집마저도 아주 돼지가 되어 버렸는데, 정신만은 전과 다름없이 인간 그대로였습니다. 모두 이렇게 울에 갇히어 울고만 있으니, 키르케는 산딸기나무와 도토리나무 열매를 먹이로 던져 주는 것이었습니다. 흙 위에서 자는 돼지들이 늘 먹는 그런 먹이였지요.
한편 에우륄로코스는 재빨리 검은 칠을 한 빠른 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동지들이 어처구니없는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요. 마음은 급한데도 한 마디 말도 입에서 나오지 않을 만큼 그렇게도 그는 심한 슬픔에 가슴이 꽉 메었습니다. 그 두 눈에는 눈물이 넘쳤으며 비명을 지르고도 싶은 심정이었습니다만, 우리가 그것을 수상히 여기고 따져 물었더니, 그제야 가까스로 입을 열고는, 다른 동지들이 변을 당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P192)
‘어허,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가시는가, 운이 나쁜 당신이 더구나 홀로 언덕길을 오시다니, 이곳 지리에 어두우면서도, 당신 부하들은 돼지 모습으로 바뀌어 우리에 갇혀서 저기 저 키르케의 성에 갇혀 있다네. 옳거니, 그들을 구출하러 이리로 오셨군. 그래, 하지만 당신 혼자만 해도 돌아오기는 아주 힘들어. 당신도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남아 있게 될 거야. 하지만 내 말을 들어요. 재난에서 당신을 구해 내고 무사히 지켜 드리도록 하지. 자, 이 효험이 큰 약초를 가지고 키르케의 성으로 가게. 그 힘이 재앙의 날을 막아 줄 것이니까. 그럼 키르케의 요술에 대해 모두 말해 드리지. 먼저 여러 가지 물건을 섞은 즙을 만들어 줄 걸세. 그 음식물에는 마법의 약도 섞어 넣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한 대도 당신을 마법에 걸 수는 없겠지. 왜냐하면 이 효험이 큰 약초가 그렇게는 못하게 할 것이니까. 이걸 받게, 그리고 자세히 가르쳐 드리지. 키르케가 당신을 향해 긴 지팡이를 들고 덤벼들거든, 그때를 놓치지 말고 날카로운 검을 허리에서 빼어들고 키르케한테 덮치는 거야.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서슬이 프르게 말이야. 그러면 그녀는 당신한테 겁을 먹고 자기 침대로 이끌 걸세. 그때 당신은 여신과 함께 자는 것을 결코 거절하면 안 되네. 그녀가 동지들을 마법에서 풀어주고, 당신한테도 대접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지. 그러나 그러자면 그녀에게 신들에 대한 중대한 맹세를 하도록 우선 요구해야 하네. 당신한테 결코 몹쓸 재앙을 꾸미지 말 것, 당신 몸에서 무기마저 빼앗은 벌거숭이로 만들고 나서, 쓸개 빠지고 남자답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생각을 품지 않도록 할 것을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를 하자 아르고스를 죽인 헤르메스 신은 땅에서 그 약초를 뽑아 나에게 주고, 그 성질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검은 뿌리를 가졌으며 젖 같은 흰 꽃을 피우는 풀로, 신들은 이를 몰리라고 부르는데, 죽어야 하는 인간으로서는 이를 파내기도 어려운 것이지만, 신들은 무슨 일이나 하실 수 있지요. (P193-194)
[제11권 오디세우스가 저승을 찾아가다]
키르케한테 자세한 가르침을 받은 오디세우스는 세계의 끝에 있는 대양의 흐름을 타고 북쪽으로 항해한 끝에 키르케가 지시한 저승에 다다른다. 여기서 구덩이를 파고 술을 붓고 제물을 바쳐,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낸다. 테이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따로 검은 숫양을 제물로 바쳤다. 생피를 구멍에 붓자 죽은 자의 영혼들이 우르르 모여 온다. 테이레시아스의 영혼도 나타나 그에게 앞일을 알린다. 그리고 그의 죽은 어머니를 비롯하여 이승을 떠난 여러 이름 높은 여성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또 아가멤논의 영혼도 와서 몰래 사람을 죽인 일을 털어놓자,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도 나온다. 또 미노스와 타르타로스 주민들의 모습도 보이고, 헤라클레스도 찾아와서 이야기를 한다. (P203)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로 지혜가 많으신 오디세우스여, 그리고 불행한 사나이여, 왜 또 태양빛을 버리고 찾아왔는가, 망령들과 이 꼴사나운 고장을 보려고, 하지만 아무튼 그 구덩이에서 비켜나게나. 그리고 내가 피를 마시고서 틀림없는 신탁을 말할 수 있도록 그 날카로운 검을 치워 버리게나.’
이렇게 말했으므로 나는 은못을 아로새긴 검은 거두어 칼집 속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거무튀튀한 피를 마신 다음 비로소 그 훌륭한 예언자는 말했습니다.
‘달콤하고 즐거운 귀국을 그대는 요구하는군 그래. 명예로운 오디세우스여, 그러나 신이 그걸 괴롭고 어려운 일로 만드실 게다. 넓고 큰 땅을 뒤흔드는 신 포세이돈이 좀처럼 잊으려 하지는 않을 테니까. 사랑하는 아들 외눈박이 키클롭스를 그대가 장님으로 만든 일이 화가 나서, 그대에게 깊은 원한을 품게 된 때문이지만, 그렇다 해도 갖가지 재난을 무릅쓰고라도 돌아갈 수는 있겠지, 만일 그대가 자신과 동지들의 마음을 억누르고 정신을 바짝 차린다면 말이야. 그건 먼저 짙푸른 바다를 무사하게 빠져 나가 만듦새가 좋은 배를 트리나키에 섬에 머물게 할 때의 일인데, 태양신의 암소들과 훌륭한 양 떼가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만물을 살피시고 온갖 사물의 형상에 귀를 기울이시는 신의 가축들이지. 그 소나 양들을 혹시 그대가 해하지 않고 무사히 버려두고서 귀국에 대한 것만 생각한다면, 그런대로 재난을 무릅쓰고라도 이티카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소나 양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때는 그대의 배나 동지들이나 반드시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대는 난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시기도 늦거니와 형편없는 꼴로 돌아가게 될 것일세. 동지들도 모두 잃은 다음 다른 나라 배에 실려서 말이지. 그래서 집에 돌아간다 해도 거기에 또 재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바로 오만한 사나이들이 신과도 견줄 만한 그대의 아내에게 구혼하며, 구혼 선물을 가지고 와서는 그대 재산을 털어먹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꾀를 쓰든 버젓하게 날카로운 청동 칼을 쓰든 구혼자들을 그대가 집에서 죽인 다음에는, 그때야말로 손에 착 붙는 쓰기 좋은 노를 잡고, 바다라는 걸 모르는 인간들에게로 가야 하네. 그 무리들은 아직 소금을 섞지 않은 음식을 늘 먹으며, 물론 붉은빛 볼을 가진 배라는 것도, 배로서는 날개나 다름없는 꼭 들어맞고 다루기 좋은 노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네. 결코 못 보고 말리 없는 아주 뚜렷한 표시를 일러 주기로 하지. 이를테면 낯선 길손을 만났을 때, 그 사나이가 그대에게 겨를 까부르는 키를 그대의 훌륭한 어깨 위에 짊어졌다고 말하거든, 그때야말로 틀림없이 꼭 들어맞고 다루기 좋은 노를 넓은 땅 위에 꽂아 놓고, 훌륭한 재물을 포세이돈 님께 바쳐 올려야 하네. 새끼양과 황소와 암퇘지 배우자인 수퇘지를 말이야. 그러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 거룩한 큰 제물을 불사의 신들게 바치도록 하게. 크고 넓은 하늘을 다스리시는 모든 신들께, 절차도 아주 정확하게 말일세. 그리고 그대에게도 바다로부터 죽음이 찾아올 것이네. 조용하고도 참으로 다정한 죽음이 말이야. 그런 죽음이 그대가 늙어서 아주 쇠약해졌을 때 찾아올 것일세. 주위는 온통 행복한 자들로 둘러싸여서 말일세. 이상과 같이 틀림없는 예언을 그대에게 해 두는 바이네.‘ (P206-207)
[제12권 노래하는 세이렌 스킬라와 트리나키에]
얼마 뒤 다시 키르케 섬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그녀로부터 여러 가지 식량과 선물을 받고 떠난다. 그녀는 돌아가는 길의 험난한 곳과 그 대비책을 자세히 가르쳐 준다. 노래하는 님프인 세이렌, 해협을 지배하는 길은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맞은편 어두운 동굴에 사는 개처럼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뱃사람을 잡아가는 스킬라 등 곳곳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들은 얼마 뒤 태양신이 소를 치는 트리나키에 섬에 닿게 되었다. 그러나 바람이 불지 않아 배를 내지 못해 한 달 동안 억류되었는데, 식량 부족으로 오디세우스가 금기를 깨뜨리고 태양신이 없는 동안에 소를 잡아먹고 말았다. 그 뒤로도 서슴없이 소를 죽여 신의 노여움을 산 오디세우스는 마침내 섬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 배는 침몰하고 오디세우스만이 목숨을 건져 열흘째 되는 밤에 겨우 칼립소의 섬에 닿는다. (P223)
‘동지들이여, 키르케 여신이 내게 했던 말을 그대들은 한두 사람밖에 모르고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 주겠네. 우리가 죽든지, 아니면 목숨을 지켜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든지 이것만은 알아 두어야 한다. 처음에는 이상야릇한 세이렌의 노랫소리와 꽃이 핀 목장에 정신을 뺏기지 말라고 일러 주셨네. 그 노랫소리는 나 혼자만 들으라고 말씀하셨지. 자네들은 나를 꽁꽁 묶어서 꼼작 못하도록 해 주어야 하는 거야. 돛대 밑에 묶고 돛의 밧줄 끝도 묶어 두어야 해. 내가 자네들에게 풀어 달라고 부탁하거나 호령을 한다면, 그때는 자네들이 더욱 나를 여러 겹으로 꽁꽁 묶어야 해.’
나는 동지들에게 하나하나 자세히 말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튼튼하게 만들어진 배는 삽시간에 세이렌들이 사는 섬에 도착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뱃길을 재촉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갑자기 바람이 멈추어 버렸는데, 그것은 신이 파도를 가라앉게 해 주어 조용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일어나 돛을 걷어 내리고 그것을 넓은 배 속에 집어넣은 뒤, 모두 노를 잡고 앉아서 길이 잘 든 노로 흰 거품을 일으키면서 저어 나갔습니다. 나는 큰 밀랍 덩어리를 청동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칼로 잘게 썰어서 힘센 손으로 뭉개었습니다. 잠깐 동안에 강한 힘의 압박과 히페리온의 아들인 태양신의 빛 때문에 밀랍은 녹아서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모든 선원들 귀에 차례차례 발라 주었습니다. 선원들은 나를 배 한가운데 있는 돛대에 손과 발을 모두 묶고, 돛의 밧줄 끝으로 매어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노 젓는 자리에 앉아서 잿빛 물결을 노로 저어 나갔습니다. (P227-228)
[제13권 오디세우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오디세우스의 긴 표류담도 이제야 끝난다. 이야기를 듣고 감동한 사람들은 왕의 말에 따라 오디세우스를 위해 그가 잃은 것보다 많은 선물을 준비하고, 그를 배에 태워 이타카 섬으로 돌려보낸다. 배는 잠자는 오디세우스를 태우고 이타카 섬의 포르퀴스 포구에 이르러 그를 잠든 채 내려놓고, 선물을 근처 동굴 속에 넣어놓고 돌아간다. 이 사실을 안 포세이돈은 분한 나머지 배를 항구 밖에서 화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윽고 잠이 깬 오디세우스는 아테나 여신의 변신인 청년에게서 고향이라는 말을 듣게 되며,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옛날의 자기 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는 네리톤 산 밑 목장에 사는 하인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으로 가는데, 여신은 그의 행색을 거지처럼 초라하게 꾸며 놓는다. (P236)
다음 두 사람은 거룩한 올리브나무 밑에 앉아서 교만한 구혼자들의 파멸에 대해서 궁리를 했는데, 먼저 빛나는 눈빛의 여신 아테나가 말했다.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인 지혜와 꾀가 넘치는 오디세우스여, 어떻게 하면 염치도 없는 구혼자들을 처치하겠는가 궁리해 봐요. 그들은 3년 동안 당신의 성에서 뻔뻔스럽게 행패를 부렸어요. 여신과 다름없는 모습의 당신 부인에게 결혼 선물을 주면서 구혼을 했답니다. 당신 부인은 당신의 귀국을 고대하고 늘 비탄에 젖으면서도 모든 사나이들에게 희망을 말을 하면서 약속을 했으나, 마음속으로는 다른 기원을 언제나 하고 있었어요.”
이에 지혜가 풍부한 오디세우스는 말했다.
“정말 불행하게도 당신이 차근차근 상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여신이여,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의 불행한 죽음의 꼴을 내 집에서 당할 뻔했습니다. 자, 그러면 무슨 꾀를 써 주시지 않으렵니까. 그리고 당신이 내 편을 들어서 어떻게 그들에게 벌을 줄 것인가 대담한 용기를 주십시오. 전에 부유하고 강한 트로이의 성을 무너뜨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빛나는 눈빛의 여신이여, 만일 당신이 그때처럼 열심히 내 곁에 계셔 주신다면 300명의 용사들만 가지고도 나는 싸울 수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여신이여, 진정으로 나를 도와주실 때는 말입니다.”
그러자 눈빛이 빛나는 여신 아테나가 대답했다. (P247)
[제14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오두막]
오디세우스는 여신으로부터 이타카 섬의 상황을 듣고, 구혼자들이 많이 모여들어 자기 저택을 황폐하게 만들고, 텔레마코스가 그곳에 없음을 알게 된다. 그는 조심스럽게 옛날의 충성스런 하인이었던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으로 먼저 가보기로 한다. 언덕의 돌 많은 길을 더듬어 목장 끝에 있는 오두막에 이르자, 개가 나와서 짖어 댄다. 그 소리를 듣고 에우마이오스가 나오는데, 거지 행색을 한 옛 주인을 알아볼 까닭이 없다. 그러나 인정 많은 사나이라서, 의지하러 온 사람을 혼쾌히 받아들여 음식을 주고 그 신분을 묻는다. 오디세우스는 크레타 섬 태생인 뱃사람이라고 속인다. 해적을 만나 노예로 팔렸으며 겨우 도망쳐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또 에우마이오스의 물음에 대답해서, 그 주인인 오디세우스가 귀국할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P249)
이 말에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 영감님, 지금 당신이 말한 건 참으로 좋은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결코 주제넘은 이야기도 아니었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도 아니었소. 그 덕분에 당신은 입을 것과 그 밖에 다른 것도 부족함이 없게 될 거요. 운수가 나쁜 탄원자가 아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라면, 영감님은 반드시 가지게 될 거요. 지금은 그렇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면 다시 이전대로 당신은 그 누더기를 걸치고 나가게 될 테지요. 왜냐하면 여기에는 망토도 많이 없고 갈아입을 속옷도 없으니까요. 저마다 한 벌씩밖에는 입고 있지 않단 말이오. 하지만 만일 오디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드님이 오신다면, 직접 망토나 속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해 주실 거요. 그리고 당신 마음이 내키는 대로 어디든 가게 해 주실 거요.”
이렇게 말하자 얼른 일어나서 바로 불 옆에 오디세우스를 위한 잠자리를 깔아 주고, 그 위에 양과 염소 가죽을 펴 주었다. 오디세우스는 거기에 몸을 뉘었다. 그러자 그의 몸 위에 크고 두꺼운 망토를 씌워 주었는데, 그것은 추운 바람이 불 경우를 대비해 갈아입기 위해 따로 간직해 두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디세우스는 거기서 잠이 들었으며, 다른 젊은 사나이들도 그 옆에서 나란히 잠이 들었다.
그러나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렇게 거기서 돼지들과 떨어져 자기가 싫어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것을 보고 오디세우스는 기뻐했다. 에우마이오스가 집을 비운 주인의 재산에 대해 몹시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에우마이오스는 먼저 날카로운 검을 튼튼한 어깨에 둘러맨 다음, 바람을 막을 두터운 망토를 위에서부터 뒤집어썼다. 다음으로 살찐 큰 숫염소 털가죽을 집어 들고, 또 날카로운 투창을 손에 쥐었는데, 그것은 이리나 못된 사나이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흰 이빨을 한 돼지들이 늘 자고 있는 으슥한 바위 그늘, 북풍을 피한 아늑한 그 장소로 잠자러 나가는 것이었다. (P264-265)
[제15권 텔레마코스 돌아와 그 또한 돼지치기 오두막을 찾아오다]
한편 텔레마코스는 스파르타 왕의 접대를 받아 왕궁에 묵고 있었다. 아테나 여신은 그의 머리맡으로 내려와서 그에게 귀국할 것을 권한다. 텔레마코스는 곧바로 왕과 헤어져 필로스로 귀환, 다시 배를 내어 섬으로 돌아온 다음, 여신의 지시에 따라서 숨어 있던 구혼자들을 기습하고, 이타카 마을에는 가지 않고 좀 떨어진 포르퀴스 포구에 배를 대고 상륙한다. 오두막에서는 어젯밤에 함께 잔 거지행색을 한 오디세우스에게 돼지치기가 자기 내력을 이야기하는 한편, 주인집 형편을 설명, 구혼자들의 잘못된 행위에 분개함과 아울러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그리워한다. 밤중에 섬으로 돌아온 텔레마코스는 필로스에서 데리고 온 예언자 테오클뤼메노스를 배에 태워 이타카 항구로 보내고, 자신은 돼지치기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P266)
“다른 때라면 나는 두말 하지 않고 우리 집으로 가시도록 하겠어요. 우리 집에서라면 손님을 대접하는 데 불편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위해서 지금 처지로는 좀 난처합니다. 나도 집에 없고 어머님께서도 당신을 만나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집에서도 구혼자들 앞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으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들과 떨어져 다른 채의 2층에서 베만 짜고 계신답니다. 그러나 한동안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에우리마코스라는 사람인데 그곳으로 가시도록 하십시오. 현명한 폴리보스의 뛰어난 아들로, 요즈음 이타카 섬 사람들이 신이나 다름없이 존경하는 사람이니까요. 모든 면에서 으뜸가는 인물이며 더구나 열성가입니다. 우리 어머님과 결혼해서 오디세우스의 뒤를 이으려는 사람입니다만, 그런 일들은 제우스 님만이 아실 겁니다. 올림포스의 높은 하늘에 계시는 그분만이, 혼례에 앞서 재앙의 날을 그들에게 가져오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말입니다.”
이렇게 그가 미처 말끝도 맺기 전에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 신의 빠른 심부름꾼인 매였는데, 그 발에 비둘기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배와 텔레마코스 앞으로 그 깃털이 날아 떨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뤼메노스는 그를 동지들에게 조금 떨어진 곳으로 불러 놓고 손을 잡으면서 이름을 불러 말했다.
“텔레마코스 님, 저 새가 당신 오른쪽으로 날아온 것은 신의 조짐임에 틀림없습니다. 저 새를 보자마자 조짐을 알리는 새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당신 집안 말고 주권을 잡는 데 알맞은 집안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영원히 권력을 잡게 될 겁니다.” (P281)
[제16권 마침내 오두막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알아보다]
날이 밝자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텔레마코스가 도착한다. 식사가 끝나자 텔레마코스는 어머니에게 귀국을 알리기 위해 에우마이오스를 마을로 보낸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눈앞에 보면서도, 초라한 차림의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둘만 남자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를 본디 모습으로 되돌려 준다. 그런 변모가 의아해서 캐묻는 아들에게 오디세우스는 아버지임을 밝히고, 마침내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에 젖는다. 한편 에우마이오스는 때마침 항구에 다다른 뱃사람들과 함께 성으로 가서 여주인 페넬로페에게 텔레마코스의 귀국을 알린다. 구혼자들은 이에 당황해 못된 꾀를 꾸민다. 저녁에 에우마이오스가 오두막으로 돌아오자, 도시의 형편을 말하고 식사를 마친 다음, 그들은 잠자리에 든다. (P283)
하지만 텔레마코스는 그 모습을 보기는커녕 알아채지도 못했다. 결코 신들은 누구에게나 또렷하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까닭이엇다. 그리하여 오디세우스와 개들만 그 모습을 보았는데, 개들은 짖지도 못하고 쥐 죽은 듯이 처박혀 있었다. 이윽고 여신이 눈썹을 움직여 신호하자, 존엄한 오디세우스는 곧 알아차리고, 방 밖으로 안마당 벽을 따라 나와 여신 앞에 멈추어 섰다. 그러자 그에게 아테나 여신이 말했다.
“제우스의 후손이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며 지략 뛰어난 오디세우스여, 그럼, 이제는 그대 아들에게 숨김없이 이야기하세요. 구혼자들의 죽음과 몰락을 꾸며 내도록, 그래서 그대 부자가 세상에도 이름 높은 마을로 떠날 길을 만드시오. 나 또한 그대들 곁에서 이 이상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생각이니까. 싸우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오.”
이렇게 말하며 아테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어루만졌다. 처음에는 말쑥한 외투와 속옷을 몸에 걸치게 하고, 그 몸집을 크게 해서 젊음을 더해 준 다음 살갗도 거무스름하게 바꾸어 놓고, 턱과 볼의 주름살도 펴지도록 하고 아래 턱수염도 거무스름하게 바꾸어 놓았다. 여신은 이 같은 일을 끝내자, 다시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깜짝 놀라 그만 두려움에 차서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혹 신이 아닌가도 했다. 그래서 그에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손님이시여, 조금 전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십니다. 입고 계신 옷도 달라졌거니와 피부빛도 다르고요. 아마 널고 큰 하늘나라에 사시는 어느 신이 아니신가 싶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당신의 뜻을 달래 드리기 위해 오묘하게 만든 재물과 황금 그릇을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을 부디 용서하십시오.”
그 말에 참을성 있고 존엄한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나는 결코 신이 아니란다. 어째서 나를 신에 견준단 말이냐. 그런 게 아니고 바로 너의 아버지다. 나 때문에 네가 탄식하며 죽도록 고생을 해 온 그 아버지다. 뭇 인간들에게 난폭한 짓을 당하면서 살아나온 너의 아버지란다.”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고는 아들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제껏 늘 참아 왔던 눈물이 어느덧 그의 볼을 타고 땅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 (P288)
[제17권 오디세우스 집으로 돌아오다]
아침이 되자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와 함께 구혼자들을 물리칠 의논을 한 다음, 준비를 하고 자기 성으로 떠난다. 이어 오디세우스도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함께 자기 집으로 간다. 텔레마코스는 유모와 모친을 만나 필로스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실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집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대문 앞 가까이에서 옛날에 기르던 애견 아르고스를 만난다. 홀에 들어선 거지 행색을 한 그를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으며, 도리어 조롱을 하면서 이것저것을 던지기도 한다. 그 말을 들은 페넬로페는 노여움과 슬픔을 참지 못한다. 이렇게 이 집안이 어지럽혀질 수가 있는가 싶었다. 그래서 거지를 불러 그 내력을 물으려 했지만, 오디세우스는 저녁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을 전한다. (P298)
그 말에 참을 성 있는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에우마이오스 님, 이제 당장이라도 나는 모든 정확한 말을, 이키리오스 님의 따님이며 눈치빠른 페넬로페 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에 대한 일이라면 알고도 남으니까요. 둘 다 똑같이 서럽고 쓰라린 고난을 당해 온 처지니까요. 그러나 못되게 구는 구혼자들에게 조금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 무리들의 오만무례한 난폭한 행동은 무쇠 같은 하늘에까지 알려지고 있답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저 사나이가 후려쳐서 호되게 당했거든요. 그런데도 텔레마코스나 그 밖의 아무도 나를 편들어주는 사람은 없더군요. 그러니 페넬로페 님께 안에서 잠시 기다리시도록 말씀하십시오. 마음은 급하시겠지만, 해질녘까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 댁 나리께서 돌아오실 날짜를 물어보셔도 좋겠지요. 난로 가까이에 앉아서요. 아시다시피 옷이 너무 남루해서 말입니다. 맨 먼저 당신한테 애원하러 갔던 만큼, 당신은 내 형편을 잘 아실 겁니다.”
이렇게 말하자 돼지치기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문턱을 넘어서는 그를 보고 페넬로페가 말했다.
“왜 데려 오지 않느냐, 에우마이오스여. 그 사람은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누군가 아주 두려운 사람이 있는 것일까? 혹은 아무런 까닭도 없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삼가는 생각에서일까? 문전걸식하는 처지에 너무 조심성이 있는 것도 딱한 일이군.”
그 말에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대답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누구든 아마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우쭐거리면서 못된 짓을 일삼는 자들의 횡포를 피할 생각일 테지요. 마님께 해질녘까지만 기다려 주십사 하더군요. 참말이지 마님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마님 혼자서 손님한테 조용히 말을 묻고 들어 보시도록요.”
그러자 눈치 빠른 페넬로페가 말했다.
“그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 의견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것 같군. 그래, 글쎄 어떤 신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죽어야 할 인간 가운데에서도 안티노스만큼 못되고 악랄한 짓을 꾸미는 이들은 아마 달리 또 없을 테니까.”
이렇게 말을 하자 갸륵한 돼지치기는 모든 의논을 마친 뒤에 구혼자들 틈으로 다시 돌아왔다. (P314-315)
[제18권 오디세우스 이로스와 격투]
구혼자들이 몰려든 홀의 연회장에 부랑자인 거지 이로스가 와서, 오디세우스를 자기와 같은 부류로 보고 놀라면서 싸움을 건다. 구혼자들도 그를 부추겨 그만 두 사람이 시합을 하게 된다. 이로스는 형편없이 두들겨 맞고 달아난다. 페넬로페는 내실에서 홀로 내려와 손님을 모욕했다는 데 대해 모두를 비난한다. 동시에 구혼자들을 나무라고, 만약에 정말 그럴 작정이라면 이렇게 남의 집에 붙어서 얻어먹는 짓은 집어 치우고, 저마다 구혼을 위해 많은 선물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꾸짖는다. 저녁 때가 되자 모두 횃불을 피우고 춤과 노래를 즐긴다. 오디세우스는 난폭한 구혼자들과 말다툼을 벌이는데, 텔레마코스가 그들을 타이르고, 식사를 마치는 대로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P317)
“이 느린 소 같은 놈아, 네가 정말 이 노인이 무서워서 벌벌 떨 지경이라면, 차라리 넌 이 자리에 없었던 편이 나을걸 그랬어. 아니면 아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야. 저 늙은이는 자기 몸에 떨어진 고난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데도 말이야. 그러니 너한테 말해 둔다. 만일 이 노인이 네게 이겨 승리자가 된다면 검은 칠을 한 배에 태워 너를 에케토스 왕이 있는 땅으로 보낼 테다. 그 왕은 모든 인간에게 해롭고 나쁜 짓을 가하는 사나이거든. 그가 네 코와 귀를 무자비하게 칼로 자르고 불알을 잡아 뽑아서 날것으로 개들에게 던져 주워 먹게 할 거야. 틀림없이 이 일은 실행할 테다.”
이렇게 말하자 이 사나이의 다리는 더욱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그래도 한 가운데에 끌어내어 두 사람 다 손을 들고 싸울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이때 인내심이 많고 거룩한 오디세우스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때려눕힌 다음에 그대로 목숨을 끊을 것인지, 아니면 살짝 주먹질을 해서 땅바닥에 눕혀 버릴 것인지를 생각 끝에 결심했다. 아카이아족의 주의를 자기에게 끌지 않도록 살짝 때려 주면 될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둘은 손을 들고 겨루게 되었다. 저쪽 편의 이로스가 오른 어깨를 치자 오디세우스는 이로스의 귀밑 목줄기를 쳐서 뼈를 안으로 쪼개 버렸다. 그러자 새빨간 피를 토해 내면서 비명을 지르고 모래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땅바닥에 발버둥을 치면서 이를 바드득 갈았다. 기분이 통쾌해진 구혼자들은 두 손을 들면서 배꼽이 터지도록 웃었다. 오디세우스는 이로스의 다리를 잡아끌고 현관 앞을 가로질러 복도 아래 창문이 있는 앞뜰까지 갔다. 그리고 정원 울타리에 그를 기대어 놓고 한쪽 손에 지팡이를 쥐어 주며 소리 높여 말했다.
“너는 돼지나 개를 못 오게 쫓으면서 여기 앉아 있어. 너 같은 녀석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나 거지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라. 치사스러운 놈. 자칫 하다가는 더 심한 봉변을 당할 테니까.” (P320)
[제19권 신분을 숨긴 오디세우스 그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오디세우스는 홀에 앉아서 아들과 의논하고, 홀에 있던 무기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 뒤 페넬로페를 만나는데, 그 물음에 대해서는 거짓을 꾸며 댄다. 부인은 자기 신세를 한탄하고, 구혼자들의 무례한 행동을 피하기 위해 수의를 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런 꾀도 탄로가 나고 이제는 누구하고든 결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탄식한다. 오디세우스는 주인님의 풍문을 자신도 들었는데, 귀국의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부인은 그를 위해 잠자리 준비를 하게 한다. 유모 에우리클레이아는 큰 대야에 더운 물을 붓고 그의 발을 씻겨 주는데, 그때에 멧돼지에게 물렸던 예전의 상처를 발견하고, 주인임에 틀림없음을 깨닫는다. 소리를 지르려는 그 입을 오디세우스는 가로막는다. (P330)
그러자 늙은 시녀는 번지르르 윤이 나는 큰 대야를 가져와서 먼저 찬물을 그 속에 붓고 다음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오디세우스의 두 팔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화로 가까이에 등을 돌리고 고쳐 앉더니, 곧 어두컴컴한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왜냐하면 갑자기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시녀가 그의 발을 잡았을 때 흉터를 알아보고 모든 일이 밝혀지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늙은 시녀는 자기 주인의 곁에 가서 발을 씻기 시작했는데, 곧 그 상처를 알아봤다. 그것은 일찍이 외조부 되는 아우톨뤼코스와 그의 아들들과 함께 파르나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 송곳니에 찔린 상처였다. 아우톨뤼코스는 오디세우스 어머니의 친아버지로서, 세상 사람들 중에서도 훔치는 솜씨와 거짓말로 뛰어난 인간이었다. 그것은 헤르메스 신께서 그에게 베풀어 준 재간이었다. 신의 마음에 들 만한 어린 염소와 산양의 허벅다리를 구워서 그가 제물로 바쳤던 덕택이다. 그래서 신은 후하게 마음을 써서 그를 돌보아 주신 것이다.
그러자 아우톨뤼코스가 이타카의 기름진 땅에 와서 자기 딸이 새로 낳아 놓은 어린아기를 만나 보았다. 만찬이 끝난 뒤 에우리클레이아는 사랑스러운 그 갓난아이를 그 할아버지의 무릎에 올려놓고 말했다.
“아우톨뤼코스 님, 그러면 당신이 직접 이 갓난아이에게 이름을 붙여 주십시오. 무척 기다리던 아이였으니까, 당신의 귀여운 따님이 낳은 아이에게 무엇이라고 이름 붙여 주십시오.”
이에 아우톨뤼코스가 대답했다.
“내 사위와 딸아, 이제 내가 부르는 이름이 어떤 이름이든 이 아이에게 붙여주기 바란다. 여태껏 나는 많은 것을 기르는 대자연의 넓고 큰 땅 위에 있는 남녀들과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자로 오늘까지 살아 왔기 때문에, 오디세우스(증오를 받는 자)라는 이름을 이 아이에게 붙이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 어머니의 고향인 큰 외갓집을 찾아 파르나소스에 온다면, 거기에 있는 내 재산을 그에게 나누어 주어서 그를 기쁘게 해 주고 돌려보낼 것이다.” (P341-342)
[제20권 구혼자들을 물리치는 일들]
오디세우스는 잠자리에 들었지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거기에 아테나 여신이 내려와, 그를 격려하고 그 눈꺼풀에 잠을 내린다. 페넬로페도 슬픔 때문에 잠을 못 이룬 채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기도 드린다. 아침이 되자 텔레마코스는 창을 들고 마을로 떠난다. 에우리클레이아는 시녀들을 불러 홀을 청소한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도 요리에 쓰려고 돼지 세 마리를 끌고 온다. 소치기 피로이티오스도 소 한 마리를 몰고 와서, 함께 옛 주인의 회고담에 잠긴다. 구혼자들이 홀에 모여들어 못된 계획을 모의하던 중, 왼쪽에서 나쁜 징조를 뜻하는 독수리가 날아온다. 그들은 무거운 기분으로 홀에 들어서는데, 거기서 오디세우스를 보고 다시 조롱하기 시작, 쇠다리를 던지기도 한다. 그 광경을 본 예언자 데오클뤼메노스는 불길한 조짐을 느끼고 조심하라고 충고하지만, 구혼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모욕한다. (P348)
“에우리마코스여, 배웅할 사람을 붙여 달라고 당신한테 부탁하는 건 아니오. 나에게는 두 눈과 두 귀, 그리고 두 다리도 어엿이 붙어 있소. 게다가 가슴에는 확고한 분별도 있고, 조금도 남보다 못할 것이 없소. 이것들에 기대서 바깥으로 나갈 거요. 이제 재앙이 당신들에게 닥쳐올 것이 보이는 듯하니까, 구혼자들이 신과 같은 오디세우스의 성에서, 사람들에게 난폭한 짓을 하고 무도한 일을 꾸미는 이상은 누구도 그 재앙을 벗어날 수도 피할 수도 없을 거요.”
이렇게 말하고는 훌륭하게 지어진 성에서 나가 페이라이오스에게로 갔는데, 이 사람은 반가이 그를 맞아들였다. 그런데 구혼자들은 모두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손님들을 비웃고는, 텔레마코스에게 약을 올리려 들었다. 그리고 제법 잘난 척 우쭐해진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텔레마코스, 아무도 자네보다 더 시시한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을 거네. 예컨대 지금 거기 와 있는 사나이는 그저 욕심 많은 부랑자란 말이야. 빵이나 술 등을 덮어놓고 탐내며, 그러면서도 어떤 일정한 직업도 없고 전쟁도 할 줄 모르고, 그저 그렇다 할 뿐 농사의 부담만 되고, 또 한 친구는 어떤가 하면, 그가 지금 점을 친다고 일어선 사나이란 말이야. 그러니 잠깐만 내 말을 들어주게. 그러는 편이 훨씬 좋은 거야. 이런 손님들은 노걸이가 주욱 달린 배에 태워, 스케리아 사람들이 사는 고장으로 보내 주는 것이 어떻겠나? 그러면 거기서 그만한 값을 받고 팔아먹을 수 있을 게 아닌가?”
이렇게 구혼자들은 말했는데, 텔레마코스는 그런 말에는 귀도 기울이려 하지 않고, 그저 잠자코 아버지가 언제쯤 이 파렴치한 구혼자들을 처치할 것인가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그에게 눈을 돌리고 있었다. (P359)
[제21권 활]
페넬로페는 시녀 둘을 데리고 홀에 나와, 오디세우스가 늘 즐겨 쓰던 큰 활과 무쇠도끼를 가져오게 한다. 그러고는 12개의 도끼를 나란히 놓고, 화살로 도끼자루 구멍을 뚫는 남자를 자기의 새 남편으로 정하겠노라고 선언한다. 구혼자들은 모두 서둘러 활시위를 걸려고 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해내는 이가 없다. 우두머리격인 안티노스와 에우리마코스도 여러 모로 애써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아폴론의 제삿날까지 연기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는 것을 오디세우스가 물려받는다. 텔레마코스도 저택 주인으로서 이에 찬성하고, 활쏘기를 시킨다. 다들 실패하는 와중에도 오직 오디세우스만이 활시위를 제대로 걸고 이어 화살을 쏘아 도끼자루 구멍을 꿰뚫었다. (P361)
“내 말을 똑똑히 들어주세요. 참으로 씩씩하신 구혼자들이시여, 당신네들은 끊임없이 이 집에 몰려 와서는 식사다 술이다 줄곧 요구하셨지요. 그것도 주인이 오랫동안 떠난 채 비어 있는 집에 밀어 닥쳐서는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다만 나와 결혼하고 싶다는 명목만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자, 구혼자들이여, 여기에 경기 준비가 되어 있으니, 다시 말해 여기 존엄한 오디세우스의 활이 놓여 있으니, 누구든지 가장 훌륭하게 이 활을 손에 들고 시위를 당겨 12개의 도끼를 모조리 꿰뚫은 분, 그분을 따르기로 하지요. 정식으로 시집왔던 이 집을 떠나서 말입니다. 참으로 훌륭한 물건들이 풍성하게 넘쳐나는 이 집을 꿈속에서라도 잊지 못할 거예요.” (P363)
[제22권 오디세우스 구혼자들을 죽이다]
오디세우스는 홀 입구 문지방 위에 뛰어올라 텔레마코스를 옆에 부르고, 화살을 겨누어 구혼자들의 우두머리격인 안티노스의 목을 향해 쏘았다. 홀 안은 수라장이 되었다. 그들의 비난과 욕설에 대답해 그는 비로소 자기가 오디세우스임을 밝히고, 너희들은 내가 돌아오지 않을 줄 알고 멋대로 놀았겠지만, 이제 맛 좀 보라는 뜻으로 잇따라 활을 쏘아 쓰러뜨렸다. 화살이 떨어지자 검을 들고 살육을 계속했다. 그러나 노래 부르는 사람인 페미오스와 전령 메돈, 그리고 예언자 데오클뤼메노스에게는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손을 대지 않았다. 저쪽에서는 염소치기 멜란티오스가 구혼자들을 위해 창고에서 무기를 날라왔는데, 그것을 에우마이오스가 재빨리 발견해 무찔렀다. 한편 유모 에우리클레이아를 불러, 시녀들 가운데 선량한 여자와 구혼자들과 내통한 배신자를 가려낸 뒤, 시녀들에게 홀 청소를 명하고, 못된 여자를 멜란티오스와 함께 처벌한다. (P374)
한편 암피노모스는 명예로운 오디세우스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어, 날카로운 칼을 뽑아 들고 어떻게든 문간에서 비켜 세우려고 애를 썼지만, 그보다 먼저 텔레마코스가 청동을 끼운 창으로 뒤에서 등 한가운데를 찔러 가슴팍에까지 뚫고 나갔다. 그래서 그는 쿵 소리와 함께 얼굴을 땅 위에 묻어 버렸다. 텔레마코스는 그대로 암피노모스한테 꽂힌 창을 버려 둔 채 물러섰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 긴 그림자의 꼬리를 끄는 창을 뽑고 있는 참에, 아카이아족의 누구든지 칼을 쥐고 달려들거나, 또는 앞으로 엎드린 동안에 찌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는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바싹 다가서서 걱정스럽게 속삭였다.
“아버님, 이제 곧 방패와 창 두 개와 머리에 꼭 맞는 청동 투구를 갖다 드리겠습니다. 나도 빨리 달려가 무구를 지니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돼지치기와 소치기에게도 한 벌씩 입혀 주어야겠지요. 무장을 든든하게 하는 편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니까요.”
그 말에 지혜로운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빨리 다녀오너라. 방어할 수 있는 화살이 아직 내 손에 남아 있는 동안에 말이다. 나 혼자뿐이니까. 그들에게 밀려 문을 열어 주는 날에는 큰일이 벌어질 거야.” (P377)
[제23권 페넬로페 오디세우스를 알아보다]
구혼자들을 다 처치해 버렸다는 것, 그보다도 저택의 주인 오디세우스가 돌아와서 마님을 부르신다는 말을 전하러 유모 에우리클레이아가 내전으로 달려왔으나, 페넬로페는 그 말을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는다. 20년이나 지나 버린 일이니 그럴 만도 했다. 여러 가지를 캐묻고 형편을 알아보고 나서야 겨우 납득한다. 오디세우스는 그동안의 고생과 방랑을 이야기해 준다. 이튿날 아침, 그는 귀가와 문안 인사를 겸해 늙은 아버지 라에르테스를 방문하러 떠난다. (P389)
“여보, 우리 둘은 싫증이 날 만큼 수많은 고통을 겪어 왔소. 당신은 집에서 내가 많은 고생 끝에 귀국할 것을 울면서 기다리느라고, 나는 제우스 신과 다른 여러 신들이 갖가지 고생을 하게 하여 고향 땅을 애타게 그리며 돌아오는 나를 방해한 탓으로, 그러나 오늘은 우리가 똑같이 오랜 세월 동안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보람이 있어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이제까지 남아 있는 재산을 집에서 잘 감독해 주오. 그리고 건방진 구혼자들이 소비한 가축은 그만큼 내가 많이 긁어모아 올 테니, 아카이아족 사람들도 별도로 가축을 주겠지만, 가축 우리를 양 떼로 꽉 채우기까지 말이오. 나는 이제부터 나무들이 무성한 우리 농장엘 다녀오겠소. 훌륭하신 아버님을 뵈오러 말이오. 그동안 나 때문에 몹시 한탄하며 세월을 보내셨다고 하니 말이오. 그러니 여보, 당신은 말하지 않아도 잘하겠지만, 한 가지 일러둘 일이 있소. 머지않아 태양이 떠오르면 구혼자들에 대한 소문이 퍼질 것이오. 내가 이 집안에서 죽인 자들 말이오. 그러니 당신은 시녀들을 데리고 2층에 올라가 꼼짝 말고 있어요. 누구도 만나서는 안 되며, 더구나 잘못을 캐묻고 꾸짖는 일은 삼가야 하오.” (P399)
[제24권 구혼자들 망령은 저승으로 집안은 화목을]
홀에서 죽은 구혼자들의 망령은 페르메스 신의 안내로 저승으로 가서,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등의 영혼을 만나 신세타령을 한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늙은 아버지의 장원에 이르러 서로 감격의 포옹을 한다. 그런데 저택에서의 불상사에 대한 소문은 이윽고 이타카 마을에 널리 퍼지고, 구혼자의 친척들은 복수나 보상을 바라며 오디세우스 저택에 밀어닥치는가 하면, 다시 그의 뒤를 쫓아 모두 장원에까지 몰려들었다. 이 사실을 알고 오디세우스 편도 맞설 태세를 갖춘다. 이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바라보던 아테나 여신은 내려와서 그들을 격려한다. 라에르테스 노인도 기운이 나서 창을 던져, 안티노스의 아버지 에우페이테스를 쓰러뜨린다. 이에 아테나는 양쪽을 달래어 화해시킨다. (P400)
“이것 보아요. 아르케이시오스의 아들이여, 나의 모든 전우들 가운데서도 특히 가까운 친구여, 빛나는 눈의 여신과 위대한 제우스 신에게 기원을 한 다음, 곧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창을 잘 휘둘러 던져 보시오.”
이렇게 말한 팔라스 아테나는 대단한 기력을 노인에게 불어넣어 주었다. 그래서 그도 위대한 제우스 신의 따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바로 기다란 창을 잘 휘둘러 던져, 에우페이테스의 투구를 맞혀 그 청동 볼받이를 꿰뚫었다. 투구는 창을 막아 내지 못한 채 청동 창끝이 사정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에우페이테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갑옷이 그의 몸 위에서 덜그렁 울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와 명예로운 아들은 적군의 선두대열에 덮쳐, 검으로 또는 쌍지창으로 적을 찔러 댔다. 그야말로 염소 가죽 방패를 가진 제우스의 따님인 아테나 여신이 큰 소리로 외치고 적의 군사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남김없이 쳐 죽이고 한 사람도 살아서 돌아갈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전투를 멈추시오. 이타카의 여러분, 처참한 전쟁에서 한시라도 빨리 피를 흘리지 않고 일을 수습하도록.”
이렇게 아테나 여신이 말을 하자, 창백한 공포가 그들을 사로잡았다. 여신의 높이 외치는 말을 듣자 모두 하나같이 공포에 질려, 사람들 손에서는 무기가 달아나 남김없이 땅 위로 떨어졌다. 그리하여 모두 마을을 향해 목숨이 부지되기를 빌며 도망을 가는데, 참을성 있고 존엄한 오디세우스는 무서운 소리로 외치며 몸을 앞으로 굽히고 높은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그들을 향해 덮쳐 갔다. 그때 바로 크로노스의 아들인 제우스 신이 불꽃을 뿜는 벼락을 던지자, 위대한 아버지 신의 딸인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그때 오디세우스에게 빛나는 눈의 아테나가 말했다.
“제우스의 후손인 라에르테스의 아들이며 지혜로운 오디세우스여, 그만두게나, 모두에게 똑같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이제 그만둬. 자칫해서 넓은 하늘에 천둥을 울리시는 제우스 신이 그대에게 화를 내시면 안 되니까.”
아테나 여신이 이렇게 말하므로 그도 그 말씀을 따랐는데, 속으로는 반기고 있었다. 이윽고 양쪽에서 아이기스(얌소 가죽 방패)를 가진 제우스의 딸 아테나 여신은 멘토르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빌려서 설득을 하여 화해의 서약을 맺도록 했다. (P416-417)